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깃을 스치는 바람이 스산해지기 시작하면 저절로 하늘을 올려다보게 된다. 끝간데 없이 푸르고 높은 하늘을 이는 뭉게구름 보면 “아, 가을이구나!” 하는 소리없는 탄성이 저절로 나온다. 가을 한가운데인 추석 무렵이면 문득문득 유년의 고향을 떠올리며 추억에 잠기곤 한다.

『누구나 가슴에/ 옹이 하나씩 묻고/ 끈끈이 살고 있어도/ 점점 높아지는 하늘을 보면/ 이 나이에도/ 콧등이 시큰해지는 설레임// 이맘 때 쯤이면/ 고향집 뒤란의/ 몇 그루 과실나무에/ 한창 무르익을 과실// 까치발을 하고 서로 다투며 따먹던/ 곰삭을 대로 곰삭은/ 유년의 기억을/ 오래오래 간직하고 싶은/ 이 가을.』 졸시 “무언(無言)으로도” 이다.

우리 사회는 가정의 위계질서 등 전통적인 가치관이 급류에 밀려나듯이 지형도가 급속하게 바뀌고 있다. 그러나 고향이나 추석 명절 등에 대한 향수는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변함없는 영원한 그리움의 곶간이다.

오늘을 가리켜 사이버시대라고 하지만, 추석 명절엔 수백만 도시의 인구가 부모님 계신 고향으로, 선영(先塋)을 찾기 위해 민족 대이동을 하고 있다. 그만큼 우리 민족은 정서적으로 풍부하여 조상에 대한 감사함을 기리며 축제의 한마당 잔치를 즐길 줄 안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좋은 계절에 추석 명절이 있다. 바쁜 일상에서 모처럼 온가족이 모여 화목을 이루고 이웃과 우의를 다진다면 삶을 보다 풍요롭게 하는 원동력이 되리라.

『달아 달아 밝은 달아 … 초가삼간 지어놓고 양친부모 모셔다가 천년만년 살고 지고…』

만월(滿月) 아래에서 흥얼거리노라면 그만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에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살아계실 때 좀 더 잘해 드릴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