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날

김태숙 차장

마음 무심히 떠났다 온 뒤

떠나 구중구천을 어설피

떠돌다 온 뒤에도

늦가을 토요일 오후 남산놀이터에는

있어온 것들이 전처럼 있다.

가지 휜 나무들

내려앉은 햇살

그 아래 단풍 젖어 환한 잎도

찬물로 오래오래 씻어낸 듯 가득한

한기 사이에

조용조용 피어오르는 산것들의 온기

그들 사이 있던 거리가 다만

고요해졌다.

이따금 묘지옆에 앉아

먼 산 보던 노파도

놀이터 양지 모래밭에 와

사뿐히 얹힌

가벼워졌다 오늘은 눈시리지만

공연히 마른잔등에 지고왔던 사람들을

제자리에 부려놓고 느즈막히 돌아온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