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주

국회의원 총선이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을 감안할 때 언론의 역할은 어느 때보다도 중요시되고 있다.

‘당진시대’는 누가 이기고 지는지에 초점을 맞춘 이른바 ‘경마식보도’를 지양하고 ‘정책·이슈중심’의 선거로 치러지도록 하기 위해 기획 ‘선택 2004 국회의원 총선’ ‘사회현안, 이것만은 해결하자’시리즈를 보도한다.

매호 사회의 주요 현안을 한가지씩 다룸으로써 국회의원 총선이 정책과 이슈를 중심으로 치러지도록 할 예정이다. 독자들의 많은 관심을 바란다.

지난 9일 서울 여의도에서는 전국에서 모인 1만2천여명의 농민과 학생들이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국회 비준동의안의 처리를 반대하며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일부 농민들이 LP가스통에 불을 붙여 굴리고 곡괭이와 각목을 휘두르며 경찰 저지선 돌파를 시도하는 등 격렬했던 이날 시위의 현장에는 당진군 순성면 본1리에서 올라온 이종선(43)씨도 끼어 있었다.

집회나 시위와는 별 인연이 없어 보였던 이씨가 최근 농민집회에 잇따라 참여하게 된 데는 이제 농촌의 붕괴가 멀지 않았다는 절박함이 피부로 와 닿았기 때문이다.

현재 이씨는 가화포도로 유명한 순성면 본1리에서 4천5백평의 포도농사를 짓고 있다.

평당 3만원의 고소득을 올리던 때도 잠시, 칠레산 포도가 국내시장에 들어오면서 가격경쟁력에서 국내포도가 밀리기 시작하자 소득은 급감하기 시작했다.

3년 전부터 누적된 적자는 2천여만원에 달했다.

농가적자의 누적으로 인해 가계경제도 얼어붙어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에게 번번한 학원교육 한번 못시켰다.

이씨는 지금 상태에서 한·칠레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될 경우 폐농할 수밖에 없다며 절박한 심정을 토로한다.

“지금도 칠레포도의 시세는 국내포도의 1/2에 불과합니다. 만약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될 경우 칠레포도의 시세는 국내포도의 1/7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도저히 가격경쟁력이 없죠. 그때는 폐농하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어요.”

최악의 위기 겪는 한국농업

한국농업이 최악의 위기를 겪고 있다. 특히 총 농가수가 1만5천883가구로 전체 가구수의 39%를 차지하는 당진군은 지역경제에서 차지하는 농업의 위치 때문에 더욱 심각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가화포도와 방울토마토, 배 등의 과일이 지역 농·특산물인 당진군으로서는 한-칠레 FTA의 체결이 지역농업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는 큰 사건임에 틀림없다. 따라서 한-칠레 FTA의 체결이 과연 어떠한 의미가 있으며 불가피한 협정인지 공론화가 요구되고 있다.

한-칠레 FTA 경제회생 돌파구인가

한국은 칠레와의 통상무역에서 10년 이상 계속 적자를 내고 있다. 2001년 1억3천만달러, 2002년 3억달러, 작년은 5억달러다.

수출 5억달러에 수입은 10억달러로 수출액만큼 적자를 내고 있다. 통상이익이 아니라 통상손해인 셈이다.

상당수 농업전문가들은 칠레와 FTA를 체결한다고 해도 무역적자가 축소되거나 흑자로 전환될 가능성이 그리 많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칠레는 미국과 EU, 기타 여러 나라와도 FTA가 체결돼 있다. 따라서 한국의 주요 수출품목인 휴대폰과 자동차업계, 그리고 가전업계의 경우 FTA로 6%가 무관세 된다해서 수출이 증가하기는커녕 현 수준 유지도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칠레에 대한 수출 5억달러는 전체 수출의 0.25%에 불과하다. 반면 칠레는 한국이 농산물의 70%를 수입하기 때문에 큰 기대를 하고 있다. 자칫 고용효과가 큰 농축수산물의 수입만 급증해 폐업 등 피해가 클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정부는 최근 우리의 자동차와 휴대폰 의 칠레시장 점유율 감소가 FTA 미체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FTA를 맺지 않은 일본의 자동차시장 점유율은 1%에서 6%로 급증하고 있다.

