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대면 대촌리에 사는 이성구씨를 만나러 가는 길, 큰 도로를 빠져나와 접어든 소로가 참 예쁘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맞으며 서 있는 길가의 소나무들이 동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아기자기한 길을 굽어보고 있었다. 이 길처럼 곧 만나게 될 부부의 삶도 예쁠 거라는 예감, 집안으로 들어서면서 부터 그 예감이 맞아떨어졌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인연은 그렇게 찾아왔다
이성구씨는 살던 집에 화재가 나고부터 1년 정도 방황을 했다. 마음을 잡지 못하고 있다가 틈?형을 통해 장사를 배우러 중국에 자주 드나들었다. 중국에 있는 동안 백두산을 등반할 기회가 있었다. 그때 함께 동행했던 잘 아는 형수님께 농담 반 협박 반으로 중매를 부탁했다.
“형수님, 참한 신부감 있으면 소개시켜 줘요. 이거 숙제니까 꼭 알아봐요. 숙제 못하면 손바닥 맞는 거 알죠?”
얼마 지나 보게 된 맞선. 원래 성격이 밝고 이야기를 재미있게 하는 그는 농담투로 다짜고짜 “결혼 할거냐, 안할 거냐, 나 바쁜 사람이다”하고 말했다고 한다. 당연히 그 자리에서 들을 수 없는 대답인 줄 뻔히 알지만, 이성구씨는 최미연씨의 마음을 알고 싶어서 그럼 고향구경이라도 시켜달라고 했고 최미연씨는 흔쾌히 승락했다.
이렇게 해서 둘의 달콤한 연애는 시!
작됐다.
반대부터 하는 건 편견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이성구씨는 자신이 국제결혼을 한다는 것에 자신감이 없었다. 그래서 먼저 국제결혼을 한 선배나 친구들을 만나러 다녔다고 한다. 여러 사람의 얘기를 들으면서 이성구씨는 내가 쓸데없는 걱정을 했구나 생각하고 마음을 굳혔다. 주위에서는 반대도 심했다고 한다. 국제결혼을 했다가 잘못된 이야기도 들었고, 처갓집이 있어야 양쪽 집을 오고가는 재미도 있고 할텐데 그렇게도 할 수 없지 않느냐는 말도 들었다.
이성구씨는 그러나 이 말들은 일부의 사실만을 가지고 전체를 판단하려는 편견이라고 생각했다. 얼마든지 마음 맞춰 잘 살 수도 있고 처갓집이 국외라고 해도 해외여행 가는 마음으로 다녀올 수도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 잘 사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주위 사람들의 편견이 잘못된 것임을 증명해 나가는 것이다.
올 가을이나 내년 쯤 결혼식 올려요
두 나라를 왕래하며 만나야 했기 때문에 실제로 만난 시간은 길지 않았다. 서로 거리가 많이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만나는 장소는 중간지점인 북경으로 정했다. 중국의 여기저기 구경을 다니다 보니 데이트 하는 것이 다름아닌 해외여행이었다. 이렇게 조금씩 둘만의 사랑을 쌓아가던 두 사람은 최미연씨 할아버지의 권유로 중국에서 결혼식을 올리게 되었다.
결혼식은 전통혼례로 치렀는데 한국식 전통혼례와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절차를 알지 못하는 이성구씨는 어리둥절한 상태에서 가르쳐주는 대로 식을 올렸다.
이성구씨에게는 어디서도 경험해 볼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이들 부부가 우리 나라에 들어와 산 지는 만 2년이 되었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은 4년 전, 불이 났던 그 자리에 새로 지은 것이다. 암투병 중이었던 이성구씨의 어머니가 작년 가을에 돌아가시고 나서 두 사람은 그동안 미뤄왔던 한국에서의 결혼식을 계획하고 있다. 올 가을이나 내년 쯤, 두 사람은 다시 한 번 금술 좋은 부부임을 과시하며 행복한 미래를 계획할 예정이다.
열심히 사는 우리 부부, 행복해요
“결혼 안했으면, 많이 방황했을 겁니다. 안좋은 일이 계속 있었으니까요. 결혼하고 나서 마음이 편안해졌어요. 결혼 안했으면 요런 아들이 어디서 생겼겠어요”하며 아빠를 꼭 닮은 아들 우진이(3)를 쳐다본다. 그는 총각 때 느껴보지 못한 행복을 한껏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이성구씨는 계룡건설에 근무하고 있다. 성실하게 일하고 있는 남편!
에게 뒤질세라 아내 최미연씨도 석문에 있는 횟집에 나가고 있다.그녀는 손재주가 많아 무엇이든 빨리 배우고 남들보다 능숙하다. 은근히 아내 자랑을 하는 남편은 그러나 아내가 안쓰러울 때가 많다. 일이 늦게 끝나기 때문에 잠이 부족해서 많이 힘들어 한다. 하지만 어렵다는 소리 한마디 하지 않고 잘 버텨주는 아내가 이성구씨는 고맙기만 하다.
옆에서 조용히 듣고만 있던 최미연씨도 남편 자랑을 한마디 한다.
“제가 운전을 배우기 전에는 출·퇴근까지 시켜줬어요. 자상하고 듬직한 남편과 함께 있어 정말 행복해요.”
“불이 난 자리에 집을 지으면 번성한다는 말이 있는데 아직 그럴 기미가 안보이네요”하고 허허 웃는 이성구씨의 얼굴이 밝다. 예쁘게 사는 이성구·최미연 부부의 마음 하나만으로도 이 가정에 행복의 불씨는 이미 화르르 타고 있는 것이다.
이필용 기자 pylee@djtime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