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협의 뿌리는 일제치하의 금융조합과 산업조합으로서 농민 수탈기관이었지만, 현재의 농협의 성격과 운용방식에 미친 영향은 크다고 본다.

1907년도에 농공은행의 보조기관인 금융조합은 1910년 한일합방으로 조선총독부의 비호 아래 급성장하여 1918년에는 조선식산은행(산업은행의 전신)이 설립되고 1929년에는 농촌금융조합으로 설립되어 금융사업만 전념하다가 1935년에 식산계령이 공포되어 부락단위로 구성되었다. 또한 1926년에 산업조합설치령을 공포하여 산업조합이 발족되었다. 양 조합의 성격이 일제하의 농민수탈과 직결됨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해방 후 1951년에 농업협동조합추진위원회가 결성되었으나 1952년에 사단법인 농촌실행협동조합을 결성하여 민간차원의 협동조합운동은 분열되고 한미경제조정관실(OEC)에서 내놓은 선택안으로 1958년 3월에 농업은행과 농업협동조합법이 공포되어 농협은 농협법의 악법으로 명맥만 유지하게 됐다. 그러던 중 4·19혁명으로 1961년 1월에 농협법의 개정안으로 농업협동조합 중앙금고를 설치하려다가 5·16군사혁명으로 무산되고, 1988년도에 민주화 열기로 농협법이 개정될 때까지 무려 26년간이나 존속되었다.

정부는 1999년 8월13일에 국회에서 통합농협법을 통과하여, 동년 9월9일 대통령이 공포함으로써 2000년 9월1일부터 오늘의 농협으로 이르러 왔다.

그러나 한국과 같이 정부가 경제개발의 수단으로서 협동조합을 하향식으로 조직해 온 나라들에게는 협동조합 간의 협동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다.

중앙조직의 비대로 회원 조합 간의 수직적인 계통조직과 계통사업 및 지시와 통제가 일반화되고 조합 간의 수령적인 네트워크는 형성될 수 없다. 또한 조합원의 주인의식 부족과 자립의지 부재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점이다.

이러한 문제들은 협동조합의 이념과 원칙에 입각한 협동조합 경영론을 새롭게 발전시킬 기회를 차단했다. 이에 따라 협동조합 경영 환경을 고려하여 개혁방향과 대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협동조합이 비판적 안정상의 오류를 내포하고 있는 경제(일반), 신용, 지도교육 등 각종 사업을 수행하면서 추구해야 하는 “경영체제 및 기술상의 효율성”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협동조합이 본질적으로 내포하고 있는 “사업조직체로서의 구성과 운영상의 특성”과 같은 관점에서 조속한 개혁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조합사업의 이용권이 조합원에 국한되어 조합원의 권리행사가 출자의 다수에 제약받지 않아야 한다.

지난 수십년간 이어져온 ‘아나로그식 경영시스템’을 가지고는 21C의 협동조합의 발전은 어렵다고 본다. 협동조합의 개혁은 격렬한 백가쟁명식 토론과 무질서한 여론몰이식 비판에 편승되어서는 안된다. 협동조합 책임자들은 인사권 행사가 선거 결과의 논공행상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해야 하며 독선적인 인사행정으로 조합원과 분열을 초래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조합원에게 숨길 것이 없는 조합, 회원조합에게 숨길 것이 없는 중앙회, 조합원에게 모든 것을 알려주는 조합, 회원조합에게 모든 것을 알려주는 중앙회로 탈바꿈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농업협동조합법의 제1장 총칙 제1조 목적은 농업인의 삶의 질을 높이고, 국민경제의 균형있는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하였으나 국가 경제발전의 토대인 농업정책에 대해 오류를 범하고 농촌을 외면한 정부로 인해 협동조합은 지구상에서 존재하지 않는 공룡의 골다공증의 말기로서 자멸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