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시골의 작은 중학교에 근무하면서 학교 교육의 한계성을 뼈저리게 느낄 때가 많다. 그 때마다 교육자로서 괴로움과 슬픔에 빠져들곤 한다. 제자들에게 정말로 그리고 진심으로 해준 것이 없는데 스승의 날 가슴에 달아준 카네이션 한 송이가 너무나 부담스럽고 천근만근 무거워 하염없이 엉엉 울기도 했다.

속세의 허물들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이토록 오염된 육신과 정신을 제자들 앞에 펼쳐 보이며 학문을 논하고 유식함을 강조하면서 유한한 생명줄을 지탱하는 내 모습이 너무나 안쓰럽고 초라하기까지 하다. 입으로만 선행을 실천하니 정말로 저승을 향하기가 두렵고 그 동안 뿌려놓은 과오가 태산같아 삼태기에 주어담기 어려워 두렵기만 할 뿐이다.

요즈음 주변에서 가정의 위기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되는데 가정의 위기는 곧 교육의 위기를 가져오며 근원은 부모로부터 비롯된다. 부모는 자녀 및 청소년 사회화의 성패를 가늠하며 미래의 열쇠를 쥐고 있는 중요한 위치이다. 결국 자녀교육의 위기와 가정의 위기는 같은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하며 자녀 교육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현재 우리의 가정들은 건강하지 못하다.

가정을 통해서 기본적인 인격 형성 및 가치관과 윤리관이 확립된다고 볼 때 가정교육의 필요성과 중요성에 대하여는 새삼 더 강조할 필요성이 없을 것이다. 이 지면을 통해 가정이 지닌 기능들을 모두 열거할 수는 없겠으나 가정교육을 통하여 자녀들을 올바르게 지도할 수 있는 방법을 몇 가지 지적할 수는 있겠다.

먼저 부모들이나 가족 구성원들이 자녀들과 함께 있는 시간을 많이 갖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부모들이 자녀들과 같이 생활하는 방법은 누구나 가장 쉽게 실천에 옮겨 가장 많은 효과를 거두는 방법이다.

전통적인 대가족 사회에서는 공동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같이’하는 생활이 이루어졌는데 산업사회 속에서 핵가족화되어 그 본래의 가정 기능을 상실하였다. 특히 아버지뿐만 아니라 어머니들까지 자녀들과 같이 보내는 시간이 너무 적으며 모든 가족적인 프로그램에서도 가족 전체를 위하는 계획이 되지 못하고 있는데 이러한 현상이 가정교육의 저해 요인이 되고 있다.

그 다음으로 부모들이 올바른 가정교육관을 정립하는 것이다. 교육을 통해 부모들의 올바른 가치관, 교육관, 주체성을 확립시킬 때 비로소 올바른 자녀교육이 이루어지며 정직하고 양심적인 젊은이들을 사회에 배출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의 청소년들이 왜 문제를 안게 되었는가를 묻기 전에 우리 부모들 스스로가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는가를 먼저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자녀들과 자주 대화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대화는 교육의 기본이며, 병든 마음을 건강하게 하고 절망을 희망으로 바꿀 수 있으며 지적 개발 및 잠재된 창의력을 함양하고 특히 청소년들의 갈등과 문제를 해소시킬 수 있는 유일한 촉진제가 된다.

이러한 대화의 중요성에 비추어 본다면 우리의 가정과 학교에서는 대화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도가 매우 낮으며 대화하는 방법 조차도 잘 모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가정에서는 전통적으로 식불언(食不言)을 강조하여 대화의 길을 원천적으로 막았고, 장유유서(長幼有序)라 하여 어른들만의 일방적인 대화만을 강조하였으며 이는 학교 및 사회로까지 확대되어 대화의 길을 차단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남존여비(男尊女卑)라는 차별적 시각 또한 대화의 장해요인이 되었고 교육현장에서는 교사를 중심으로 하는 일방적인 주입식 교육으로 대화의 기회를 상실하게 되었다.

우리는 이러한 풍토에서 탈피하여 대화하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하며 대화가 없는 가정·학교·사회는 불행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없어 발전과 개혁 그리고 건전한 비판정신과 창의력을 발휘할 수 없게 된다.

가정에서는 가족 간의 만남 및 대화의 시간을 가지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며 학교에서는 상담실을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하여 학생들이 선생님을 인생의 이정표로 삼을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대화는 청소년들이 가지고 있는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가장 직접적인 도움을 주며 자신을 발견하고 반성함으로써 사회에 능동적으로 적응해 나갈 수 있도록 해주는 가뭄의 단비와 같은 역할을 해준다.

아직도 벗어 버려야 할 허물을 훌훌 벗어내지 못하고 제자들을 가르쳐왔고 지금까지도 그 허물을 보물이라도 되는 것처럼 움켜쥐고 있는 나의 모습에 만인에게 죄송스럽고 부끄럽기 그지없다.

언젠가는 허물을 벗고 진정한 선생님, 아니 참 스승이 될 것이라 스스로를 믿으며 쉬지 않고 경주할 것이다. 여러 가지로 부족한 점 많으나 좌절하지도 않고 자만하지도 않으면서 항상 아무 것도 모르는 신입생이라는 마음으로 열심히 배우고 연구하여 갖고 있는 지혜들을 제자들에게 전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