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폭설이 내린 뒤 대전을 다녀왔다. 서산에서 홍성, 청양, 공주를 거쳐 대전으로 가면서 서해안 지역에 눈이 참 많이 왔다는 것과 대자연의 힘이 무섭다는 것을 지난 여름에 이어 다시 한번 더 느꼈다. 눈이 녹지 않고 길이 미끄럽다 보니 목적지까지 가는데 예전보다 한 시간 이상이나 더 걸렸다. 짜증도 나고 갑갑하기만 하였다. 그러다 문득 정부란 무엇인가? 또 공무원들은 무얼 하는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 일만 생기면 정부타령이고 공무원을 잡느냐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5개 지역을 지나면서 ‘각 자치단체마다 폭설에 대응하는 방법이 다른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지역마다 강설량(降雪量)이 다르고 도로마다 교통량(交通量)도 다르다는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도로 위의 흔적(?)을 보면 해당 자치단체에서 폭설에 대해 어떻게 준비하고 어떤 방식으로 대처했는지 대응방식을 알 수 있었다. 무책(無策)이 상책(上策)이라는 전형적인 무사안일주의방식으로 대응한 자치단체가 있는가 하면 능동적으로 대응하여 차선이나마 문제를 예방하려는 노력을 보인 자치단체가 있었기 때문이다.
넓은 의미로 정부(Government)란 국가 자체 또는 입법·행정·사법의 모든 기관을 총체적으로 지칭하는 의미로 사용되기도 하나 일반적으로는 행정부만을 지칭한다. 자치단체도 지방의 일반행정을 종합적으로 책임지고 있다는 의미에서 지방정부라고 할 수 있다. 지방자치가 본격화되면서 주민들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있는 대부분의 일들은 지방정부가 수행해야 한다. 지방정부의 자치권 확립 및 분권화 확대가 중앙정부에서 시혜를 베풀 듯이 이루어지기보다는 지방정부의 실질적인 역량강화 및 적극적인 문제해결을 통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전문성이 확립된 행정의 모습은 물론 주민의 입장을 고려한 행정과 주민의 의견을 들으려는 행정의 모습을 기대하는 이유도 다름 아니다. 올바른 문제해결이 책상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동안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정부도 지역에 따라서는 지역주민의 정부(政府)이기보다는 기득권층 또는 토호세력들의 정부(情夫 or 情婦) 역할을 한 경우가 있었다. 이러한 예는 20%에 가까운 민선 2기 자치단체장이 불법·부정과 연관되어 사법처리 되었던 사실에서도 발견된다. 또한 공무원(公務員)중에는 소수이지만 공무원(空務員) 또는 공무원(公無員)들이 있었다. 국민의 88%가 공직사회의 부정부패가 심각하며, 금품·향응제공이 민원처리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여론조사결과(대한매일, 2002. 10. 23)나 공무원의 직무관련 범죄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는 대검찰청의 ‘2002 범죄분석’은 이러한 예로, 향후 공직사회의 방향을 제시하는 나침반과 같은 구실을 하고 있다.
고대 희랍인들은 ‘국가’는 배(船)로, ‘정부’는 조타수(helmsman)라고 연상하였다. 하지만 필자는 오히려 ‘정부’를 ‘기관실’로 대치하고 ‘공무원’은 ‘선원’이라고 주장하고 싶다. 변화와 개혁의 질풍노도(疾風怒濤)가 예상되는 새 정부하에서 지방정부는 정부(正否)를 잘 가려 주민들의 신뢰를 쌓고, 이를 발판으로 명실상부한 ‘지방분권화’를 획득해야 할 것이다. 또한 공무원들은 ‘전문성’과 ‘윤리성’을 무기로 지역현안을 자신감있게 그리고 적극적으로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 이러한 노력에 따른 지방행정의 운영은 ‘시민사회와 시민운동이 우리 사회를 이끌어 가는 중심이라는’ 생각과 일치하는 것이다. ‘변화와 개혁’이라는 시대의 큰 흐름에서 지방정부와 공무원들이 대상이 되기보다는 주체가 되어야 할 것이다. 주민들로부터 지지를 받는 주체가 되기 위한 준비와 노력을 하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