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학교 작은아이들의
아름다운 성장
당산초등학교 2학년 교실. 교실 뒤쪽 벽에는 작고 흰 도화지에 붙어 바싹 마른 들풀 여덟 모둠이 있다. 지난 3월 반친구의 생일을 핑계삼은 선생님의 유혹(?)으로 학교앞 동산에 올라가 놀다가 숲속 자연탐험을 하며 따가지고 온 것들이다.
숲. 멀리서 볼 땐 한 빛깔, 한 뭉텅이었는데 막상 그 속에 들어가보니 풀마다 어쩜 그리도 다 다른지 아이들은 신기한 마음으로 한손 가득 담아가지고 왔었다.
이제 막 코흘리개티를 벗은 개구장이들이 선생님을 가운데 두고 모여 앉았다. 2학년 전체라야 전부 여덟명. 작은 아이 여덟이 앉은 교실은 병아리집 같다. 소리를 듣고 말로 표현해 보는 국어시간. 아이들은 선생님이 들려주는 소리를 듣고 저마다 한소리씩 했다.
“귀가 따가워요” “폭포소리 같아요” “지익 직 비가 와요”
선생님은 아이들의 의견에 한껏 귀기울여 들어주고 다시 질문을 던져주는 것으로 여덟아이들과 수업중 내내 골고루 대화를 하셨다. ‘주호’와‘건희’가 다소 산만을 떨고 ‘현’이가 가끔 엉덩이를 들썩거리지만 그 작은 공동체에서 선생님과 눈을 맞추지 않거나 수업에서 마음을 돌리기란 불가능한 일. 아이들은 자유로운 듯, 노는 듯 선생님께 집중해 있었다.
이재숙(28세) 선생님.
생기있는 외모, 재빠르고 탄력있는 선생님의 리듬은 산만하고 자기본위이기 쉬운 2학년 아이들의 리듬을 압도하는 지휘자다.
이재숙 선생님의 별명은 ‘관리자’. 때문에 전교조 모임 같은 선생님들의 모임에서 장난섞인 따돌림을 받는 즐거움도 얻는다. 이 별명에는 내력이 있다.
1~2학년, 3~4학년, 5~6학년, 이렇게 3학급 밖에 없고 교감선생님도 없었던 지난해. 학생수 100명 미만 학교 통폐합으로 술렁대던 때 경력있는 선생님들이 다른 학교로 떠나고 교장선생님마저 바뀌는 바람에 이 학교 막내격이었던 4년 경력의 이재숙 선생님은 그만 이 학교 최고 경력의 교사가 되고 말았다.
분교가 아니었던 까닭에 업무는 폭증하고 복식수업으로 아이들도, 선생님들도 힘이 들었다. 선생님들은 밀리는 업무에 아이들에게 더많은 손길을 주지 못하는게 아쉬웠지만 통폐합시키지 않고 아이들에게 좋은 여건을 만들어주기 위해서는 학급수를 늘리는 수밖에 없어 방과 후에는 아파트 단지를 돌며 학교홍보에 열을 올렸다. 면사무소를 찾아다니며 도로개설과 셔틀버스운행을 건의했다.
“힘들었죠. 때로는 아이들 몰래 비닐하우스나 화장실에 가서 울기도 했어요. 하지만 우리들에겐 아이들에게 좋은 여건을 만들어 주자는 한가지 일념밖에 없었어요.”
다행이었다. 학급수는 5학급으로 늘고 셔틀버스도 운행하게 되었다. 이제 곧 도로도 개설된다. 처음에 고개를 흔들던 아파트 학부형들도 작은학교의 장점을 알고는 일단 당산초등학교에 아이를 보낸 뒤에는 다시 전학시키는 일이 없었다.
교감없는 당산초등학교에서 이재숙 선생님은 교감역할을 해왔던 것이다.
다음 시간은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좥즐거운 생활좦 시간.
‘오늘은 대체 뭘 그리려고 선생님은 책상을 교실 가장자리로 다 치우고 우리를 교실 한가운데 모여앉게 했을까’
선생님은 그 답으로 ‘협동화’라는 글을 칠판에 쓰셨다. 선생님이 흐릿한 밑그림을 그려 나눠주신 네장의 도화지. 둘씩 짝을 지은 아이들은 손가락에 물감을 묻혀 색을 입혀 나갔다. 이 선생님은 늘 아이들을 짝을 지워 학교생활을 하게 한다. 서로 배려하고 돕는 생활을 몸에 배게 하려는 것이다.
처음 ‘혼자’하는 게 편하다고 혼자하게 해달라고 조르던 아이들도 이제는 익숙해졌다. 사랑받을 뿐 아니라 사랑<하는 designtimesp=16682> 아이로 자라게 하는 것,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아는 아이로 키우는 것이 이재숙 선생님의 교육목표다. 게다가 학생 여덟명의 작은교실은 아이들의 개성과 환경을 제대로 이해하고 도와줄 수 있는 최적의 여건이기도 했다.
영리한 청소왕 ‘단비’, 자칭 좥조직좦이라는 ‘향지’, 선생님 닮은 선생님이 되겠다는 ‘가영이’, 작은 신사 ‘병길이’, 엉뚱하지만 기발한 ‘건희’, 산만하지만 귀여운 ‘주호’, 털털한 양반 ‘현이’, 앙증맞은 망초꽃 ‘호겸이’.
교원연수만 있으면 서울이건, 대전이건 쫓아다니며 하나라도 더 배워 아이들에게 주려는 극성 선생님 덕분에 이 꼬마들은 집단상담이나 심성훈련 같은, 귀한 내적훈련도 받는다. 그래서 다른 친구의 장점을 찾을 줄 안다. 서로 욕하거나 따돌리는 일도 없다. 그것은 학교 전체의 문화이기도 했다.
과연 네장의 도화지를 모으면 무슨 그림이 될까. 선생님이 그림을 붙여 준비하는 동안 아이들은 조용한 클래식음악을 들으며 기다렸다. 눈을 뜬 순간 아이들은 함께 그린 그림을 놀라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림 한 가운데 소가, 글쎄, 얼굴과 뿔 한쪽은 초록이고, 몸통은 갈색이며, 한쪽 다리는 더욱 묘한 색깔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김태숙 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