지금도 이 사진들을 보면 어려웠던 그때 생각이 난다. 끼니걱정으로 하루를 보낸 어린 시절을 돌이켜보면 지금도 눈시울이 붉어진다. 어려서부터 객지를 돌며 한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서 도둑질 말고 안 해본 일이 없다.

맨 위의 사진은 39년 전 월세를 내고 조그만 구멍가게를 운영할 때다. 인쇄용지도 팔고 빵도 떠다 팔고 라면도 끓여 팔았다. 그래도 어렵기만 했던 시절, 등록금을 못내 초등학교를 다 다니고도 졸업장이 없었던 나에게는 가난을 모면하는 일이 인생 최대의 숙제였다. 13번의 이사를 다니며 터득한 것은 성실과 절약이었다.

그 동안 했던 수많은 일들 중 인쇄소 일은 나에게 뜻밖의 행운을 가져다주었다. 여러 군데의 인쇄소를 거치며 인쇄기술을 배운 나는 성실함을 인정받아 인쇄소 옆에 자그마한 가게 하나를 무상으로 얻게 되었다. 통금시간이 되어야 가게문을 닫고 통금해제와 함께 가게문을 열었다. 그리고 틈나는 대로 옆에 있는 인쇄소 일을 도와줬다. 그때 만난 인쇄소 사장의 여동생과 인연이 닿아 결혼까지 하게 되었다. 어렵게 살아 온 나에게 찾아 온 첫 번째 행운이었다. 두 번째 사진이 바로 아내를 만났던 그 가게이다.

성실히 일한 덕으로 끼니걱정은 하지 않게 되었지만 절약하는 생활습관 만큼은 버리지 않았다. 그 동안 절약이 몸에 배어있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나 스스로도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어려웠던 시절을 생각하며 내 생활을 다잡기 위해 일을 할 때면 항상 검정 고무신을 신고 다녔다. 재작년까지도 신고 다녔던 검정고무신을 지금까지도 간직하고 있다. 험난한 인생과 함께 열심히 뛰어 준 고무신은 내 인생을 말해주는 상징적인 존재이다.

주위에서 “왕짠지”, “왕소금”이라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지독하게 일을 했다. 서두르지 말고, 쉬지도 말고, 꾸준히 자기의 일을 해 나가면 재산과 명예는 저절로 내 앞으로 찾아온다는 것을, 그 동안의 삶을 통해 배웠다. 그리고 이 생각은 지금도 나를 이끌고 나가는 힘이 되어 준다.

세 번째 사진은 그간의 땀과 노력으로 빚어낸 산물이다. 이제는 주위를 돌아볼 수 있을 만큼 여유가 생겼다. 그러나 지금도 검정고무신에 새겨 논 내 생활신조를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차 원 병 / 당진읍 읍내리 정원식당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