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개혁의 내용은 무엇인가? 무능하고 부패한 인물들, 부적격 인사들을 정치 현장에서 얼마나 배제시킬 수 있는가? 또 새로운 정치시스템을 만드는데 필요한 능력있는 개혁적 인물들을 얼마나 충원해낼 수 있는가? 이런 문제들이 오히려 정치개혁의 본질이 되어야 한다.
많은 이들이 법치가 실종됐다고 한다. 법의 지배가 안되는 이유는 특권층이 법 위에 군림하고, 법이 비현실적이어서 국민이 지키지 않기 때문이다. 법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는 이유는 국회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이 정당 보스의 앞잡이가 되어 국회에서 정당간 힘겨루기에 나서니 국회가 정상적으로 돌아갈 리 없다.
결국 제대로 된 법을 만들려면 정당민주화가 이뤄져야 한다. 우리의 민주화 지수가 낮은 이유는 정당민주화가 안됐기 때문이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사회의 다른 부분은 급속도의 발전을 이루었지만 정당은 오히려 후퇴한 느낌마저 있다. 왜 그럴까? 가장 큰 이유는 민주화 이전에 정당의 구분기준인 민주 대 반민주의 균열이 민주화로 인해 희석되면서 지역주의가 새로운 균열로 등장했다는 점이다. 지역주의에 기반을 둔 정당은 패권지역 내에서 안전한 승리를 보장받음으로써 ■공천=당선■이라는 공식을 강화시켜 주었다. 결국 총재의 공천권이 강화되면서 의원들은 공천을 받기 위해 총재의 눈치를 보게 되고 총재는 전횡을 휘두르게 되면서 의사소통이 활발해야 할 정당이 경직된 조직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우리나라 국회의원의 경우 초선의원의 비율이 55.4%에 이르러 외형상으로만 본다면 상당한 세대교체가 이루어졌다고 볼 수도 있다.
개혁, 개혁 하지만 사실은 모든 사람들이나 정치세력이 개혁을 원하는 것만은 아니다. 정치적 이념이나 현실인식의 차이, 그리고 이해관계에 따라 입장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체제에서의 기득권 세력이 개혁을 원치 않음은 자명하다. 이로 인해 역사적으로 나타났던 정치개혁 시도는 대부분 새로운 집권세력의 주변 사람들에 의해 주도되었던 것이다. 이것이 바로 개혁의 시도가 어렵고 성공은 더욱 어려운 이유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첫 번째 정치적 과제는 민주당을 개혁함으로써 다른 정당의 개혁을 주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노 대통령은 민주당의 당원에 불과하기 때문에 자신이 정당개혁의 중심에 설 수는 없다. 그러나 정당개혁 없이는 다음 총선 승리도 기대할 수 없음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최근 MBC와 갤럽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당원에게 권한을 주는 개혁정당에 가입할 의사가 있다는 응답자가 20%로 나타났으며, 특히 고학력자가 호의적이었다. 자발적인 당원을 유인하기 위해서는 정당 이념과 정책적 구심점을 가져야 한다. 당원이 믿는 신념과 가치를 정책으로 전환시킬 때 당원의 헌신과 기부를 이끌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진성당원 중심의 원외정당을 지향할 때 고민은 정당의 지배구조에 관한 것이다. 제왕적 총재는 폐지했지만 당대표가 이 자리를 대치하는 것은 아닐지, 집단체제의 비효율성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등의 문제가 있다. 원내정당을 지향하는 것이 정당민주화와 동의어로 사용되는 경향도 있어 원외정당이 추세에 맞는 것인지 하는 의문도 든다.
지역주의의 폐해 모두가 한국 지역주의의 해결과제이다. 이런 점에서 지역주의의 해결을 위한 정치개혁도 단지 선거제도나 정당구조의 개선 뿐만 아니라 지역감정과 지역차별의 사회구조를 치유하는 것과 함께 할 때 제대로 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지역감정과 사회경제적 지역균열 구조가 근본적으로 해소되지 않는 한 지역주의적 동원의 잠재력은 남게 된다. 또한 대통령의 권한이 막강한 한국정치의 현실에서 대통령에게 지역주의적 의미가 부여될 경우 지역주의적 정치 동원은 쉽게 이루어질 수도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퇴임한 대통령들이 수구적으로 지역주의를 동원하려 하면서 외형적으로는 지역감정이 증폭되기도 하였다.
신당의 명분은 지난 대선에 나타난 정당개혁에 대한 민의를 달성하는 데에서 찾을 수 있다. 신당을 만드는 목적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지역에 기반한 기존의 기형적인 정당구조를해체하고 이념과 정책에 따라 정당을 재배열하는데 있다. 다른 하나는 총재나 지구당 위원장이 가진 기득권을 모두 버림으로써 새 피를 수혈하고 당원이 정당의 주인인 정당을 만드는데 있다.
현재 신당의 방법으로 두 가지가 논의되고 있다. 하나는 현 민주당에 외부인사를 참여시킴으로써 민주당을 보완 개축하는 수준에서 신당을 만드는 통합신당이다.
다른 하나는 완전히 원점에서부터 새로 집을 짓는 개혁신당이다. 양자를 결합한 개혁적 통합신당 이야기도 나온다.
정치세력의 성격으로 보았을 때 앞으로의 한국정치는 기존의 여야 세력이 아닌 새로운, 이른바 〈제3세력〉이 주도할 수 있는 상황이 된다면 가장 바람직할 것이다. 그런데 당장의 현실에서 기존의 여야 싸움이 주도가 될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현실적인 방향은 최악의 상황을 막으면서 제3세력의 의미를 최대화시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