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정한 인본주의적 건축을 창조해냈던 스위스 건축가 르꼬르뷔제의 황금분할이 담긴 자신의 독특한 명함을 내미는 이정호(34)씨. 정호씨는 전 근무지였던 송악면사무소에서 근무할 당시 농민들에게 300여건에 달하는 건축물 대장과 도면 일체를 손수 제작해줬다고 한다. “서류가 대부분 전문용어로 이뤄져 일반주민들은 쉽게 작성을 못하죠.
대장도 건축사나 건축기사, 관련업무 담당 공무원이 아니면 작성할 수가 없어서 모르시는 분들은 대부분 대금을 지불하고 설계사무소에 의뢰해야 했어요.” 며칠씩 야근하며 대장에 쓰일 도면을 일일이 그렸던 정호씨. 소문이 나자 주민들은 정호씨가 당연히 하는 일이려니 하고 맡기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2000년 군청으로 발령받은 후 허가업무를 주로 맡고 있는 정호씨는 주변에서 어려운 형편으로 주거 환경에 불편을 겪고 있는 주민들을 위해 건축업을 하는 친구와 건축사사무소 ‘예감’의 이해운 소장 등 셋이서 ‘사랑의 집짓기’를 주도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어려운 사람을 도우려는 소박한 취지에서 출발했는데 몸담고 있는 단체와 힘을 합하기로 한 그들은 밝은사회국제클럽의 적극적인 협조로 지난 7월 송악면 가교리, 9월 기지시리에 정성들인 집을 준공하게 됐다. 송악면사무소 재직 당시 농가주택 한 채를 지었는데 몸이 많이 불편하셨던 주인 할아버지가 아픈 몸을 이끌고 찾아와 가슴에 품고 있던 담배 한 보루를 건네며 무척 고마워 하셨다며 그분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고 한다.
“건축도 환경”이라고 말하는 정호씨. 유럽과 일본, 중국 등의 건축물들에서 깊은 인상을 받은 정호씨는 건축사들이 자신의 건축철학을 충분히 발휘할 수 없는 현실을 안타까워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