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통된장 담그는 김은호씨
아담하면서도 고풍스런 가옥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전통된장을 담가서 서울의 대기업에 납품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소식을 들은지 2주만이다. 오지(?)라 불려도 좋을만큼 외진 곳에 위치한 김은호(49, 당진읍 시곡리)씨의 아름다운 가옥 중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역시 된장이 가득 들어있을 법한 장독들이었다.
외할머니 어깨너머 배운 솜씨
그가 된장을 담그기 시작한지 이제 7년째다. 그러나 전통된장을 지켜오기 위해 들인 시간은 훨씬 길다. 김씨의 외가는 송악면 가학리.
그의 외할머니가 된장으로 마을에서 유명한 사람이었다고 한다. 된장은 물론 음식맛이 소문난 사람이었다고. 또한 완고하시고 전통을 소중히 여기는 분이어서 고집스레 옛날방식을 따라 된장을 담가오셨다.
외할머니에게서 된장 담그는 법을 배웠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전통된장을 지켜오고 있었다.
조미료는 역시 된장과 간장
지금이야 화학조미료를 사용하지만 과거의 우리 선조들은 천연 조미료를 사용했다. 된장, 간장이 그것이다.
이것들은 모두 콩으로 만든 메주에서 만들어진다. 웬만한 주부들이라면 다 알다시피 메주는 콩을 삶아 으깬 뒤 모양을 만들어 짚으로 묶어 말린다.
한달 정도의 숙성기간을 거친 메주를 염수(소금물)에 띄워 놓으면 메주 속의 콩 영양분이나 떫은 맛 등이 염수 속에 녹아들어 간장이 된다. 그리고 간장이 되고 남은 건더기가 된장이 되는 것. 이 과정이 전통된장을 담그는 과정이다.
긴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된장과 간장은 훌륭한 조미료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화학조미료에 밀려 점점 잊혀져 가는 것도 사실이다.
고집스레 만들어온 된장
전통된장을 지켜오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았다. 외할머니에게서 배웠지만 친정에서는 허락하지 않았다.
사실 된장을 만드는 과정은 어려운 작업이었다. 재료인 콩을 사들이고 삶아 메주를 빚고 한달 동안 잘 말리면서 최소한 하루에 한번씩은 돌아보며 관리해줘야 한다.
시댁이 서울인 탓에 된장을 담그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래서 찾아간 곳이 시골의 친정이었다. 그러나 김씨의 친정은 매년 된장을 담그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고집스레 계속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은 탓에 1년만에 친정에서 된장을 들고 나와야만 했다.
남편도 반대하기는 마찬가지. 심지어는 남의 집 처마 밑에 항아리를 갖다 놓고 작업을 했을 정도. 결국 그의 고집에 남편과 친정도 허락했다. “꼭 하고 싶으면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게 하라”는 남편의 말처럼 김씨는 전국의 많은 전통된장 제작자들을 제치고 서울의 대기업에 납품할만큼 인정받고 있다.
어려움 있지만 지금은 잘 해 나가
된장의 생명은 재료인 콩이다. 우선 재료가 좋지 못하면 좋은 된장이 나올 수 없다. 일일히 좋은 콩이 나는 지역을 찾아다녔다. 물론 지역에서 재배되는 콩도 사들였지만 재배량이 많지 않아 타지에서 들여오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하나하나 사들이는 것보다 대량재배를 통해 지속적으로 재료를 공급받는 편이 낫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앞으로도 재료를 마련하는 것이 가장 어려울 것 같다고 김씨는 말했다.
또한 오랫동안 타지에서 생활하다 고향에 돌아와서 그런지 낯선 일도 많았다. 동네사람들과도 어색해 힘들기도 했다. 물론 지금은 일을 할 때면 동네사람들을 불러 같이 할 정도로 가까워졌지만.
된장은 된장찌개에만 들어가지 않는다
김씨가 납품하고 있는 곳은 서울의 CJ(제일제당)가 운영하는 한식당 ‘한쿡’이다.
한식만을 전문으로 하고 있는 이 식당의 모든 재료는 유기농산물이다. 철저한 검증을 통해 선별된 재료들이 이곳에서 사용된다. 김씨의 된장은 ‘당진전통된장’이라는 이름을 걸고 서울의 부잣집 주부들에게 선보여지고 있다.
“서울의 주부들이 된장 만드는 모습을 직접 보고 싶어 해요. CJ에서도 주부들을 모아놓고 시연회를 하는 것이 어떻겠냐고도 하고요. 자기들이 음식에 사용하는 된장이 천연식품이라는 것을 보여주려는 거죠.”
김씨는 이 시연회를 기회로 다양한 된장음식을 선보일 계획을 세우고 있다.
흔히 된장은 된장찌개에만 들어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김씨는 된장을 소스로 만들어 뿌려먹거나 나물을 된장에 무치는 등 다양한 메뉴를 개발하고 있다.
된장의 독한 냄새를 최대한 없애고 만드는 것이다. 아직 완성된 단계는 아니지만 조만간 시연회를 열어 CJ관계자나 주부들에게 선보일 계획이라고 한다.
내가 원하기 때문에 하는 일
김씨는 우리의 전통적인 먹거리가 점차 잊혀지고 패스트푸드나 인스턴트 식품이 선호되는 사회분위기를 안타까워했다. 단지 빨리 하기 위해 선조들이 쌓아온 지혜를 뒷전으로 미뤄둔다면 결국 그 피해는 우리들에게 돌아온다고 믿고 있다. 모든 것이 순리대로 흘러가기를 바라는 것처럼, 음식도 순리를 지키고 빠름을 위해 패스트푸드나 인스턴트 식품만을 선호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뭐든지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세태가 싫죠. 상업성이 없으면 하지 않고 돈이 벌리지 않으면 관심도 가지지 않는... 하지만 제가 하는 일은 결코 돈을 벌기 위해 하는 일이 아니에요. 우리의 전통을 지켜간다는 것이 좋을 뿐이죠.”
김씨는 “욕심이 있다면 음식을 통해서 우리 지역을 널리 알리고 싶다”고 말한다. ‘당진전통된장’처럼 자신이 만든 된장이 당진의 특산물이 되도록 하겠다는 결코 작지 않는 뜻을 가지고 있다. 스스로도 전국의 수많은 된장제작자들을 제치고 납품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그러나 그 자부심에서 그치지 않고 자신의 고향이 발전하길 바라고 있는 것이다.
김씨의 된장이 ‘당진’이라는 이름을 달고 전국을 누빌 날이 멀지 않은 것 같다.
김기연 객원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