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 희 당진산악동우회 회장

명산의 고장! 충북 제일의 산 속리산(1058)은 천황봉을 필두로 하여 비로봉, 입석대, 신선대, 문수봉, 문장대, 관음봉, 묘봉, 상학봉에 이르는 천고지가 넘는 여덟개의 봉우리가 적당한 거리와 간격을 두고 솟아 있으니 충북알프스라 부르는 기암괴석의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아름다운 산이다.

여덟, 팔 자와 인연이 깊은 이 산은 광명산, 지명산을 비롯하여 옛 이름만도 여덟 개가 있으며 봉우리 또한 여덟 개에 달한다. 천황봉에서 발원한 물줄기는 낙동강, 금강, 남한강으로 이어지는 삼파수의 발원지이며 이 산 어딘가에 팔진 도법으로 진을 친 세인들은 볼 수도 찾을 수도 없는 도인들만의 별세계가 있다고 전해오며 많은 전설과 보이지 않은 내면의 세계인 이상향의 마을 우복동 또한 이 곳 속리산 근처에 있다 전한다.

속세를 멀리 떠난다 하여 명명한 속리산! 이 산의 서쪽 맨 끝자락에 위치한 상학봉 구간은 산세가 범상치 않고 기암이 침봉을 이루며 4개의 수려한 봉우리가 동서로 길게 뻗어 있으니 이 산이 오지의 정취와 기암괴석의 신비가 함께 어우러진 빼어난 절경의 산! 비천 상학봉(834m)이다.

학 떼가 이곳에 모여들어 놀았다는 데서 유래되었으며 그동안 베일에 가려진 이 산은 괴산과 청천의 도로개통으로 인해 또 하나의 비경이 탄생했으며 흙 속에 묻혀있는 진주와 같은 산이다. 또한 때묻지 않은 산행지는 눈길 가는 곳마다 새롭게 펼쳐지고 바위조각과 같은 점입가경은 잠시라도 지루함이 없는 절경을 자랑하는 산이다.

초겨울의 세찬 바람이 옷깃을 스쳐간다. 운흥리 마을회관을 지나 한적한 시골정취가 서려있는 인삼밭 사잇길을 10분 가량 오르니 갈림길에 이른다. 우측은 매봉으로 가는 길이며 좌측의 토끼봉으로 향하는 길을 따라 오르니 가파른 경사길의 산세는 암릉이 능선을 따라 오르는 형국을 이루며 가파른 등산로는 낙엽이 소곡이 쌓여 온 산을 뒤덮으며 이 떨군 나무가지에 세월이 못내 아쉬운 듯 지금도 지고 남은 잎새는 바람따라 하늘거린다.

15m의 로프구간을 지나 턱까지 차 오르는 숨을 겨우 진정시키며 시원스러운 조망이 펼쳐지는 토끼굴 밑 흰색 너른 암반 위에 배낭을 벗어두고 한사람 빠져나갈 만한 곳을 로프를 잡고 오르다가 석굴을 기어서 겨우 올라서니 또 다시 6m 암벽을 로프에 의지하여 오르니 거대한 암봉으로 이루어진 15m 높이의 정상은 문장대를 능가하는 규모와 시원스러운 조망으로 아름다움을 넘어서 신비스러울 만큼 빼어난 풍광을 느낄만한 곳이다.

넓고 평탄한 암반 위에 토끼 모양을 한 중형차 크기의 바위가 참으로 절묘하다. 하산길은 올라오던 길을 되돌아 다시 토끼굴을 빠져나와 암릉길을 따라 주능선을 향하니 거대한 맥주병을 거꾸로 세워놓은 듯한 30m 첨탑바위 밑에 이른다. 8m의 암벽을 바위 틈새를 잡고 올라서 첨탑바위 우측을 안고 계곡으로 돌아서니 금방이라도 넘어질 듯 음습하게만 느껴진다. 버스 크기의 바위가 계곡을 막으니 겹쳐진 바위굴에 엎드려 손과 무릎으로 칠보 가량 기어나가니 이 곳이 하늘로 통하는 통천문이다.

통천문을 통과하자 주 능선에 닿는다. 10m거리에 1m 넓이로 갈라진 높이 7m 바위틈새를 6m 가량 북으로 들어서니 그 끝이 천 길이며 암벽 끝에서 바라보는 토끼봉과 첨탑바위가 거대한 암산 위에 다시 우뚝 선 절묘함은 자연의 오묘함이 극치를 이루는 곳이다.

주능선을 따라 처음 맞는 봉우리에 이르니 온통 암릉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곳을 지나 내리막에 접어드니 바위와 바위 사이가 겨우 한 사람 빠져나갈 만한 곳들이 온 산에 막힘없이 교묘하게 이어져 있는 신비한 길이 연이어진다. 가파른 바위지대를 40m 가량 내려서니 침니 밑으로 이어지는 좁은 개구멍바위를 일곱 보 가량 손과 무릎으로 기어서 비집고 겨우 빠져 나오자 산양들이나 다닐 법한 길이 나온다. 다시 로프를 잡고 우측으로 십 보 가량 이동하여 밑을 바라보는 순간 갑자기 숨이 막힐 듯 아찔한 8m 암벽을 만난다. 숨을 몰아쉬며 온 힘을 다해 로프를 잡고 한 발 두 발 한참을 내려서서 이제는 하는 마음으로 돌아서니 또 다시 거대한 석굴이 다가선다. 넓이와 높이가 2m 가량 되며 길이가 7m 가량 된 ㄱ자형 석굴이 흡사 누군가가 정교하게 쌓아놓은 듯하다. 석굴을 북쪽으로 빠져나와 1.5m 바위를 올라서서 4m 거리에 또다시 바위 밑을 기어서 칠 팔보 이상 빠져나오니 정면에 상학봉이 보이며 두 번째 암봉의 널따란 암반에 올라서니 그 동안의 어려움이 한 순간에 잊을만한 시원스러운 조망이 펼쳐진다. 동쪽으로 문장대와 천황봉이 그 모습을 드러내며 북쪽으로 금단산이 손을 내밀면 닿을 듯하다.

표고가 심한 내리막길은 온통 바위지대로 이어진 험준한 길이며 그 길을 따라 20여분 내려서니 산 중턱을 돌며 띠를 두른 듯한 6m 높이의 직각 암벽이 시야를 막는다. 배낭을 로프에 묶어놓고 암벽 중간 틈 사이로 매어놓은 로프를 잡고 힘겹게 올라서 다시 배낭을 메고 급경사를 10여분 가량 오르니 세 번째 봉우리에 이른다. 그 험준한 길에서도 말잔등처럼 부드러움과 포근함을 느낄 수 있는 삼봉과 정상 중간의 능선을 밟고 올라서니 상학봉이다.

사각바위를 겹겹이 쌓아놓은 듯한 정상은 여느 산과 사뭇 다른 분위기를 풍기며 통나무 사다리를 타고 정상에 올라서니 다시 가슴 속까지 시원스러운 조망이 펼쳐진다. 처음부터 범상치 않은 산세라고 생각했었는데 기대 이상으로 아름다운 산이며 잠시라도 마음놓을 수 없는 험준한 산이다. 약간의 모험을 느낄만한 산을 생각하거나 등산을 시작한 지 열 손가락 꼽을 정도의 산악인이라면 꼭 한번 권할 만한 산행지로 산행 후 오랫동안 기억될 산이며 다시 한번 가 볼만한 산으로 남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