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 주위에서는 산을 개간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다. 지금은 그 밭이나 논 중의 상당면적이 휴경지로 남아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시대가 변하고 상황이 변한 것이다. 그런데 당진군이 이런 시대적 변화를 인식하지 못하고 구태의연한 행정으로 일관하고 있어 걱정이다. 다름 아니라 석문간척지 내 잔여지를 계획대로 농지조성하겠다는 것이다. 그곳은 지난 91년 물막이 공사를 마치고 지금까지 10여년 동안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천연 생태공원임에 우리를 더욱 안타깝게 만든다.

엄청난 갈대숲을 비롯하여 많은 야생화와 식물들이 자연 그대로 습지를 이루며 자라나고 있다. 또한 여치, 메뚜기, 베짱이, 방아개비, 나비, 잠자리, 나방, 귀뚜라미, 방울벌레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곤충이 서식하고 있다. 그리고 미꾸라지, 붕어, 송사리, 피라미 등 많은 물고기가 살고 있으며 개개비와 뻐꾸기, 흰뺨검둥오리, 백로, 가창오리, 해오라기, 꿩, 비둘기 등 여러 종류의 조류가 서식하고 있다. 거기에 고라니, 너구리, 오소리, 쪽제비 등 많은 야생동물들의 생활터전이기도 하다. 이미 그곳에는 번식과 성장을 모두하는 붙박이 야생 동·식물들이 많이 생겼다. 한마디로 대규모 야생갈대숲과 습지를 갖춘 야생동물들의 천국이고 자연 생태공원이라 불러도 전혀 손색이 없다. 갈대숲과 철새는 물론이고 생태학적으로 가치를 지니는 습지는 관광자원으로도 너무나 훌륭하다.

그런데 이런 훌륭한 천혜자원을 이미 계획된 사업이라며 당진군은 농지조성을 고집하고 있다. 당진군은 전체 4백㏊ 중 올해 2백㏊를 농지조성할 계획이다.

정부에서는 매년 1백 50만평의 농경지를 다른 용도로 전용해 주고 2년 전부터는 쌀이 남아돌아 쌀 증산정책을 포기하고 오히려 휴경지 보상까지 해주며 쌀 감산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논을 만들기 위해 천혜의 관광자원과 야생 동·식물들의 서식지를 파괴하는 것은 너무나 불합리하다. 사람이 아니면 모두 개발대상이라고 생각하는 어리석은 사고와 예산이 서 있고 이미 계획된 사업은 변경할 수 없다는 고정관념이 문제다. 아무리 10여년 전에 세워진 상급기관의 계획이라지만 잘못되고 시대상황에 맞지 않는다면 그 계획을 과감히 바꿀 줄도 알아야 한다.

이제는 야생 동·식물의 낙원을 보존하고 관광자원으로 개발하는 방법을 찾아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이미 일본과 독일, 네덜란드같은 선진국은 물론이고 인근 서산같은 지역에서는 농민들의 피해를 보상해 주며 철새와 습지를 보호하는 생물다양성 관리계약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이는 생태보존의 중요성과 함께 관광자원의 중요성을 인식한 앞서가는 발상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식량안보차원에서 농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면 그때 가서 농지로 바꾸어도 늦지 않을 것이다. 농지조성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몇 개월이면 충분한데 굳이 쌀이 남아도는 지금 훌륭한 자원을 파괴하면서까지 논으로 만든다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일이다.

지역환경과 야생동·식물들의 낙원을 보호하고 관광자원을 지키기 위해 석문간척지 농경지 조성을 미루고 예비농지로 남겨놓을 것을 제안하는 바이다. 당국에서는 빠른 시일 내에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전문가와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발전적이고 건강한 개발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