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마’에 모든 것을 빼앗긴 김씨 부부
지난달 17일 새벽 김희원(44, 우강면 내경리) 부부에게는 예기치 않은 불행이 찾아왔다. 잠시도 눈을 뗀 적 없을 만큼 애지중지 일궈 온 축사가 전기누전으로 추정되는 화재로 인해 모두 타고 그 안에서 기르던 돼지 1700여 마리가 불에 타 죽는 등 수 억원의 재산피해를 입었기 때문이다. 또 불길이 김씨 부부가 사는 자택으로 옮겨와 김씨 가족의 생명을 위협했으며 가옥일부가 불에 타기도 했다.
규모가 큰 화재였던 만큼 화재 이후 김씨 부부가 느끼는 공허함은 클 수밖에 없었다. 화재가 발생한지 보름여가 지났지만 김씨 부부는 아직도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어떨 때는 자고 일어나면 이게 꿈인 것만 같아요. 일만했던 사람들인데 일할 게 사라졌다는 것이 너무 허무하기만 합니다.”
부인 전씨는 남편 김씨가 화재 이후에도 습관적으로 눈을 뜨면 축사부터 둘러보곤 한다면서 아직까지도 믿겨지지 않을 때가 많다고 말했다.
특히 PMWS(전신소모증후군)를 극복하고 3·4·5월 출하를 앞두고 있었기에 이번 화재로 인한 부부의 허탈감은 더욱 컸다.
피땀 흘려 일군 생활터전을 한 순간에 화마에게 빼앗긴 김씨 부부가 느끼는 고통은 이루 말하기 어렵다. 공주에서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들(김기훈, 고1)이 놀랄까봐 한동안 말하지 못하는 마음고생도 김씨 부부의 몫이었다.
화마가 앗아간 자리
이웃사랑으로 채워져
화마가 남긴 고통의 시간은 지나고 있다. 이 기간 김씨 부부의 상처가 보다 빨리 아물어 갈수 있는 이유는 바로 내경1리(이장 이남일) 주민들이 있기 때문이다.
“(화재가 발생했던) 비가 오는 그 밤에도 전부 다 오셨어요. 그로부터 일주일 동안 여자 분들은 밥하시고 남자 분들은 타 죽은 돼지를 끌어냈죠. 한번은 경로당 할아버지들이 돈 봉투를 가지고 오셨어요. 기가 막힌 돈이었답니다. 그 밖에도 많은 분들이 기훈아빠 살려야 된다면서 힘을 주셨죠.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감사할 따름입니다.”
실의에 빠져, 도우러 온 마을 사람들에게 밥 한끼 제공할 정신이 없었던 전씨는 마을 분들이 스스로 식사 등을 해결하면서 화재 뒷정리를 하며 베풀어 준 이웃사랑에 대해 깊이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 때야 불은 났어도 삶을 잘못 살지는 않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씨 부부는 화재발생 이후 많은 위로를 받고 있다. 부인 전씨에 따르면 마을 분 중 한 분은 아직 젊고 목숨은 건졌으니(축사일을) 다시 시작해 보라고 말했다. 축사로 인해 발생하는 냄새 등 불편함이 많았을 텐데 김씨부부를 위해 마음을 열어준 것이다.
젊은부부의 ‘재기’ 온 군민이 지켜봐야
그렇다면 화재로 한 순간에 모든 것을 잃은 김씨 부부의 아픔은 쉽게 아물 수 있을까! 무엇보다 마을 사람들은 김씨 부부가 재기해야만 그것이 가능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보상받은 보험금으로는 축사를 운영하면서 진 빚을 갚기도 벅찬 상황이다.
현재 생활비도 주민들과 위로해주기 위해 김씨부부를 찾은 인사들이 주고 간 위로금으로 조달하고 있는 실정이다.
열심히 일해 온 김씨 부부가 작은 희망이라도 가질 수 있도록 관계기관과 군민들의 도움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취재를 위해 김씨부부를 찾은 3월30일 김씨는 화재복구를 무리하게 해 온양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취재는 끝났다. 위로다운 위로는 하지 못했다. 다만 상처가 치료돼 재기에 성공하고 가족들이 웃음을 찾을 수 있는 그날이 오길 기대하며 김씨 부부의 사연을 뒤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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