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진군여성정책심의위원회(위원장 정삼섭)는 지난 17일 가정복지회관 회의실에서 ‘왜 호주제 폐지인가’라는 주제로 제1회 여성정책토론회를 가졌다. 『여성이 행복한 당진만들기』라는 커다란 주제 아래 현재 사회적으로 의제가 되고 있는 호주제를 다룬 이번 토론회는 서울을 제외한 전국 시·군을 통틀어 지방단위로는 처음 있는 일이다.
각계 단체와 주민 등 1백여명이 참석한 토론회는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장성자 원장의 「양성평등사회 실현을 위한 호주제 폐지」라는 발제강연에 이어 충남여성정책개발원 민경자 정책개발부장과 신성대학 행정실무과 신기원 교수의 지정 토론으로 진행됐다. 또한 이성순(서울 동작구)씨가 호주제와 관련해 재혼여성으로서의 사례를 발표했다.
특히 이날 토론과 관련해 객석에 있던 홍광식(전 미문인쇄사 사장), 박상건(전 조금초등학교 교장), 신부자(현 가동초등학교 교장)씨가 공통적인 의견으로 호주제 폐지를 반대했다. 이들은 호주제가 폐지될 경우 나라의 근본이 흔들리며 족보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우리나라 가족제도가 붕괴될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번 토론회는 호주제 폐지에 대한 찬·반 결론을 내리기에 앞서 양성평등을 모토로, 남녀 모두가 행복한 사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계기를 마련했다.
발제> 장성자
왜 호주제는 폐지되어야
하는가
호주란 한 호적에 등재되어 있는 가족을 통솔하거나 지배하는 자로서 그 가(家)를 대표하며 이어나가는 자. 호주제는 호주를 중심으로 그 가의 영속성을 보장하기 위한 남자우선의 호주승계제도로써 호주와 가족구성원간의 종적이고 권위적인 관계로 규정, 가부장적 사고의 고착화와 남아선호사상, 성비불균형 등을 초래했다. 뿐 아니라 호주제는 현실과 무관한 추상적 가의 제도로 부계·남계혈통중심, 개인인권희생과 부부평등, 양성평등의 걸림돌이 되어왔다.
2003년도 한국가정법률상담소의 호주제 폐지에 관한 시민의식조사에서 폐지가 66.2%, 존속이 33.8%로, 응답자 중 30대 남자가 66.9%, 여자의 91.6%가 폐지를 찬성했다.
또한 지역별 폐지주장은 충청권이 76.2%, 경기도가 74.1%, 경상도가 73.8% 순으로 1999년 대비 전국적으로 찬성비율이 상승했다.
호주제는 헌법 제36조 1항(혼인과 가족 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 등을 비롯한 여러 조항에 위배되고 있다. 호주제 자체는 개인의 존엄성과 행복추구권 등 현대가족의 다양성을 거부하고 남성우월주의를 반영한다.
오늘날 한국가정은 혼인율 감소와 이혼율 급등, 출산율 저하 등으로 총체적인 위기상태. 핵가족화로 부부중심, 애정중심 관계로 변모하고 있다. 이에 이혼, 재혼가정의 이혼자, 이혼녀, 그 자녀들의 기본적인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
과거 호주제는 징병이나 조세제도의 집행을 목적으로 존재했으며 일제치하 한국을 지배하고 감독하기 위한 방편이었다.
호주제는 국제사회에서도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독일이나 그리스, 오스트리아, 미국 등은 혼인시 부부가 동일, 혹은 각자의 성을 사용하거나 부부가 자율적으로 협의해 자녀의 성을 결정한다. 이처럼 최근 외국법은 부부가 공동의 혼인성을 사용할 것인지 각자 혼인전 성을 유지할 것인지를 부부의 판단에 맡기는 입법례가 증가하고 있다.
