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0주년 기념 - 자치단체장 인터뷰

■편집자주

어느덧 민선 군수 3기를 지나고 있다.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주민들의 손으로 직접 선출해 지역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 나가는 지방자치제의 도입은 민주주의와 자치의식을 향상시키고 자치단체의 행정서비스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키는 성과를 가져왔다.

반면 자치단체장이 지역의 발전을 위한 창의적 기획과 행정개혁, 과감한 사업추진을 위해 노력하기보다 선거를 의식한 선심성 행정과 경조사 챙기기, 잦은 민간단체 행사 참석 등에 주력하면서 부작용이 드러나고 있기도 하다.

이에 본지는 창간 10주년을 맞아 올바른 지방자치의 실현을 위한 자치단체장의 역할과 과제를 찾아보기 위해 신정훈 전라남도 나주시장을 찾았다. 무모한 듯 보이는 그의 지방자치에 대한 신념과 도전은 좋은 교훈이 될 것이다.

1인 시위에 나선 시장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는 11월5일부터 나흘 동안 현직 지방자치단체장의 1인 시위가 펼쳐졌다. 신정훈 나주시장이 “행정자치부 장관은 광주·전남정부합동청사를 원칙대로 추진하라”는 문구가 쓰인 피켓을 목에 걸고 단식을 하며 1인 시위에 나선 것이다.

지난해 6.13 지방선거에서 신 시장이 당선된 이후 나주시는 시 전역을 지역별 특성에 따라 북부권, 중부권, 남부권 등 3대 권역으로 나눠 개발계획을 추진해오고 있다.

이 중 광주광역시와 인접한 북구권은 정부 지방합동청사 신축과 나주호 관광지 개발, 나주배 메카 조성 등을 통해 신행정타운과 휴양, 레저의 중심지로 개발하고 있다.

신 시장이 1인 시위에 나선 이유는 행정자치부가 지방합동청사 건립 예정부지로 나주시 남평읍을 명기한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다가 광주광역시가 반발하자 부지 결정을 취소해 북부권 개발의 핵심인 지방합동청사 유치가 무산될 위기에 처하게 됐기 때문이다.

“나주가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라며 단식과 함께 1인 시위에 나선 신 시장에게 나주시민들은 대규모 촛불시위와 항의 방문단으로 화답하고 나섰다.

참여가 없으면 자치도 없다

“모든 문제를 해결할 지혜와 힘은 시민들로부터 나옵니다. 지역의 비전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비전을 만들어내는 방법과 힘, 절차가 중요합니다.”

시장에 당선된 이후 신 시장은 공무원 조직에서 배타적 독자권한으로 누려오던 정보와 결정권을 시민과 함께 나누고 그 결과에 대해서도 함께 책임지는 참여행정을 강조해왔다.

시민참여 예산편성, 임의보조금사업 공모제, 21세기 나주발전위원회 구성·운영, 시민제안제도 등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그동안 신 시장이 추진해온 사업은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이다.

나주시는 행정자치부의 권고가 있기 전인 지난해부터 이미 시민참여 예산편성을 시도했다. 의회에서 심의하기 전에 미리 예산안을 공개해 의견을 구하고 사용이 가능한 예산규모를 제시해 시민들이 원하는 사업을 제안받아 반영해왔다.

또한 참여하고 싶어도 어떻게 하는 지를 모르는 시민들의 참여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지난 10월에는 시에서 운영하는 목사고을시민학교에서 시민단체와 학계인사를 초청해 예산감시, 예산참여 방법을 교육하는 등 적극적인 시민참여를 행정이 나서서 이끌어내고 있다.

시장의 사조직 관리비와 다름없던 임의보조금사업도 과감히 공모제를 시행해 시민들로 구성된 심의위원회를 통해 사업대상을 선정하고 있다. 올해는 임의보조사업 공모제를 통해 77개 단체에 1억9천만원의 지원을 확정한 상황이다.

시민들로 구성된 21세기 나주발전위원회는 자기와 관련된 필요한 것에만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려는 소극적 시민참여의 한계를 뛰어넘어 시민들의 참여를 시정 전반으로 확대하고 함께 책임지는 적극적 시민참여를 모색하고 있다.

한편 시장 산하에 별정직 비서를 채용해 시민참여센터를 설치하고 시민과 행정간의 가교역할을 담당하도록 해 시민참여를 이끌어내고 정책을 보좌하고 있다.

