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보다 장애인 능력 향상이 우선

보건사회연구원의 2000년 장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장애인은 전체 인구의 3.09%인 144만9천5백명이다. 이중에 실업자는 18만1천명으로 실업률이 무려 28.45%에 이르고 있다.

많은 장애인들이 직장 생활을 통해 사회적·경제적인 독립을 원하지만 장애인을 고용하는 사업장은 극소수이고 또 취직이 됐다해도 작업환경이 맞지 않기 때문에 조기에 일을 중단하는 경우가 많다. 장애인의 고용은 늘 불안하기만 한 것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당진군에 ‘장애인표준사업장’이 문을 열어 석문면 교로리에 위치한 치과의료용품을 만드는 장애인표준사업장 (주)바이오제네시스(대표 이상휴)를 찾았다.

장애인 위해 설계된 사업장

주차장부터 사업장까지 가는 길에 길게 이어져있는 시각장애인용 보도블럭이 눈에 들어왔다. 그 길을 따라 현관에 들어서자 자동문이 ‘스르르’ 열린다. 하나의 자동문을 지나면 또 하나의 자동문.

지난 2월에 완공된 터라 실내는 무척 깨끗했다. 23일 열릴 준공식을 앞두고 직원들이 청소를 하고 있었다. 사업장을 둘러보면서 느낀 것은 모든 사무실 문에 턱이 없다는 것이다. 휠체어를 타거나 목발을 짚고도 문턱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자유롭게 이동이 가능했다.

2층에 있는 관리부로 가기 위해 계단을 오르는데 바로 옆에 엘리베이터가 보인다. 2층짜리 공장에 엘리베이터가 있는 것도 이곳이 장애인을 위해 설계된 사업장임을 보여주고 있었다.

“장애인에게 기회를 주고 싶었다”

녹차를 앞에 두고 마주한 바이오제네시스의 대표이사는 현재 당진에서 서울치과를 운영하고 있는 이상휴 원장이다.

휠체어에 몸을 맡겨야 움직일 수 있는 그 역시 척추 장애 1급으로 장애인표준사업장을 열기까지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고 전한다.

“사재를 털어 시작했습니다. 내가 장애인으로 살다보니, 비장애인과 장애인 사이에 눈에 보이지 않는 벽을 느꼈어요. 나 같은 장애인들에게 안정적인 고용과 편안한 작업환경을 보장해주고 싶었어요.”

2001년 용인에서 인공치근인 ‘인프란트’ 공장을 세운 이상휴 대표는 장애인고용촉진공단에서 ‘장애인표준사업장’ 대상업체를 공모한다는 연락을 받고 신청했다고 한다.

“서울과 부산, 그리고 당진의 우리 사업장 이렇게 3군데가 선정됐어요. 공단(장애인고용촉진공단)에서 12억을 지원해주고 중증장애인 12명을 포함해 장애인 40명을 의무적으로 고용 하게 돼있죠.”

현재 바이오제네시스에 고용된 장애인은 총 29명, 그중 1·2급 중증장애인이 9명이다.

“장애인들이 비장애인들보다 일의 효율이 떨어지는게 사실입니다. 평생을 도움만 받고 살아온 장애인은 자립심이 부족한 경우도 많거든요. 그들이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래요.”

여기까지 오는데 지인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말하는 이 대표는 여러 사람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같은 꿈을 이루지 못했을 거라고 말했다.

“시설도 좋고 사람들도 좋다”

공단에서 추천한 장애인들이 이 곳 사업장으로 오는데, 이들은 2~3개월의 수습기간을 거친 후 정시 고용된다.

주 5일, 하루 8시간 근무를 하고 주말이면 자신의 집에 가서 쉰다는 바이오제네시스의 직원들은 대부분 이 직장에 만족하고 있다.

지체장애 2급인 최선경씨는 “전에 있던 곳보다 기숙사와 시설도 좋고, 일도 어렵지 않아요. 그리고 무엇보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너무 친절하고 좋은 사람들이에요”라고 말한다.

진용태(지체장애 3급) 대리도 “애초에 장애인을 위해 만든 시설이라 생활에 큰 어려움은 없어요”라며 “장애인표준사업장의 취지가 장애인들이 어딜 가서도 업무를 할 수 있도록 능력을 키우자는 거거든요”라고 장애인표준사업장에서 일하게 돼서 만족스럽다고 덧붙인다.

이윤추구가 첫번째 목적이 아니라 장애인 능력 향상이 첫번째 목표라는 바이오제네시스, 이 같은 장애인표준사업장이 늘어나 앞으로 더 많은 장애인들에게 고용의 기회가 제공되길 바란다.

조영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