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까지 농지조성 완료, 야생 동식물 서식지 파괴 우려

쌀 재고 등 감안, 자연생태 보전해 관광자원화 의견 제기

지금까지 아무런 이견이 없어보였던 석문간척농지 조성에 대해서도 최근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농지조성을 목적으로 지난 1987년 외곽공사에 착공해 1991년 최종 물막이 공사를 마친 석문간척지는 소금기가 빠지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기간 때문에 지난 10년 이상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채 자연 그대로 보전돼 왔다.

이 기간동안 농지조성계획 지구에 수백 ha에 이르는 대규모 야생 갈대숲이 형성되면서 각종 야생 동식물에게 천혜의 서식지가 되어왔다.

현재 석문 간척지에는 대규모 야생 갈대숲을 비롯해 수많은 야생화와 식물들이 자연 그대로 습지를 이루며 자라나고 있다. 또한 여치와 메뚜기, 베짱이, 방아개비, 나비, 잠자리, 나방, 귀뚜라미, 방울벌레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곤충이 서식하고 있으며 미꾸라지와 붕어, 송사리, 피라미 등 수많은 물고기가 살고 있다.

이와 함께 개개비와 뻐꾸기, 흰뺨검둥오리, 백로, 가창오리, 해오라기, 꿩, 비둘기 등 여러 종류의 조류가 서식하고 있으며 고라니, 너구리, 오소리, 쪽제비 등 많은 야생동물들의 생활터전이기도 하다.

온갖 야생 동식물과 습지, 바다 등이 한데 어울린 귀중한 생태보고이다.

이 곳을 한번이라도 둘러본 사람들이라면 관광자원으로 손색이 없다는데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그러나 시행기관인 당진군은 농지목적으로 공유수면 매립이 승인된 데다 농지기금에 의해 전액 국비로 개발됐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며 내년까지 농지조성 공사를 마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당진에 마지막 남은 대규모 야생 동식물 서식지가 자칫 파괴될 지경에 처하게 됐다.

이 소식을 접한 환경단체 등에서는 무차별한 환경파괴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군내 야생조수의 최대 서식지인 갈대숲이 파괴될 경우 수많은 야생 동식물들이 떼죽음을 당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특히 수십만 마리의 집단 군무로 유명한 철새인 가창오리 무리가 올 초 석문호에서 발견돼 관광자원의 보전 차원에서도 보호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서산시와 해남군, 서천군 및 군산시에서 가창오리를 중심으로 한 생태관광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해마다 많은 외국인 탐조객들이 가창오리의 군무를 보러 한국에 오고 있기도 하다.

만약 간척지가 모두 농지로 조성된다면 가창오리 무리의 서식지가 파괴될 수밖에 없다.

또한 농지가 조성돼 영농에 들어갈 경우 곡식의 낟알을 먹는 가창오리가 자칫 유해조수로 낙인찍힐 수도 있다.

정부에서 매년 150만평의 농경지를 다른 용도로 전용해 주고 2년 전부터는 쌀이 남아돌아 쌀 증산정책을 포기하고 오히려 휴경지 보상까지 해주며 쌀 감산정책을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환경파괴를 감수하면서까지 농경지를 조성해야 할 이유가 있겠는가 라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농지조성 계획지구의 환경친화적 개발을 주장하는 의견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지역 환경단체에서는 자연생태의 보전을 위해 농지조성을 미루고 예비농지로 남겨두자는 의견을 제기한다.

윤주흥 당진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은 “식량안보차원에서 농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면 그때 가서 농지로 바꾸어도 늦지 않을 것”이라며 “지역환경과 야생동·식물들의 낙원을 보호하고 관광자원을 지키기 위해 석문간척지의 농경지 조성을 미루고 예비농지로 남겨놓을 것”을 제안하고 있다.

굳이 농경지로 조성해야 한다면 야생갈대숲과 각종 동식물의 서식환경을 그대로 보전해 생태체험 농장 등 관광자원으로 활용하자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신화건설의 박철진 대표이사는 “정부가 쌀 증산정책을 포기한 상황에서 막대한 공사비를 들여 조성한 간척지를 농지로 조성하는 것은 투자효율의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며 “최근 관광객들의 눈길을 끌고 있는 갈대숲을 잘 조성해 관광상품으로 개발하거나 최소한 원예, 화훼단지 등 다양한 개발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정부 관할부처인 농림수산부에서는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농림수산부 용수과의 한준희씨는 “식량증산 정책을 포기한게 아니라 수급관계의 조절을 위해 정책을 전환한 것”이라며 “농지조성 목적으로 개발된 석문간척지를 다른 용도로 개발하는 것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