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사람보다
땅을 더 믿는다
그는 잠자리를 같이 하면
새끼 쑤욱쑤욱 낳아 주는 마누라
그의 넉넉한 아내의 엉댕이 같은
씨만 뿌리면 싹을 틔우는
서 마지기 기름진 텃밭을 사랑한다
잘 자라는 오진 새끼들처럼
항상 변함없는 잠자리의 여편네처럼
그렇게 든든하고 믿음직한 텃밭,
오늘은 거기다 무슨 씨앗을 심을까?
고구마, 오이, 상추, 배추, 무우, 호박
한 번도 속이지 않던 그 땅에
한 번도 배반하지 않던 그 땅에
오늘은 무슨 언약을 심을까?
60년 정분이 너무 알뜰해
마누라같이 끌어안고만 싶은 땅,
오늘은 그 땅이 농부를 속이네
오늘은 그 땅이 농부를 배반하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