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레이서 남기문씨

일반인들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모터스포츠는 아무래도 ‘자동차 경주’가 아닐까. 스피드와 박진감의 대명사로 인식되어 있는 ‘자동차 경주’에 대한 관심도 높은 편이다.

그러나 아직은 ‘모터스포츠는 매니아들의 전유물’이라는 인식과 함께 ‘위험한 스포츠’라는 생각이 모터스포츠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모터스포츠의 스피드와 박진감에 매료된 사람들은 오늘도 코스를 달리고 있다. 당진의 젊은이 남기문(26)씨도 이들 중 한 사람이다.

“젊었을 적엔 좀 ‘놀았죠’”

남씨는 시쳇말로 ‘젊었을 때 좀 놀았던’ 사람이다. 호서고등학교 출신인 그는 학교 다닐 때 공부를 그렇게 싫어했다고 한다. 하기 싫은 건 죽어도 안했다는 남씨. 그는 죽어도 하기 싫은 공부를 하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좋아하는 일을 했다.

남씨는 춤을 췄다. 춤의 리듬에 자신을 맡겼다. 아마 학교에서 손꼽히는 실력이었을 것이다. 학교 축제 때마다 무대에 올라 실력을 뽐냈다.

물론 ‘착한 일’만 한 것은 아니다. 친구들과 어울려 ‘나쁜 짓’도 많이 했다. 자세히 말하진 않았지만 담배도 학교 다닐 때 배웠고, 후배들 돈도 빼앗아봤다. 남씨는 대학을 졸업하고 춤을 가르치는 학원을 열었다. 힙합스쿨이 바로 그것. 남씨의 힙합스쿨은 처음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고 한다. 시장 쪽에 위치한 학원에는 연일 학생들이 찾아오고 남씨는 난생처음 큰 돈을 벌어보았다.

춤추다 다친 허리, 결국 장애로 남아

사실 남씨는 지금 장애 2급 판정을 받은 ‘장애인’로 등록되어 있다. 춤을 추다 어느 날 다친 허리가 결국 잘못된 것이다.

척추 연골이 하반신 신경을 건드려 통증과 함께 심한 경우 하반신 마비를 불러오는 ‘허리디스크’가 남씨를 찾아왔다. 남씨는 입대 후 전방에서 근무하다 갑자기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진 뒤 의가사 제대를 하게 됐다.

입대 전부터 통증을 느끼던 허리가 결국 잘못된 것이다. 허리디스크 증세로 입원한 남씨는 대수술을 받았다. 허리에 철심을 박고 다시 걸을 수 있게 되었다.

이젠 춤 대신 카레이싱!

허리를 다친 남씨는 이제 더 이상 춤을 출 수 없다. 춤을 출 수는 있지만 허리를 격하게 사용하면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에 시달린다.

남씨는 힙합스쿨 대신 우연히 접하게 된 카레이싱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어렸을 때부터 자동차를 모는 게 좋았던 남씨는 당진에서 타이어샵을 운영하는 사람의 도움을 카레이싱을 시작하게 됐다.

카레이스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자동차 경주’다. 우리나라에는 정규 자동차 경주 리그가 있다. KMRC(한국모터챔피언십)라고 불린다.

KMRC가 ‘메이저리그’라면 메이저리그로 올라가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어지는 ‘마이너리그’도 있다. 남씨는 현재 ‘마이너리그’격인 ‘ECSTA 타임트라이얼’에서 경기를 벌이고 있다. 이 경기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남씨는 이미 2년 후 KMRC로 승격되기로 결정이 난 상태라고 한다. 남씨는 이제 레이스를 시작한 지 2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 뛰어난 실력을 인정받은 것이다.

스피드가 최고의 매력, 그로 인한 슬럼프도 겪어

용인 스피드웨이는 직선코스에서 200㎞까지 나온다고 한다. 코너에서도 150㎞의 속도가 나온다고 하니 속도감이 느껴지는 스포츠임에는 틀림없다. 남씨도 그 속도감에 매료돼 레이스에 뛰어들었지만, 그 속도감 때문에 슬럼프를 겪기도 했다. 정규코스인 용인스피드웨이에는 속도를 줄이지 않고 드라이버의 운전기술로 통과해야 하는 코너가 있다.

처음에 겁없이 도전해서 좋은 기록을 냈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사고에 대한 부담을 갖게 된 남씨는 너무 일찍 속도를 줄이게 돼 기록에서 큰 손해를 보기 시작했다.

계속되는 부진에 스스로 화가 난 남씨는 어느 날 일부러 사고를 내자는 심정으로 감속 타이밍을 최대한으로 늦췄다. 거의 사고가 발생할 뻔한 순간 기적적인 반사신경으로 코너를 빠져나왔다. 그날 남씨는 슬럼프 탈출은 물론 최고기록을 세우고 우승을 차지했다고 한다.

레이스 운영 돈 많이 들어

경주에 나가기 위해서는 차량을 경주용으로 개조해야 한다. 이것을 ‘튜닝’. 이 튜닝은 드라이버의 테크닉과 경기 승패를 결정한다.

사실 레이스가 돈 많이 드는 경기라고 하는데 바로 이 튜닝 때문에 돈이 많이 소모된다. 처음 출전할 때는 차량구입비, 튜닝비용, 소모품 준비비 등 실로 많은 돈이 들어간다. 남씨는 처음 레이스를 시작할 때 그동안 힙합스쿨을 운영하며 모아둔 돈으로 충당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워 아버지(남준우 당진읍새마을지도자협의회장)의 도움으로 레이스를 이어가고 있다.

“꼭 톱을 달리고 싶다”

어렸을 때부터 지는 것이 무척 싫었던 남씨. 지금도 도로에서 다른 차가 자신을 추월해가면 끝까지 따라가 다시 추월한다. 다른 차가 자신의 앞을 달린다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이미 레이스에 뛰어든 이상 아무도 자신의 앞을 달리지 못하게 하겠다고.

하지만 레이스는 투자한 만큼 성적이 나온다. 좋은 차를 가지면 유리한 것이다. 자동차의 핸디캡을 뛰어넘으려면 실력을 키우는 수밖에 없다. 남씨는 최고가 되기 위해 오늘도 코스를 달리며 연습에 몰두하고 있다.

후회하지 않는 삶 살아와

학교 다닐 때부터 부모님 속 썩히고 남들이 보기엔 ‘이상한 녀석’으로 보일만한 삶을 살아왔지만 남씨는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한다.

그가 유일하게 후회하는 일이 있다면 학교 다닐 때 후배들을 괴롭혔던 일이라고 웃으며 말한다. 그 이유는 자신의 행동이 남에게 피해를 주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남씨는 후배들이 요란하게 차를 몰고 다니는 모습을 보면 붙잡아서 타이른다. 너희들의 행동이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고 너로 인해 다른 너희 친구들까지 피해를 보게 된다고.

카레이서로 성장하면서 ‘어른’이 되어가는 남씨. 그가 다른 모든 차들보다 앞서서 결승점을 통과해 시상대의 가장 높은 자리에 올라 지금처럼 환한 미소를 짓는 모습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