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가 되기 위한 빗방울의 운동
이 가 림
까마득한 높이에서
빗방울들이 수직으로 떨어진다
죽음조차 두렵지 않다는 듯
해맑은 얼굴로
떨어진다
떨어지는 빗방울들은
산산조각 제 몸을 땅에 바친다
아까울 것 하나 없는 운명이라는 듯
제 몸을 바친다
낮은 데로 낮은 데로 흘러
모여서
더이상 갈라서지지 않는
하나의 무리가 되어
나아갈 제 길을 스스로 만든다
사람들은 믿지 않는다
홈통을 타고 흘러내리는
이 조그만 것들의 가느다란 소리가
꽉 막힌 하수구를 뚫고 둑을 무너뜨리고
콘크리트 장벽을 허물게 되는 것을
하나뿐인 제 몸을 내던져
살갗과 살갗 서로 부비는
저 빛 머금은 눈물 같은
목숨들의 발걸음!
1943년 만주출생. 성균관대 불문과 및
동대학원 졸업. 프랑스 루앙대학 불문학박사
196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1973년 첫시집 「빙하기」후 「유리창에 이마를 대고」
「슬픈 반도」등의 시집과 「촛불의 미학」 「물과 꿈」
「꿈꿀 권리」등의 역서 간행
1993년 제5회 정지용 문학상 수상
현재 인하대 불문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