정부는 우루과이라운드 협상(UR) 체결과 세계무역기구(WTO) 가입때도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이기 때문에 무역수지 흑자가 늘어나 통상이익이 된다는 논리를 편 바 있다. 그러나 결국 무역적자와 외채 급증을 막지 못해 치욕적인 외환위기와 IMF 사태를 맞았다.

농업개방후 현 우리의 식량자급율은 쌀만 100%지 밀0.2%, 콩 7.3% ,옥수수 0.7%, 쇠고기 36.6%로 쌀을 제외한 자급율이 5%로 급락하고 있다. 칠레와 FTA가 통과되면 수산물을 포함해서 자급율은 더 떨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농정실패의 원인은 대외 의존적 경제구조

2001년 WTO 뉴라운드가 개시된 후부터 농업위기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전체 농가의 78%에 달하는 쌀생산 농가의 소득 저하는 농업 전반에 치명적인 연쇄 파급효과를 일으키고 농민을 회생불능 상태로 빠뜨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당진군농민회의 조용빈 총무부장은 “농업의 위기가 국민의 생명을 세계 세계곡물시장을 독점 지배하는 미국과 소수 곡물 및 농화학·종자 다국적 기업에 맡기는 위험한 상황에 빠뜨리게 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농정실패의 원인은 구조적으로는 공산품을 수출해 농산물을 수입하는 대외의존적 경제구조에 있다. 무역의존도가 높을수록 경제의 불안전성은 높아지기 마련이다.

흔히 수출로 먹고 산다고 여기는 일본의 무역의존도는 2002년 현재 18.9%대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한국의 무역의존도는 같은 해 기준 66%에 달한다.

국내 농업의 보호는 가능하다

그렇다면 과연 농업보호는 불가능한가. 각종 농민단체는 결코 그렇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 농업을 위해 뉴라운드 농업분야 선언문에서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은 세 가지 정도로 꼽히고 있다.

첫째, 선언문은 무역왜곡적인 국내 보조금만 실질적으로 감축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무역을 왜곡하지 않는, 즉 세계농산물시장의 과잉을 유발하는 것이 아니면 감축하지 않아도 되고 새로 도입해도 된다. 허용대상보조금인 여러 형태의 직접지불제가 여기에 해당한다. 실제로 미국은 2002년 농업법에서 농업예산을 거의 두 배나 늘리면서 직접지불을 확대하고 가격하락시 소득보장을 해주는 조치까지 도입하고 있다.

둘째, 선언문은 ‘개발도상국에 대한 특별하고 차등적인 대우가 협상의 모든 요소에 대한 본질적인 부분이 되고 개발도상국이 식량안보와 농촌개발을 포함한 자국의 필요성을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데 동의’하고 있다.

셋째, 선언문은 ‘비교역적 관심사항에 주목하고 농업협정에 규정된대로 비교역적 관심사항이 고려돼야 함을 확인’하고 있다.

DDA협상에서 쌀 수입개방 유예시켜야

한국은 개발도상국이면서 식량순수입국이다. 한국이 선진국에 속하지 않느냐고 할지 모르지만 유엔의 분류에 따르면 한국은 여전히 개발도상국이다. 특히 농업분야는 분명히 개도국이다. 따라서 향후 DDA(도하개발아젠다) 협상과정에서 다른 개발도상국과 연대해 식량안보와 농가소득 증대를 위해 국내 보조금 감축을 유예하고 오히려 증가시킬 수 있도록 협상할 수 있다.

따라서 농민회 등 농민단체들은 다른 식량순수입국들과 연대해 대량 식량수입국의 약점을 강조, 예컨대‘식량자급률을 현재의 30%에서 40%로 올릴 때까지 주요 곡물, 즉 쌀의 수입개방을 유예’하도록 하는 등의 적극적 대응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