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런 황금물결이 일렁이던 들판이 어느덧 하나 둘 바닥을 드러내고 수확을 끝낸 논에는 스산한 바람에 볏짚만 휘날리고 있다. 아직 가을걷이를 끝내지 못한 농민들은 막바지 벼 수확을 앞두고 아침저녁 쌀쌀한 날씨 탓에 손길이 바쁘기만 하다.

벼 수확이 마무리에 접어든 요즘 들녘에서 만나는 농민들은 한해 농사를 거두는 수확의 기쁨도 잠시 뿐 쌀 수입개방에 대한 걱정으로 한숨만 쌓여가고 있다.

막바지 벼 수확이 한창인 당진읍 사기소리 들판에서 만난 성낙서(46) 농업경영인 당진읍회장은 “더이상 농사를 지어야할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쉰다.

20대 젊은 나이에 타지를 돌아다니다 평생 농사를 짓겠다는 생각을 굳히고 돌아와 시작한 농사일. 요즘은 농사짓기로 결심한 것이 후회되기도 한다는 말로 참담한 마음을 내보인다.

“도대체 정부가 하는 말은 믿을게 없다”며 농정에 강한 불신을 드러내는 성씨. 농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올해 수확량 감소는 평균 15%. 별다른 피해가 없는 당진이 이정도인데도 전국적으로 수확량이 10%밖에 감소하지 않았다는 정부의 발표는 할 말을 잃게 한다.

성씨는 “식량안보 주장하며 방조제 쌓아 간척지 만든 게 엊그제”라며 정부정책이 몇 년 앞도 내다보지 못하고 일관된 것이 하나도 없는 현실을 개탄했다.

“이러다 동학난 일어나듯 농민들이 한번 들고 일어난다”며 쌀수입개방을 앞둔 농민들의 참담한 심정과 농업포기정책에 대한 분노를 감추지 않는 성씨.

농업·농촌은 언제나 정치적 희생양이었다며 11월13일엔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서울로 가서 담판을 지어야 한다고 주먹을 불끈 쥔다.

쌀 수입개방이란 벼랑을 앞둔 절박한 심정임에도 내뱉는 한마디. “그래도 별 수 있나. 농사는 계속 지어야지”라는 말속에 농사를 천직으로 생각하며 묵묵히 일하는 농민의 무게가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