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당초 한보는 화력발전소 건설게획을 밝히면서 건립의 명분으로 전력수급 차질을 내세웠었다. 그 뒤 당진군민들이 이에 반대하는 투쟁위원회를 결성하자 한보 측은 한전에서 전력공급에 대한 보장만 해준다면 한보화력발전소 추진을 언제든지 철회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투쟁위는 지난 6월 급기야 한전에 이를 확인하는 질의서를 보냈다. 한전은 한보철강에 대해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해 줄 능력이 있는지 밝혀달라는 것이었다.

이에 대한 한전의 답변은 96년 말까지 29만kw, 97년 9월까지 52만kw, 97년 10월 이후에는 82만kw를 공급할 예정이라고 한보에 이미 통보했다는 것이었고, 추후 전기사용 증설 요청이 있을 경우에도 추가 공급이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면 이쯤에서 한보의 대응이 궁금해진다. 한전의 답변서에 대한 한보의 반응은 우선 한전의 답변을 못믿겠다는 것이다. 이는 사기업이 정부기관의 공신력에 정면으로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두 번째 한보는 국가경쟁력의 강화를 위해서 생산원가의 절감이 절실하기 때문에 화력발전소 건립을 포기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점은 본지 126호에 게재된 한보와의 인터뷰 내용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당시 당진시대의 질문과 한보의 답변을 보자.

문 : 뒤늦게 화력발전소 계획을 밝힌 이유는?

답 : 제철소 건설 당시에는 한전에서 전력을 전량 공급받을 계획이었으나 지금은 한여름이나 피크타임 시 원활한 전력공급을 보장받을 수 없다. 한보화력 전력단가보다 한전에서 공급받는 전력의 단가가 싼데도 자체 건설하려는 것은 원활한 전력 수급을 위한 것이다.

상황에 따라 한보의 답변이 달라지고 있다.

더 이상 거론할 것도 없이 한보는 이제라도 당진군민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투쟁위에서는 그동안 주민 의견을 수렴해 발전소 건립이 부득이할 경우 차선책으로 '부생가스화력과 LNG를 연료로 할 것'을 권유해 왔다. 이 점에 있어서는 당진군과 김현욱 국회의원의 입장도 별 차이가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보는 지금까지처럼 투자비용에만 집착해 주민과 극한 대립을 자초하고 명분과 실리를 다 잃는 우를 범하지 말기 바란다. 경제적 이익을 우선하는 한보의 기업논리 못지않게 우리에게는 쾌적하게 환경을 지키고 후손에게 물려줄 의무가 막중하다.

주민이 원하든 원치 않든 한보는 이제 어엿하게 당진을 대표하는 기업이다. 주민이 아끼고 주민의 사랑을 받는 기업으로 자리잡길 바라며 한보의 신중한 결단을 기대한다.

<당진시대 1996년 7월 15일/13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