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한 공직자와 함께 하게 된 술자리에서 분위기가 무르익자 자연스럽게 화제가 단체장 선거 얘기로 옮아갔다. 그 분은 자리를 빌어 나름대로 단체장의 자격에 대한 소신을 피력했다.
"행정을 이해하고 집행할 수 있는 행정경력이 있는 분이 단체장이 되어야 할텐더 행여 정치인이 군수가 되지는 않을까 걱정입니다."
이것이 공무원인 그의 생각이었다. 하긴 요즈음 대통령과 집권여당에서도 단체장은 행정가 출신이 맡아야 된다고 연일 역설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얼마 전 성수대교가 붕괴되는 참사가 일어났다. 공무원 사회의 기강이 흔들리고 서울시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을 때 서울시장 자리를 정치인으로 교체했다. 그와 함께 정부는 공무원 사회의 무사안일주의를 척결하고 서울시민을 불안과 공포에서 구하기 위해서 과감한 결단력과 추진력을 갖춘 정치인을 서울시장에 등용했다고 그 배경을 밝혔다.
이제 온갖 문제들이 산적한 우리 지역을 바라보자. 앞으로 쓰레기 매립장, 군립공원묘지 등 혐오시설 유치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전국토가 묘지화 되어가고 있는 가운데 서민들은 죽어서 발 뻗고 누울 자리조차 없다. 산소를 모실 산은 없고, 사설묘지는 가격이 비싸고. 그렇다면 정작 군립묘지는 우리 지역 어딘가에는 꼭 있어야 할 시설이다.
하지만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해당지역 주민들은 각종 환경문제와 땅값이 떨어지는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런 문제들은 사실은 행정적인 문제이면서도 정치적으로 풀어갈 수밖에 없는 문제들이다.
이제 도비도 문제로 넘어가 보자. 이 곳은 앞으로 석문국가공단, 당진화력 등의 완공과 함께 본격적인 인구유입이 진행될 전망이어서 군이 주체가 되어 출향인 등 민간자본을 끌어들여 개발을 할 경우 지역경제 활성화는 물론 자치단체 재정에도 적지않게 기여할 수 있다. 이 역시 상당한 정치적인 역량이 필요한 일이겠지만 현재로서는 농진에서 추진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같은 예를 보더라도 모든 문제를 행정적인 시각에서만 봐선 안된다. 그렇다고 정치인을 단체장으로 뽑자고 주장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다만 행정에 대한 편견을 바로잡자는 것 뿐이다.
사실이 정치인이냐 행정가냐 하는 흑백논리로 전개되는 요즘의 이러한 논쟁은 군사문화의 잔재이며 국민의 판단을 흐리게 할 뿐 생산적이지 못한 것이다.
민선단체장은 13만 군민의 실생활과 관련된 업무관리, 1000여 명에 달하는 공무원 사회의 장악력, 수백억에 달하는 군 재정의 효율적 집행 못지 않게 타성에 젖은 관료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소신과 청렴도, 지역주민의 뜻을 올바른 방향으로 결집해 내는 정치력 또한 필수적으로 갖춰야만 할 것이다.
<당진시대 1995년 4월 3일/68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