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절대 공무원노조를 허용할 것 같지 않던 정부가 이에 대해 처음으로 고민하기 시작한 시점은 지난 1996년 김영삼 당시 대통령이 OECD 가입을 준비하면서부터이다. 김영삼 당시 대통령은 국가신인도 제고 등을 위해 OECD 가입을 추진했으나 전체 회원국의 과반수가 반대의사를 표시하는 바람에 난항에 부딪혔다. 회원국들이 한국의 인권상황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그 주요한 이유 중의 하나는 교사나 공무원의 노동기본권 불인정이었다. 교직원노조나 공무원노조를 인정하지 않는 한국 정부의 태도가 국가신인도의 제고에 커다란 악영향을 끼치게 된 것이다.

실제로 국제노동기구(ILO)에서는 한국 정부에 대해 8차례나 공무원노조의 허용을 권고했다. 전 세계 175개국 중에서 공무원에 대한 노동3권을 인정하지 않는 국가는 2개국, 바로 한국과 대만밖에 없기 때문이다.

공무원노조에 대해 보수언론 등에서는 ‘공무원이 무슨 노조냐’식으로 보도하고 있지만 세계에서는 이미 보편적이고 당연한 기본권으로 인정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그동안 세계화니 글로벌 스탠다드라는 말을 부르짖으면서 정작 기본적인 인권에 대해서는 고립을 자처하고 있는 셈이다. 지금까지 공무원들에 대해 국민들은 물론 공무원  당사자들까지도 ‘국민에 대한 봉사자’라는 인식을 가졌었다. 그러나 이제 그같은 개념은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공무원은 전체 국민의 이익을 위해 일하지만 동시에 노동의 대가로 살아가는 노동자의 신분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그런데 지금 공무원노조에서는 정부의 공무원노조 입법안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왜인가? 정부의 입법안은 공무원의 특수한 조건을 빌미로 노동 3권 중 교섭체결권과 단체행동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마저도 가입범위를 6급 이하로 한정하고 교섭대상 마저 법령이나 예산, 조례, 인사, 정책 등은 제한하고 있다.

이로 인해 공무원노조에서는 노동2권도 아닌 노동1.5권이라는 자조 섞인 말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전 세계의 어느 나라도 급수로 공무원의 가입범위를 자르진 않는다. 심지어 유럽에서는 조합원으로 활동하던 한 공무원이 장관으로 입각하게 되자 재임기간 동안에만 잠시 탈퇴한 후 장관 사직과 함께 조합원으로 다시 활동하기도 한다.

교섭대상을 근로조건과 관련된 사항으로만 한정할 경우 노조의 사회적 역할은 전혀 기대할 수 없게 된다. 공무원노조가 우리의 역사에서 중요한 의의를 지니는 이유는 공무원들이 드디어 정권의 하수인임을 거부하고 당당하게 공직사회의 개혁을 위해 나섰기 때문이다. 지금 공무원노조의 조합원들은 이 땅의 민주화에 기여하지 못하고 정권의 손발이 되어 민중을 탄압한 지난 50년 동안의 죄를 반성하고 민주화 완성의 길 맨 앞에 나섬으로써 국민들에게 진 빚을 갚아야 한다며 구속과 징계를 각오하고 투쟁에 나서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공무원의 노동3권을 허용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지난 1988년 당시 통일민주당 소속 의원으로 국회 노동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던 시절만 해도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 등 공무원의 노동3권을 보장하는 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이제라도 정부는 강경진압 일변도의 대응을 철회하고 공무원조합법의 졸속 추진을 중단함과 동시에 사회적 실재인 공무원노조와의 진지한 대화를 통해 합리적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