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만수무강하시길 바라는 마을 사람들의 마음 깃들어

사람은 누구나 늙고 죽는다. 늙고 죽는 것은 생명의 원칙. 과거에는 60세를 살면 ‘오래 살았다’하며 회갑연을 치러주는 것이 관례였지만 요즘은 의학의 발달로 70, 80세 정도는 되어야 노인대접을 받는 세상이다.

한 마을에서 60여년 동안 이웃해 살아온 두 할머니가 동시에 백수를 맞아 화제가 되고 있다. 당산리에서 태어나 평생을 당산리에서만 살아온 이분덕 할머니와 면천이 고향인 이정예 할머니. 이 두 할머니의 백수를 맞아 당산 1리 마을에서 백수연(白壽筵)을 열어 두 할머니의 만수무강을 기원했다.

송산면 당산리 마을의 축제

비록 두 할머니의 백수연이었지만 두 할머니의 백수연 날은 마을의 생일이나 다름없었다. 마을 사람들은 두 할머니를 위해 기꺼이 돼지를 잡고 떡을 쪘다. 노인회와 주민일동의 이름으로 백수연이 치러졌고 주민들은 모두 모여 마을의 자랑인 두 할머니를 축하했다. 백수연을 전통적인 방식으로 치르는 통에 고생한 것은 가족들과 친지들. 일일히 떡을 손으로 쌓고 음식을 마련했다.

당산리의 역사 이분덕 할머니

44년 전 남편을 잃고 그때부터 홀로 살아온 이분덕 할머니. 당산리에서 태어나 당산리에서 지금까지 살아온 할머니는 마을의 역사나 다름없다. 남편을 잃었을 때 큰아들 한용복(76)씨가 서른 셋이 되었을 때였으니 벌써 아득한 옛날이 되어 버렸다. 남편이 지금 살아있다면 96세. 아직도 남편이 그리운 듯한 이분덕 할머니였다.

야채를 좋아하는 이정예 할머니

면천 송성리가 고향인 이정예 할머니는 종종 마을로 나들이를 나설 정도로 정정하다. 자신의 방도 깔끔히 정리한다는 이정예 할머니. 안타깝게도 큰 아들을 잃고 지금은 둘째아들인 김기곤(67)씨가 할머니를 모시고 있었다. 이정예 할머니도 지난 1967년에 남편과 사별하고 홀로 된지 오래되었다.

명절 때만 되면 북새통

자손들을 많이 둔 두 할머니 모두 떠들썩한 명절을 보냈다. 명절이 되면 할머니가 있는 당산리로 온 가족이 모이기 때문. 지난 설에도 자녀들과 손자, 증손자 50여명이 고향을 방문해 정신없는 명절을 보냈다. 4남 2녀를 둔 이정예 할머니도 무려 50여명의 자손들이 고향에 돌아와 조용한 시골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고.

두 할머니의 장수 비결은 효심

윤성열 당산1리 이장은 “두 할머니가 오래 사실 수 있는 비결은 할머니들을 모시는 자식들의 효심 덕”이라고 극구 칭찬한다. 실제로 노부모와 같이 사는 대가족이 점점 없어지고 아이와 부모만 사는 핵가족이 보편화된 요즘 100세 할머니를 60, 70대 아들 내외가 모신다는 것은 정말 보기 드문 일임에 틀림없다. 또한 노인들을 모시다 보면 거동이 불편한 노인일 경우 일일이 챙겨줘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기기 때문에 이기주의가 만연한 요즘에 더욱 발견하기 어려운 것이다.

하지만 이 두 할머니는 모시는 아들들은 번거로움을 전혀 귀찮음으로 여기지 않고 오히려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있었다. 이를 더욱 잘 아는 마을주민들과 이장이 더욱 적극적으로 백수연을 마련했다. 특히 이분덕 할머니를 모시고 있는 한용복씨 내외는 두 번이나 효부상을 받았다. 극진한 효심을 주위에서 인정한 것이다.

나이들어 귀가 어두워져

두 할머니는 말씀도 잘 하시고 거동도 큰 불편없이 하시지만 나이 들어가면서 점점 귀가 어두워져 가고 있다. 보청기를 끼고 있지만 청력이 워낙 안좋아 입을 귀에 대고 말해야만 알아들으실 수 있다. 비록 연세에 비해 건강하시다고는 하지만 기력이 없으신 탓에 가끔 낙상을 입는 경우도 생긴다. 귀가 어두워서 다른 사람과 대화가 많지 않아 어려움을 겪기도 하신다고..

할머니! 만수무강하세요

백수연은 어머님들께서 오래 사신 것을 축하하는 뜻도 있지만 앞으로 얼마나 더 사실지 모르는 어머님들을 염려하는 자식들의 마음이 깃들어 있기도 했다. 한용복씨나 김기곤씨 뿐만 아니라 마을 사람 모두의 두 할머니가 계속 ‘무병장수’하시길 바라는 뜻이 충분히 전해져 왔다.

김기연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