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 태풍이 일고 있다. JP는 보수적 신당창당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KT 또한 극적 타협을 이끌어 내기는 했지만 세대교체론을 주장하며 탈당카드를 내밀어 정가에 회오리를 몰고 왔다. 정계개편 논의도, 내각제 얘기도 들린다. 한치 앞도 내다보이지 않는 정국의 혼미가 거듭되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관심을 갖는 것은 김대통령과 김대표의 4.8 밀약설의 내용이나 DJ와 KT가 2월 전당대회를 하느냐 않느냐 등의 가십거리가 아니다. 지금 일고 있는 이러한 정치권의 논쟁들이 과연 21세기를 준비하는 새로운 역사, 새로운 정치의 틀을 만들어 나가는 건설적인 과정이냐 하는 점이다. 물론 더 두고 봐야겠지만 지금 일고 있는 일련의 움직임은 우리로 하여금 우려를 자아내게 하고 있다.
15일 대전 유성관광호텔에서 열린 대전·충남 지방의회협의회 신년교례회에서는 "경상도는 세계화고 충청도는 지역화냐", "우리는 세계화보다 JP가 필요하다", "말라죽은 세계화가 충청인 다 죽인다"는 노골적인 구호가 난무했다. 또 그들은 결의문을 통해 김종필 대표를 음해하고 충청인의 정서를 짓밟는 온당치 못한 행동을 즉각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실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3당 합당을 구국적 결단이라고 자화자찬하던 이들은 또다시 지역감정을 볼모로 자신의 정치기반을 다지기 위해 충청도 정서를 들먹이고 있는 것이다. 적어도 우리는 지금 정치권에 일고 있는 진통이 개혁의 틀 안에서 진행되기를 바란다.
WTO 체제의 출범과 함께 국제경쟁력이 중요시되고 있는 시점에서 생산적이고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정치조직의 틀로 나아가기를 간절히 바란다. 더 이상 민족의 장래는 안중에도 없이 지역감정을 자극하고 그것을 볼모로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정치집단이 있다면 우리 국민들은 결코 과거처럼 너그럽게 보아주지 않을 것이다.
이제 우리 국민들은 과거의 타성과 지역주의에서 벗어나 세계사라는 큰 물결의 주인으로 설 것이라고 굳게 믿기 때문이다.
<당진시대 1995년 1월 23일/58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