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요한 만큼 갖는 게 자연의 이치
“늘 내가 손해보자는 생각으로 살아요”
대영자동차유리 김정석씨와 박찬헌씨
가진 건 적어도 늘 웃음 넘치는 매장
욕심은 욕심을 낳고 그 욕심은 더 큰 욕심을 낳는다. 욕심은 부족하다는 불안에서 오기 때문에 아무리 많이 가져도 부족하다는 불안이 남아 있으면 욕심은 사라지지 않는다. 욕심은 부족함의 문제가 아니라 불안의 문제이다.
아무리 적게 가졌어도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여긴다면 부족함도 불안도 욕심도 없다.
“누구나 자기가 필요한 만큼만 가져야 한다. 그게 이치란 거야. 꿀벌인 티비들만 자기들이 쓸 것보다 더 많은 꿀을 저장해두지. 그러니 곰한테도 뺏기고 너구리한테도 뺏기지. 그놈들은 언제나 자기가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이 쌓아두고 싶어하는 사람들하고 똑같아. 그런 사람들은 그러고도 또 남의 걸 뺏어오고 싶어하지. 그러니 싸움이 일어나고... 그러고 나면 또 길고 긴 협상이 시작되지. 조금이라도 자기 몫을 더 늘리려고 말이야... 하지만 그들도 자연의 이치를 바꿀 수는 없어.”
" 포리스터 카터의 <내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designtimesp=2387> 중에서 "
참 욕심없이 사는 사람이 있다. 당진읍 탑동 4거리 근처에서 <대영자동차유리 designtimesp=2390>를 운영하는 김정석(36세)씨. 열평 남짓한 매장에 자동차유리 제품들을 빽빽이 진열해 놓고 비좁은 탁자와 의자에 앉아 늘 맑은 미소를 짓고 있는 서른 여섯 살의 순박한 남자.
사는 모습이 하도 평범해서 자칫 놓쳐버릴 수도 있는 이 남자의 진가를 사람들은 용케도 찾아낸다. 김정석씨를 아는 사람은 한결같이 그의 근면함과 성실함에 놀란다. 정미면 봉생리 자택에서 나와 아침 8시 10분이면 어김없이 매장에 도착한다. 늘 겸손하고도 부지런한 태도로 일하는 그는 여태 누구에게 짜증을 내보지 않았다. 그러나 김씨의 진짜 매력은 ‘필요한 만큼 구하고 구한 것에 감사하는’ 그의 생활철학이다.
생활철학이라고 부르는 것조차 거창해서 싫은가보다.
“전 그냥 이런 생각으로 살아요. 욕심이라는 게 참 무서운 거구나. 많이 가진 사람들이 거기에 만족할 줄 모르고 더 욕심을 내는 것이나 작은 액수에도 더 연연해 하고 마땅히 지불해야 할 것에도 인색하게 집착하는 것을 보면서 나는 그 욕심에 휩쓸리지 말아야지... 하고 생각하죠.”
김씨의 말대로 어떤 사람들은 이런 그를 보고 약지 못하게 바보처럼 산다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김씨는 자기 삶의 기대치를 높여놓고 욕심의 노예가 되는 것보다 하루 하루의 삶에서 만족과 희망을 발견하려고 에쓰며 산다.
그가 말하는 하루의 만족이란 첫째, 자신의 매장을 찾아주는 고객에 대한 고마움이다.
“당진에는 저희 말고도 자동차 유리를 취급하는 업소가 수두룩해요. 아마 서산, 천안보다도 많을 거예요. 그런데도 저희들을 좋게 평가하고 찾아주는 분들이 계시다는 게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요.”
둘째는 자신의 처지에 대한 고마움이다. IMF로 실직한 다른 동료들을 보면서 일하고 싶을 때 일할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고마움인지를 알았다. 그리고... 비록 불구이긴 하지만 아직 일할 수 있는 자신이 얼마나 건강한지를 알았다.
사실 김씨는 네 살 때 소아마비를 앓은 뒤 한쪽 다리를 자유롭게 쓰지 못한다. 게다가 91년도에는 심한 교통사고를 당해 불편한 다리를 수술까지 해야했다. 뺑소니차량을 반년쯤 지나 찾기는 했지만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사람이라 김씨의 가슴만 더 아팠다. 1년 6개월간을 병원에 입원해 있으면서 그동안 조금씩 저축해 둔 돈을 모두 까먹었다. 그 뒤로도 6개월 이상은 직업도 없이 지냈다. 아무것도 남은 게 없을 때 김씨는 절망스러웠다.
그러나 하느님은 한쪽 문을 닫으실 때 다른 한쪽 문을 반드시 열어주신다. 좌절해 있던 김씨에게 뜻밖의 행복이 찾아왔다. 병석에 누워 하루 하루 좌절의 늪에 빠져들고 있을 즈음 김씨는 바로 그 병원에서 지금의 아내 김기분씨를 만난 것이다. 아내는 그 당시 동생의 병간호를 하기 위해 병원에 살다시피 하고 있었다.
그 뒤로 지금까지 변함없이 김씨의 희망은 새로운 가족이다. 착한 아내와 다섯 살배기 아들 기훈이.
그리고 그 희망에 깨소금처럼 뿌려지는 양념이 있다면 동업자 박찬헌(36세)씨와 일을 하며 나누는 즐거운 농담이다. 페인트칠의 명수였다가 IMF 때문에 일자리를 잃은 동료 박씨는 김씨와 함께 매장을 즐겁게 이끌어가는 동반자.
그들의 매장에는 경제적인 여유가 없는 사람들 답지않은 여유와 웃음, 넉살이 넘친다. 앓는 소리도, 장사 안돼 죽겠다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김씨나 박씨나 생의 바닥을 치고 일어난 경력이 있기 때문일까. 이들은 이만한 생에 감사할 수 있을 만큼 삶 앞에 겸손하다.
아직도 생의 바닥에 쓰러져 있는 사람, 지금 생의 바닥으로 추락하고 있는 사람, 그런 사람들의 괴로움이 오늘 이세계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쯤 이 두사람은 눈뜨고도 상상할 수 있다. 그래서 두사람의 매장에는 욕심과 분주함보다 여유와 성실함이 있다. 그리고 하나라도 더 양보하려는 미덕이 있다. 이들에게 매장은 <돈벌이 장소 designtimesp=2404>가 아니라 마치 <삶의 도장(道場) designtimesp=2405>과 같다.
김태숙 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