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소망

이정음

농가 마당가에

햇닭이 어설픈 목소리로 홰를 치면

흰 돛단배가 한 계절을 안고

채 익지 않은 들판으로 다가와

엷은 금빛으로 타는 지금

풀벌레처럼 밤을 노래하며

깊은 성숙을 바라는 자

머리숙여 마음의 뜰

하늘에 헤쳐 보이고

풍우에 시달려 진흙에 묻혔던

추악한 몰골의 잔영

아직도 가슴 한구석에 남아

땅속으로 잡아 당기는 어둠을

바람에 실어내어

이렇게 자랄 수 있었던

세포 하나, 하나에

감사의눈물 떨어뜨리며

아, 이제 닫혔던 가슴 열어

태양의 새 빛 가득 담아라

그리하여 우유빛 포만된

어머니 젖무덤으로 파고들어가

다음의 생명으로 전하기 위해

너는 진한 금빛으로 타올라야 한다

·58년 당진 합덕생

·78년 합덕농고 졸업

·80년 예산농전 졸업

·88년 「버그네문학」 창간문학 활동

·91년 농민문학과 동양문학으로 등단

·시집 『내가 세상에 태어난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