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해가 졌다
저녁내 흔들리는 모랫벌
대낮은 편안한, 규정된 부피를
부정하는 칼처럼 달이 뜨고
바람이 잔잔히 불기 시작한다
살이 저며지고 있다
아니, 오해 마시기를
이건 부패가 아니다,
싱싱하고 생생한 선혈이 뚝뚝 떨어지는
신선한 살의 이별
결 따라 완벽하게 저며져 뼈를 떠나는 삶
희디흰 뼈 눈부시게 드러나고
바람과 바람의 결 사이에 촘촘히 박혀 있던
잊혀진, 강렬한 말들이
핏줄 위에서 널을 뛰기 시작한다
잔혹한 외출
최소한의 삶으로 버티던 여자 하나,
모랫벌을 달려가
시퍼런 바닷물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1953년 서울 출생
-한국 외대 불어과 졸업
-현 상지대 인문사회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