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함께, 한 해수욕장의 모래사장을 뛰었던 기억이 있다. 늦은 나이에 얻은 아들 이민우(13)가 막 걸음마를 뗐을 때의 일이다. 그날 아들과 해변에서 경주를 펼쳤지만 누가 이겼는지에 대한 기억은 전혀 없다. 그저 아들의 작은 발걸음 하나하나가 신기하고 대단하게 느껴졌을 뿐이었다.

크고 작은 많은 사건들이 일생에서 일어나지만 내가 기억할 수 있는 것은 강한 인상을 남기는 몇 가지이다. 추억이 소중하다고 느껴지는 이유가 있다면 떠오르는 즐거웠던 기억들과 더불어 떠올릴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이 항상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몇 장의 사진에는 이런 나의 즐거웠던 기억과 함께 다른 이면들도 함께 새겨져 있다.

첫번째 사진과 두 번째 사진은 4-H 활동을 할 때의 모습이다. 4-H회장을 하면서 회의진행법 등 알지 못했던 지식과 교양을 습득할 수 있었다. 또 ‘등대’라는 마을 소식지도 발간했었다. 그 소식지를 지금은 찾을 수 없는데 그 점이 매우 아쉽게 느껴진다. 무엇보다 4-H활동은 같은 젊음끼리 무엇인가를 함께 할 수 있다는 즐거움이 대단했던 시절이다. 특별한 먹거리가 없었던 시절, 한데 모인 도시락을 먹는 모습마저 왠지 정겹게 느껴진다.

세번째 사진은 1985년 석문면사무소의 모습이 담겨있는 사진이다. 지금의 모습과는 퍽 다르다. 함께한 사람들은 그 당시 면장과 각 마을 이장들이다. 나만 유일하게 장발을 하고 있다. 그때부터 마을일을 시작해서 지금에 이르렀다. 흔치 않은 사진일 것이란 생각에 수줍은 마음으로 사진을 꺼내어 본다.

네번째 사진은 아내 최숙자(50)와 연애할 때의 사진이다. 어디인지 정확하진 않지만 길옆 보리밭도 사라진지 오래고 앞에 보이는 언덕길도 이제는 없다. 아내와 걸었던 그길... 아내가 큰 병치레를 두번이나 하는 바람에 마음 아팠던 때도 있었지만 언제나 그렇듯 아내와 걷는 길을 늘 행복하다. 사진으로 볼 때는 걸어갈 길이 아직 많이 남아 있는데 지금의 나와 아내는 어느덧 인생의 반환점을 지났다.

※이종윤(51)씨는 석문새마을금고 이사장으로 재직하고 있으며, 고향 석문과 지역발전을 위해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