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릿길 도보순례단 참가
부모님 보고 싶을 때 사진보며 외로움 달래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이 있다. 그리고 "귀여운 자식은 여행을 보내라"는 말도 있다. 젊었을 때 겪는 어려움이나 고생은 나중에 삶의 밑천이 된다는 말일게다.
요즘 한 가정에서 한 자녀 이상을 낳는 부모가 드물어 부모들의 과보호 속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많은 데 오히려 스스로 기나긴 여행에 도전한 어린 친구들이 있어서 화제가 되고 있다.
"재밌을 것 같았어요"
김동현(당진읍 읍내리, 김후근,김난희 부부), 박규태(당진읍 원당리, 박종만,김언하 부부) 어린이는 제 20기 어깨동무 국토순례 대장정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지난 2일부터 17일까지 강원도 강릉에서 출발해 서울 여의도까지 천릿길을 걸어온 것이다.
어른들도 쉽지 않은 일을 해낸 두 어린이는 계성초등학교 4학년 단짝. 두 친구는 작년부터 국토대장정에 참여하고 싶다고 부모님에게 졸랐지만 어린 자식이 고생하는 것을 볼 수 없었던 부모들이 만류하는 바람에 일년을 기다린 끝에 국토대장정에 참여할 수 있었다.
어른들도 어려워하는 도전을 한 이유는 간단했다. 재미있을 거 같아서라고. 무엇이든 해보고 싶은 호기심이 물씬 들어있는 어린아이다운 대답이다.
모험에 뛰어든 아이들
순례단은 초등학교 3학년부터 고등학생까지로 구성되어 있다. 물론 나이가 어리거나 여자라고 해서 특별히 편의를 봐주는 일은 전혀 없다. 고등학생이 하는 과정을 초등학생에게도 똑같이 적용하는 것이다. 순례일정도 마찬가지.
2일 서울에서 국토순례단 결단식을 가진 후 곧바로 강릉으로 이동해 도보를 시작했다. 강원도 강릉을 거쳐 정선과 평창, 횡성군을 거쳐 경기도로 들어서면 양평군이다. 순례단이 첫날 도착해야하는 목적지는 강원도 양양. 강릉에서 출발해 하루만에 도착하기에는 그리 멀지 않지만 모든 것은 시작이 어려운 법이다. 부모 품에서 편히 지내다 갑자기 힘든 여행에 뛰어든 아이들 역시 첫날이 어려웠다.
가장 큰 고비는 둘째날이었다. 규태와 동현이는 입을 모아 정선의 가리왕산을 넘는 과정이 이번 도보순례 중 가장 어려웠다고 얘기한다. 첫날의 피로가 채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무려 13시간 동안 걷기만 했다고. 중간의 식사시간을 제외하면 거의 12시간 이상 강행군을 한 것이다. 두 친구는 "힘들어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함께 걸어준 친구들이 있어서 끝까지 갈 수 있었다"고 했다.
또다른 어려움 '식사와 잠자리'
도보여행 중 기나긴 순례일정 외에도 식사와 잠자리는 또 다른 어려움이었다. 규태는 우스갯소리로 식사시간이면 "꽁보리밥을 국에 말아 김치 두 조각을 퐁당 넣어 먹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것도 젓가락도 없이 말이다.
잠자리도 어려운 건 마찬가지였다. 잠자리는 야영을 원칙으로 했으나 폭우가 내리거나 하면 초등학교 교실을 이용하기도 했다. 특히 이번 순례기간 중에는 비가 많이 와서 힘들었다. 잠자리에 든 아이들은 피곤함을 이기지 못하고 옷도 갈아입지 못한 채 쓰러져 잠을 청했고 세수나 목욕은 며칠에 한번씩이 고작이었다.
취침 시간은 저녁 9시. 일찍 자는 대신 일찍 일어났다. 새벽 3시에 일어나 다시 도보순례에 나섰다. 그렇게 해서 최종 목적지인 서울에 도착한 것이 지난 15일이었다.
"부모님이 보고 싶었어요"
규태와 동현이는 아직 11살밖에 되지 않았다. 한창 부모 품에서 놀며 자랄 나이이다. 그 시기에 부모와 떨어져 모든 것을 혼자 견뎌 나가야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동현이는 행진하는 동안 가장 많이 떠오른 얼굴이 역시 엄마 얼굴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미 한번 시작된 대장정은 중간에 그만둘 수 없었다. 집에 가고 싶은 생각이 들 때마다 규태와 동현이는 집에서 가져온 가족사진을 보며 참아냈다.
순례단에 참가한 단원들은 휴대폰이나 현금, 시계, 라디오 등의 물품을 가져올 수 없었다. 가정으로부터 완전히 떠나 가정의 소중함을 느끼게 하려는 의도다. 그리고 단원들은 하루에 1통 이상 편지를 의무적으로 써서 부모님에게 소식을 알렸다. 이 편지들은 순례단이 도착하는 지역에서 보내졌기 때문에 각 가정의 부모가 편지를 받기까지는 며칠의 시간이 걸렸다.
어려움을 딛고 성숙한 아이들
순례단의 마지막 일정은 부모와 함께 걷는 것이었다. 그래서 부모들은 서울에서 열린 순례단 환영행사에 참석할 수 있었다. 힘든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자식들의 모습은 당당한 개선장군의 모습은 아니었단다. 입고 있는 순례단복은 땀에 절고 빨지 않아 지저분해 알아보기 힘들 정도였다고 한다.
하지만 비록 아이들의 모습은 지저분했지만 분명히 달라진 아이들의 모습은 부모들을 뿌듯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더 이상 떼쓰거나 반찬 투정부리는 어린아이가 아닌 한결 성숙해진 모습으로 나타난 것이다.
다른 친구들보다 훨씬 특별한 방학을 보낸 규태와 동현이는 이번 방학을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싶다고 얘기했다. 친구들에게 둘러싸인 채 힘들었던 순간들을 얘기할 때 만큼은 다시 이전의 어린아이로 돌아가지 않을까.
김기연 객원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