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의료보험 통합, 문제점과 향후 과제
조직 형식적으론 통합,
실질적 통합은 지연
직장의보와는 당분간 이원화, 국고보조·민간의보 도입 등 난제 남아
민간의료보험 도입은 서민의 의료서비스 소외 가중시킬 것
오랜 준비 끝에 지난 7월1일 의료보험 관리체계가 완전통합돼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 새롭게 출범했다.
그러나 각종 의료복지에 대한 법적 제도적 장치는 점차 향상되고 있을지 몰라도 주민들의 피부에 와닿는데는 아직 멀었다는 지적이다.
아직도 우리 주위에서는 가난 때문에 충분한 진료를 받지 못해 죽음의 그림자와 힘겨운 싸움을 벌이는 서민들이 있다.
상록초등학교 6학년에 다니고 있는 대길이는 만성 다발성 골수염으로 투병생활을 하고 있다. 4년전 자주 부딪히고 넘어지는 증상을 보여 충남대 부속병원에서 검진을 받은 결과 골수염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98년 12월 무릎 관절 부위에 염증이 생겨 수술을 했으나 다시 발목까지 전이돼 99년 3월 다시 수술을 받게 됐다. 많은 수술비와 병원입원비로 인해 마음의 부담을 견디다 못한 아버지는 지난해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다. 가족이라고는 어머니와 대길이 단 둘이고 매일 대길이 옆에서 돌봐야 하는 어머니는 일정한 수입이 없어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고 있다.
또한 송악면 봉교리의 이정환(8세)군은 척추에 번진 암세포 때문에 병마와 힘겹게 싸우고 있고 서야고의 김성태(17세)군 역시 골수암으로 큰 고통을 겪고 있다.
지금도 각종 언론매체에는 난치병 어린이 돕기에 대한 소식이 곧잘 실리곤 한다. 하지만 언제까지 소중한 생명들을 모금운동에 의지할 것인지는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문제이다. 채 피지도 못한 어린 생명들이 단지 가난 때문에 충분한 진료를 받지 못하고 절망속에 죽어간다면 과연 ‘국가’가 존재할 가치가 있겠는가 라는 의문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지난 7월1일 의료보험 관리체계가 완전통합돼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 새롭게 출발했지만 아직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우선, 조직형식적으로는 통합이 이루어졌지만 전산통합은 11월로 늦춰져 직장의보 소속 조합원들은 통합후에도 의료보험증 재발급과 피부양자 득상실을 제외한 나머지 민원을 직장의보 소속 지사인 보령지사에서 해결해야 한다. 실질적인 통합과는 거리가 멀다는 말이다.
형식적인 통합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 현 공단출신과 직장조합 출신을 분리하는 인사이원화로 인력과 조직의 효율성 저하가 우려되고 있다. 지금 각 공단지사에는 직장의보 업무를 담당해본 직원이 없기 때문에 업무의 일원화를 위해서는 직장의보 출신 직원들이 분산배치돼야 함에도 복지부에서는 이원화를 유지하려 하고 있다.
또한 열악한 보험재정도 커다란 문제이다. 지난 88년 정부에서는 지역의보 재정의 50%를 국고에서 분담하기로 약속하고도 지금까지 국고보조를 계속 줄여 지난해에는 26.1%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에 대해 시민·노동·농민단체 등에서 국고보조 50% 확보를 위한 투쟁에 나서자 집권여당에서는 올해 7천억원의 추가분담과 3년내 50% 분담을 약속했다. 그러나 이러한 집권여당의 약속은 예산부족을 이유로 언제든 파기될 수 있어 시민단체 등에서는 법제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와 함께 지난 5월17일에 발표된 정부 규제개혁위원회의 민간의료보험제도 도입방침은 보장성을 국민에게 전가시키고 공적 의료보험을 질식시킬 것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현재 국민들은 진료비의 절반 이상을 본인이 부담하고 있는데 이는 진료비의 본인부담율이 20~30%인 일본이나 대만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이러한 현실속에서 민간의료보험의 도입은 국민의 진료비 부담을 더욱 높여 가난한 서민들의 경우 의료서비스에서 소외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지난 4월 의료보험 국고보조 50% 확보를 요구하며 서명운동을 벌인 바 있는 사회보험노조 당진지부의 김형구 지부장은 “민간 의료보험 도입 방침은 결국 모든 진료비 부담을 국민에게 떠넘기게 될 것”이라며 “7월 통합에도 불구하고 아직 많은 난제가 남아있다”고 말했다.
이번 의보통합은 오래전부터 각 시민·사회단체에서 주장한 내용으로 한층 진일보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아직 실질적인 통합과는 거리가 있으며 진정한 국민의료권 확보를 위해 갈 길이 멀다. 따라서 통합 이후에도 의료보험 개혁에 대한 시민·사회단체들의 요구는 계속될 것으로 보여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