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호 아미산악회장
개천절인 시월 삼일 평소 관심을 갖던 인공암벽등반대회를 보러 가기 위해 7시40분 서울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가방에는 카메라, 캠코더를 챙기고서…
터미널에 도착해 도봉산행 전철을 타고 약 40분 가량을 더 가니 등산복 차림의 남녀노소들로 도봉산역이 미어질듯 했다.
대회장소는 도봉구에 있는 X-스포츠랜드. 이곳은 인라인 스케이트장과 높이 15m 가량의 인공암벽이 함께 있는 곳으로 아침인데도 동호인들로 북적거렸다. 나는 멀찌감치에 서서 대회를 지켜보았다. 이미 등반줄은 내려져 있고 나이 느긋한 사람들이 홀드(손잡이) 위로 오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올라가다 떨어지는 사람, 목표달성 후에 환호성을 지르며 줄을 타고 하강하는 사람들… 우리나라에서 내노라하는 일류 등반가들을 처음 보면서 약간 긴장한 마음으로 캠코더를 열었다. 한참 이곳 저곳을 찍다보니 갑자기 머리 허연 칠순할아버지가 등반준비를 위해 줄(자일, 로프)을 안전벨트(하네스)에 매고 있다. 잘 오를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으로 지켜보니 이번 대회 최고령자의 한 사람이란다. 32년생. 언뜻 게이트볼이 생각났지만 그는 끝까지 완등하여 예선을 통과했다. 이어서 40대 여성 등반가의 멋진 등반솜씨를 찍으며, 우리 지역에서 생소한 인공암벽등반의 세계에 흠뻑 취했다.
이후 준결승, 결승 그리고 오후 7시 10분이 돼서야 당진행 버스에 몸을 실으며 왜 굳이 어렵고 힘든 곳을 오르려 하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요즘 세상을 보자. 행복의 척도가 곧 ‘돈’으로 굳혀져 있는 듯하다. 내 시야가 작아서 이런 판단을 하는지 모르지만 대부분 사람들의 눈에 돈독이 올라있는 듯하다. 나 자신도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돈이 절실히 필요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지만 그러나 욕심같이 되지 않는 것이 금전인 것 같다. 이런 시대에 또 생각나는 것이 요즘 사람들의 건강에 대한 관심이다. 바로 옆에서 그것도 젊은 사람들이 픽픽 쓰러지니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있을까?
인간의 공포 중에서 가장 두려운 죽음에 대한 공포. 또 한가지는 인간관계다. 남보다 잘 살아야 하겠기에 경쟁에서 이겨야 하고, 가진 자의 거만과 못가진 자의 질시, 남을 배려하는 관용의 부재 등 ‘스트레스의 천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금전이나 인간관계에 의한 스트레스를 없애고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은 사람들의 심리가 부쩍 운동에 관심을 갖게 한다. 등산, 헬스, 마라톤, 인라인, 축구, 배드민턴 등 동호회도 활성화 돼 있다. 나도 그 중의 한사람으로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고 싶다.
내가 즐겨보는 TV방송은 유선방송이나 스카이라이프에 나오는 어드벤쳐(모험) 프로그램이다. 푸른 창공에서 낙하산을 펼치고 몸을 떨어뜨리며 아래로 내려오면서 온갖 묘기를 펼치는 사람들, 아찔하지만 얼마나 후련할 것인가. 방안에 앉아서도 가슴이 후련해진다. 그 밖에 급류를 타고 내려오는 레프팅, 험한 산길을 가르는 산악자전거, 높은 파도 사이를 가르는 서핑, 황량한 사막을 물 한통 지고 횡단하는 사람들, 스피드를 즐기는 카레이스, 높은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점핑, 남북극을 횡단하는 모험가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레저스포츠들… 왜 이런 모험을 즐기는 것인가? 사람들도 이런 의문을 많이 가지고 있을 것이다. 평범한 일상생활에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따스한 아랫목에서 즐기면 되지 왜 사서 고생을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을 것이다.
나도 몇 년 전에는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다 한 선배의 권유로 바위등반을 하게 되고, 여러 군데의 등산학교를 나와 현재 바위등반을 즐기고 있다. 옆에서 지켜보면 대단히 위험하기도 하고 등반가들이 특수한 능력을 갖춘 대단한 사람인 듯이 보였지만, 직접 경험해 보니 보통사람들도 능히 할 수 있는 평범한 운동이었다. 그래서 몇 년 전에 뜻을 모은 사람들이 ‘아미산악회’란 동호회를 만들어 지금까지 활발히 운동하고 있고, 남산 문화원 앞에 자그마한 인공암벽을 만들어 훈련도 하고 있다. 노곤한 직장생활 뒤에 피곤하게 무슨 운동이냐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오르락 내리락 땀흘리다 보면 하루의 스트레스가 확 풀린다. 바로 이 재미다. 위에서 얘기한 후련함을 위해, 응어리진 속을 풀기 위해 나는 오늘도 어떻게 하면 어려운 코스를 오를까 고민한다. 욕심이라면 우리 지역에도 스포츠크라이밍이 확산되어 남녀노소 할것 없이 등반을 즐겼으면 한다.
처음부터 무리한 등반을 하는 것이 아니라 평소 등산(워킹)을 하면서 차츰 험한 등산로(릿지)에 적응하면서, 훈련을 통하여 쉬운 코스의 바위를 오르고, 토요일 오후에는 아산 신정호에 있는 인공암벽(약 15m)에서 연습하기도 한다.
신정호수에 있는 인공암벽에 가 보면 학부형과 초등학생들도 와서 운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집중력이 부족하거나 끈기가 부족한 학생, 모험심을 요하는 학생, 다이어트에 관심있는 여성들도 효과를 볼 수 있는 운동이다. 일반등산과 릿지, 암벽 등 상황에 따라서 시간이 허용되는 회원들끼리 산에 가고 있다. 여러분들도 운동으로 또는 레저스포츠로 땀을 흘리며 살아가는 기쁨을 한껏 누려보시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