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오년(壬午年)을 보내고 계미년(癸未年) 새해가 시작된 지도 벌써 한달이 지나고 있다. 이제는 개인이나 직장이나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벗어나 일상생활로 돌아와 차분한 마음으로 계획했던 일을 하고 있을 시기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는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지난해 12월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자가 된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행보에 온통 관심이 집중되어 있는 듯한 느낌이다. 성질 급한 정치인들은 다가오는 2004년 총선을 향해 재빠르게 움직이고, 기업인은 기업인대로 새정부 정책을 파악하느라 여념이 없다. 나라 전체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발표 하나 하나에 요동을 치고 있다. TV, 라디오, 신문 등이 앞다퉈 보도하니 그럴만도 하겠다.
필자는 우리 사회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개운치 않은 마음으로 팔불출과 푼수를 생각하게 된다. 사전적으로 팔불출은 몹시 어리석은 사람을, 푼수는 자기 분수를 모르고 덤벙대는 짓을 예사로 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그러나 일상생활에서 팔불출은 며느리 자랑, 자식 자랑을 잘 하는 사람을 지칭하고, 푼수란 지능이 모자라서 나설 자리인지 아닌지, 일어날 자리인지 앉아 있을 자리인지를 구분 못하는 사람을 조롱조로 부르는 말이다.
팔불출과 푼수는 이들만이 아니다. 자기의 이익을 위해 권력을 좇아가는 「철새 정치인」이나, 권력에 붙어서 떨어질 줄 모르는 「진드기 정치인」은 우리들 눈에 무엇으로 비춰질까? 남의 상가나 혼사 집에 끼여 염치 불구하고 상주와 혼주 옆에서 손 인사를 열심히 나누는 정치인들이나 선거직 지망생들, 자기 책임을 타인에게 미루고 자랑과 생색내기에 몰두하는 사람, 수 없이 사진명함을 돌리며 자기 PR을 일삼는 사람들처럼 본연의 자기 직분과 직무에는 소홀히 하면서 오직 자기를 알리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는 낯 두꺼운 인물들을 쉽사리 보거나 만날 수 있다. 과연 우리는 이와 같이 염불보다 잿밥에 마음이 가 있는 몰염치한 사람들을 무엇이라고 불러야 할까? 아마도 팔불출이나 푼수중의 하나일 것이다. 아니면 팔불출이요 푼수쟁이라고 하면 되지 않을까? 어차피 팔불출이나 푼수는 오십보 백보 차이니 말이다.
제발 양의 해인 올해는 팔불출과 푼수가 나타나지 않도록 사람들이 자각하는 큰 해로 기록되었으면 좋겠다. 우리는 지난해 대통령 선거를 통해 정치인을 포함해서 사회 지도층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민심과 떨어져 있었나를 여실히 볼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2030세대의 결집된 힘으로 표현되었다. 사회에 진출하기 시작한 2030세대의 선거 참여는 선거철에 얼굴을 알리는데 열중했던 소수 명망가가 지배하는 사회가 아닌 대중이 지배하는 사회로 전환되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었다. 이로 인해 사회발전에 나름대로 기여해온 5060세대들이 허전함과 허탈감, 그리고 사회로부터의 소외감을 느끼고 있다는 보도도 있었다. 일면 수긍이 가는 말이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면 2030세대들의 바람과 욕망은 어떤 의미에서 참여민주주의의 에너지가 되었다.
여기에 5060세대들의 경험과 경륜을 잘 조화시키면 제2, 제3의 새로운 국력을 창출해 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이러한 조화는 구호와 선전만으로 될 수 없으며 겸양을 갖추고 도덕적으로 깨끗한 사람을 통해 가능하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다. 그러한 의미에서 우리 모두 겸손함과 도덕을 실천하고, 왔을 때와 떠날 때의 마음이 같은 사람들이 오밀조밀 모여사는 공동사회를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했으면 참 좋겠다. 균형감각을 갖고 빛보다 소금이 되는 사람들이 대접받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