호주제 전면 폐지를 위해서는 호주에 관한 규정, 호주제도 전제의 입적, 복적, 일가창립, 분가에 대한 규정을 삭제하고 가족 구성원간의 관계를 정의하는 가족규정이 삭제되어야 한다. 또한 호적제도의 새로운 대체방안으로 부모, 배우자, 자녀를 기재하는 개인별 신분등록제를 채택해야 한다. 아울러 혼인신고시 부모협의에 따라 어머니 성과 본을 따를 수 있게 하고 자녀의 복리를 위한 자녀 성·본 변경이 가능한 새로운 신분등록제 관련 법률안을 신설해야 한다.
토론1> 민경자
여성인권 측면에서 본 호주제
아들 혹은 손자가 누나, 엄마, 할머니의 호주가 되는 호주승계순위는 유교적인 규범에 어긋나고 여성을 배제해 인간으로 인식하지 않았다는 것. 또 호주승계체계 속에는 남성우월주의가 삶에 깊이 뿌리내려 있어 양성평등실현을 저해한다.
가령 이혼한 여성이 자녀를 단독 혹은 자신의 가족의 호적에 이적할 수 없다는 것은 사회가 여성들에게 모성을 강조하면서 모권은 부여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한편 처는 혼인 외 자녀를 입적시키는데 남편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남편은 처의 동이 없이도 혼인 외 자녀를 입적시킬 수 있다. 이는 부부간 평등을 해치고 부인의 인격을 무시하는 것이다.
이 같은 현행 호주제는 부계가족만이 가족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어 명시·묵시적으로 여성을 남성에 예속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호적에 대한 연구를 한 정지영의 분석에 따르면 조선후기 호적에는 남성뿐 아니라 여성도 호주로 기재됐다. 아들이 장성해 결혼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그러다가 18세기 초 호적대장에는 아들의 호에 가족원으로 기재되는 쪽으로 비뀌게 되었다. 즉 연장자와 연소자의 구분을 중요하게 생각하던 것에서 여성과 남성의 구분을 더 강조하는 쪽으로 바뀌었다.
토론2> 신기원
대중정서에서 바라본 호주제
호주제 폐지를 반대하는 이유를 들면 우선 헌법 제36조 가족에 관해 ‘혼인과 가족생활을 국가가 보장한다’고 선언, 자생적 기초로 형성돼 있는 가족제도의 기본구조를 국가가 보호하고 간섭하지 않는다고 해석된다.
또한 평등이란 개념도 무조건 모든 것을 같게 하는 것이 아닌 가족관계에 있어 남과 녀가 대체로 동일한 점보다는 서로 다른 점이 중요하게 평가되어야 하며 상호 조화적 지위를 설정하는 실질적 평등이 되야 한다.
마지막으로 전통문화로서 호주제를 폐지하면 어른공경사상이 사라지고 가족이 해체된다는 이유 일부 사람들은 호주제 존속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 호주제는 아들-딸-처-어머니-며느리 순으로 이어지는 호주승계순위가 합법적으로 여성보다 남성을 우대하는 제도라는 점에서 문제제기가 되고 있다.
또한 부자동성의 원칙으로 인해 아버지의 성을 따르는 가족만이 정상적이라는 인식을 심어 그 외의 가족들은 비정상적으로 비춰지게 한다. 따라서 부계혈통의 존속만을 꾀해 여성차별이 발생, 성에 관한 부부의 동등한 권리에 반한다.
또한 여성은 혼인후 출가외인이 되어 결혼전 아버지가 호주인 호적에, 결혼후 남편이 호주인 호적에 오르는 등 민법상 입적과 출적문제는 부모로서의 여성의 권리를 남성에 비해 열등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지난 9월4일 호주제 폐지를 요지로 하는 민법중 개정법률안이 입법 예고된 상태. 개정안이 통과될지 의문이다. 안될 경우 위에서 제기한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향으로 합리적인 방법을 통해 순차적으로 풀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