“시민참여는 지역의 문화, 의식, 시스템을 갖추는 사업으로 당장 눈에 드러나는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지만 나중에는 많은 성과가 나타나게 될 것입니다. 올해는 5%, 내년에는 10%의 시민참여가 목표입니다”

일년 중 석달은 밖으로

신 시장은 일년에 석달 가량은 나주시를 떠나 전남도청, 중앙정부, 유관기관 등 밖으로 돌아다니는데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죽어나죠”라는 말로 어려움을 표현하면서도 지역의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발전 방향을 협의하기 위해, 더 많은 지원을 끌어오기 위해 밖으로 돌아다니는 일이 많은 도움이 되고 꼭 필요한 일이라고 한다.

“시장이나 군수, 군의회는 지역의 발전 전략을 세우는 단위입니다. 지나친 현장 위주의 활동은 도움이 안됩니다.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라면 현장 활동보다 정책을 구상하고 지역개발 전략을 연구하는 데 시간을 투자해야 합니다”

이러한 신 시장의 노력은 전국 최초로 철도청으로부터 호남선 폐선 부지 6km를 무상으로 양여받아 자전거테마파크를 추진하고 방치되던 지방산업단지를 국민임대산업단지로 전환하는 등 하나 둘 성과를 나타내기 시작하고 있다.

행정개혁, 끊임없는 토론과 설득으로

나주시청의 현관문을 들어서면 로비 옆에 바로 시장실이 붙어있다. 신 시장이 당선된 이후 시민들이 방문하기 쉽도록 시장실을 1층 로비 옆으로 옮긴 것이다. 또한 각 사무실의 출입문을 투명한 유리문으로 바꿔 언제든 시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했다.

신 시장의 당선으로 바뀐 것은 이것만이 아니다. 시장은 물론 국장급 이상 간부공무원 전체의 업무추진비를 분기별로 인터넷에 공개해 공무원들이 스스로를 자기 단속하는 계기로 삼고 있다.

또한 올해 기초자치단체 중 전국 최초로 ‘학교급식조례’를 제정해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안전한 친환경, 국내산 농산물을 먹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으며 이전까지 20억원 이상의 공사만 적용하던 일상감사를 5억원 이상의 공사까지 확대해 예산낭비를 막고 있다.

시민이 주인되는 참여행정을 우선으로 끊임없는 행정개혁을 추진해온 신 시장은 공직사회의 경직성과 수동성이라는 벽에 부딪힐 때마다 토론과 설득으로 극복하며 진정한 지방자치에 한발 한발 다가서고 있다.

시에서 시민학교 열어 예산감시·참여방법 교육

일년 중 3달은 도청, 중앙정부 찾아다니는 시장

“단체장은 현장보다 정책구상, 발전 전략 세워야”

신정훈 나주시장 약력

- 1964년 12월 6일 생

- 양산초, 영산포중, 광주인성고 졸업

- 고려대학교 정경대학 신문방송학과 졸업

- 1985년 서울 미문화원 점거농성투쟁 고려대 대표로 주도(광주학살의 진상규명 및 미국의 사과요구, 징역 3년 선고)

- 1988년 전국수세거부대책위원회 총무역임

’87~88년 수세강제징수 저지투쟁으로 부인 주향득과 함께 구속(징역 10월 선고)

- 1995년 전남도의회 의원 당선(최연소)

- 1998년 전남도의회 의원 재선

- (전)전남도의회 도청이전반대·시도통합추진위 공동대표 겸 대변인

- 자치와 분권실현을 위한 나주시민운동본부 지방자치위원장

- 2002년 6월13일 나주시장 당선(무소속, 최연소)

- 2003년 7월26일 자치분권전국연대 공동대표

*인터뷰를 마치며

거창한 과학적 이론보다 현실에 뿌리를 두고 우리 사회에서 가장 질곡받는 계층인 농민들과 함께 하기 위해 농민운동가의 길을 택했었다는 신 시장.

중앙이 지방을 믿고 지방의 지도자가 주민을 믿을 때 주민으로부터, 지방으로부터 정치개혁의 희망이 싹틀 수 있다며 지방에서의 혁신과 개혁이 중앙을 바꿔나갈 것이라는 신 시장의 말에는 항상 주민들에 대한 깊은 신뢰가 묻어나오고 있다.

민선 자치단체장임에도 당장 가시적인 성과가 드러나는 사업보다 참여행정에 대한 확고한 신념으로 주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그 속에서 지역의 미래를 근본적으로 바꾸고자 노력하는 신 시장에게서 지방자치시대에 필요한 참다운 자치단체장의 모습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