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웃음꽃 파는 분식점 <다솜방 designtimesp=6613>
풍파가 없냐구요? 천만에요. 나는 지금 나를 돕고 있답니다.
합덕읍 운산리 안석자씨
사람들은 무슨 일이든지 너무나 심각하게 대함으로써 삶의 여유를 잃는다. 이렇게 되는 근본적인 이유는 인생의 어떤 부분은 기대와 다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수긍하지 않는 태도에서 비롯된다.
사람들은 너무나 단순하게도 삶의 모든 부분이 자신이 원하는 어떤 특정한 방식대로 흘러가기를 바라지만, 누구나 알다시피, 세상사는 자기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셀 수 없이 많은 기대를 떨쳐 버리고 인생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이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뭔가에 집착하는 행동은 심각함과 초조감이라는 가시밭으로 통하는 길이다. 그러니, 그냥 삶을 그 모습 그대로 내버려두는 것이야말로 명랑해지는 지름길이다.
인생과 맞서 싸우는 대신 그것을 받아들여라. 그리고 그것과 함께 춤을 추어라. 결국 자신의 얼굴이 밝아지게 되면 인생 또한 훨씬 즐거워질 것이다.
미국에서도, 일본에서도, 그리고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베스트셀러가 된 책, 리차드 칼슨의 <우리는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건다 designtimesp=6626>에 나오는 대목들이다.
비단 이책 뿐만이 아니라 많은 저서에서 인생을 이렇게 보고 있다.
" 진정으로 인생을 살려고 하는 순간에 자꾸만 닥쳐오는 문제들, 그리고 먼저 해결해야 할 장애와 아직 끝내지 못한 일들, 갚아야 할 빚 등 그 앞에 버티고 있는 것들이 인생을 방해하고 있었다. 인생은 그렇게 뒤죽박죽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마침내 알게 될 것이다. 이러한 장애가 바로 인생이라는 사실을 "
웃는다는 것은 사소한 일 가운데서도 너무나 사소한 일로 여겨진다. 지금 이 순간 우리를 압도하는 것은 수많은 갈등과 문제와 고민거리이기 때문이다. 그 소소하기 짝이 없는 웃음은 비집고 설 자리조차 없다. 이순간에 웃는 사람은 아마도 아무 문제도 없어 행복에 겨운 사람이거나 문제를 해결할 충분한 능력을 가진 사람일 것이라고 여겨진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는 것이다. 단지 인생을 바라보는 눈이 바뀌는 것만으로도 웃음은 솟아날 수 있고 그 웃음으로써 문제의 해결은 좀 더 쉬워진다는 것이다.
불가에서 유명한 어떤 스님은 가르치는 일에 지나치게 엄격한 자신을 바꾸기 위해 <미소 수행 designtimesp=6632>을 했다는 일화도 있다. 웃음은 자신을 닦는 한 방편이기도 하다는 것.
합덕읍에서 분식점 <다솜방 designtimesp=6635>을 운영하고 있는 주인 안석자(44세)씨는 <웃음 designtimesp=6636>으로 유명하다. 그녀의 환한 웃음은 불혹의 나이 마흔을 넘은 모습을 감쪽같이 아이의 천진한 모습으로 바꿔 놓는다. 바라보고 있노라면 보는 사람에게도 웃음이 스며드는 것 같다. 안씨가 짓는 웃음의 빛깔은 노랗게 해맑은 수선화다. 그것도 햇빛 아래 눈부시게 빛나는.
<다솜방 designtimesp=6638>이라고 쓰인 조그만 티코승용차를 타고 바삐 음식배달을 다니고 주방에서 다른 아줌마들과 함께 요리를 만들고 홀 안에서 음식 서빙도 하는 보통 음식점 주인이지만 그녀에게는 항상 상큼한 웃음꽃이 피어 있다. 고객을 맞는 옷매무새도 어디 하나 흐트러져 있지 않다. 다니기 편하게, 보기에도 경쾌하게, 하지만 깨끗하고 단정하게 갖춰 입었다는 느낌이 든다. 그것은 어색한 가식의 느낌이 아니라 정성스럽고 진지하다는 느낌이어서 좋다. 이곳은 그녀에게 그저 어림 어림 다녀가는 곳이 아니라 마음으로부터 작정하고 일하는 일터인 것이다.
이 조그만 시골 분식점에서, 어대충 해도 크게 눈에 거슬릴 것이 없는, 그렇고 그런 아는 이웃들 틈바구니에서 그녀의 웃음과 매무새는 그래서 더욱 도드라진다.
본인은 해픈 웃음이라고 하지만 그 해퍼보이는 웃음 저편에 훈련된 자기절제와 자기관리가 있음을, 알 사람은 알 것이다.
가만히, 아주 가만히 들여다 보면 그 눈 속에 가끔 눈물이 고였다 흘러드는 걸 느낄 수 있다. 그래, 누구라고 인생의 풍파에서 비껴갈 수 있었겠는가. 어렵게 지나온 사연으로 치자면 그 사연 또한 적지 않음직한 눈인데 어쩌면 저렇게 맑고 밝은 표정을 지을 수 있는지 문득 궁금해진다.
“인상이 좋다는 얘기는 많이 들어왔지만 특별할 게 뭐 있나요? 이왕 사람 만나서 인사하는 거 정말 반갑고 기쁘게 마음을 전하자, 그런 거예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예요.”
거두절미하고 재빠르게, 그러나 여전히 미소를 머금은 채 말하는 안씨. 남을 위해서도 아니고 그저 자기 자신을 위해서 웃는 일인데 그걸 특별하게 여기는 게 더 이상하다고 끝까지 멋적어하는 안석자씨를 보면서 우울한 일로 늘 경직된 표정을 짓고 있는 나와 내 이웃들이 좀 더 가벼워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비결요? 비결 없어요. 슬프고 어려울 때 슬프고 어려운 표정을 짓는 것은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죠. 하지만 그게 과연 누구에게, 어떤 도움이 될지 생각해 보면 나에게도, 타인에게도, 아무에게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요... 때로는... 잘 되지 않을 때도 있어요. 맞아요. 늘 웃는다는 거...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거예요.”
남편과 중학생 아들과 노모와 함께 살면서, 7년째 분식점을 하면서 사는 일이 다른 어떤 삶에 비해 더 여유있을 까닭도 없다. 오히려 늘 웃음으로 마음을 가다듬고 있기 위해 남들보다 더 치열하게 삶을 대면하고 있어야 하는지 모른다. 그런 노력 덕분인 것 같다.
쉽게 물러나지 않는 막판 더위의 기승으로, 잔뜩 찌푸린 마음들로 삶이 유난히 지쳐보이는 오후 한 때, 안석자씨의 삶이 싱싱한 초록 꽃받침 위에 활짝 핀 화사한 꽃처럼 유난히 예뻐 보이는 것은.
김태숙 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