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진에서 송산으로 가는 2차선 도로 좌측 샛길을 따라 스카우트 선서식과 캠프파이어가 열리고 있는 당산초등학교 앞에 다다른 것은 6월 5일 저녁 무렵이었다. 운동장에서는 길게 나열된 두 열의 촛불이 멀찌감치 오는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길 잃은 나그네가 촛불이 켜진 인가를 발견하고 한 발짝 한 발짝 다가가는 마음으로 스카우트 선서식이 열리고 있는 당산초등학교 운동장에 한 걸음 한 걸음 가까이 다가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당산초등학교 아이들과 학부모, 교사의 모습들이 하나 둘 눈에 띄기 시작했다. 캠프파이어와 스카우트 선서식이 한창인 송산면 당산리에 위치한 당산 초등학교는 학생 수가 69명인 작은 학교이다. 작은 학교다 보니 스카우트 선서식에도, 가을에 하는 운동회에도 가족 같은 분위기가 다분하게 묻어있다고 구본호 교장은 말한다.
조그만 스카우트 선서식이지만 이날 초청된 손님들의 리스트를 보면 엄마, 아빠, 동생, 누나, 형, 아저씨, 아줌마처럼 당산초등학교 행사에는 가족과 주민들이 초청되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어쩌면 참석한 이들 모두 밝게 켜진 촛불에 이끌려 이곳을 찾게 됐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날 스카우트 선서식을 찾은 가족들에게서 학교가 갖는 의미와 장단점을 들을 수 있었다.
이들에게 학교는 단순히 교육을 실천하는 기관만이 아니라 공동체를 형성하는 또 하나의 가정과 같은 존재였다. 인천에서 이사한지 얼마 안된 오금석 학부형은 “지도교사가 학생 개개인의 장단점을 금방 파악해 대처하는 시간이 빠른 것을 당산초등학교가 갖는 장점”이라고 말하면서 “그래서 아이가 쉽게 적응하는 것 같다”며 기뻐했다. 학부모 이선정씨의 경우 “유치원 애들과 큰 애들이 함께 어울리는 경우가 많아 상급학교에 진학해도 친구관계가 원활해 적응이 빠르다”라며 “주로 일반 학교들이 동급생끼리 학교생활을 하는 것과는 달리 당산초교에서는 선·후배간 어울리는 경우가 많아 동생을 사랑하는 법, 언니 오빠를 배려하는 법등 학교생활을 통해 자연스럽게 사회성이 길러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스카우트 선서식이 끝나고 이어진 캠프파이어, ‘모자패션쇼’로 찾아온 부모님을 재밌게 해드리겠다고 단단히 벼루는 김진혁(4학년)·이선경(3학년) 어린이, 동네사람들이 구경 가니까 함께 따라왔다는 전 학부형 이영하씨, 스카우트 차림으로 아이들에게 스카우트 정신을 가르치는 구본호 교장, 그리고 참가한 사람 모두 2부 행사를 알리는 모닥불이 점화되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나 점화되어 철선을 타고 내려와야 할 불꽃은 아슬아슬하게 점화되지 못했다. 아이들이 박자에 맞추어 꺼질듯 한 불꽃에 이구동성으로 “붙는다”, “붙는다” 힘을 불어넣지만 붙을듯하던 불꽃은 끝내 꺼지고 말았다.
이처럼 때로는 아이들에게 실망을 줄때도 있었다. 작은 학교여서 많은 지원을 받지 못해 한 교실을 두 학년이 나누어 쓰기도 하고, 다양한 특기적성 교육 등 개별화 수업이 사실상 어려울 때도 있다. 그렇지만 좌절하고 넘어진 것을 알 수 있고, 서로에게 용기를 북돋울 수 있는 곳, 실패했을 때 격려가 가득할 수 있었던 것도 작은 학교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넓은 운동장에 작은 촛불 하나! 촛불 하나를 사이에 두고 얼굴을 가까이 맞댄 채 노래가사가 적힌 흰 종이를 응시하며 노래를 부르는 두 아이의 모습은 마치 ‘선생님과 아이의 거리’, ‘학교와 학부모의 거리’를 상징하는 듯 했다. 그렇게 스카우트 선서식과 당산초등학교 캠프파이어의 밤은 깊어가고 있었다.
김항룡 기자 hrkim@djtime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