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장 옥
석문우체국장
본지 이사
4월5일은 식목일이자 청명·한식으로 많은 사람들이 조상의 묘소를 찾아 사초를 하거나 이장을 하는 등 묘소 돌보기가 연례 행사가 된 것을 볼 수 있다.
한국인만큼 조상의 묘에 대한 관심이 큰 나라도 없을 것이다. 그것은 유교사상이 고정 관념화되고 묘를 잘 조성하는 것이 효도인 것으로 착각하는가 하면 조상의 영혼이 자신의 가정을 보호하고 복을 주리란 믿음이 신앙처럼 자리한 때문일 것이다.
개신교가 이땅에 들어온지 약 120년이 흘러 토속신앙인 샤머니즘과 토템사상은 많이 사라졌지만 유·불·선에 기초한 뿌리깊은 관습으로 젊은이들 마저도 명당에 연연하는 것을 보며 안타까움을 금할 길 없다.
비좁은 우리 국토가 온통 묘지로 뒤덮여 죽은자가 산자의 공간을 잠식해가는 현상은 문제가 심각하다. 외국의 사례를 들어 우리도 대안을 찾는일에 모두가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유럽 선진국 중 프랑스는 장묘문화가 잘 발달된 곳으로 평가되고 있다. 1804년에 조성된 조각공원 형태의 ‘페르라세즈’ 공원묘지는 건축가 ‘부로니야르’가 설계한 것으로 유명한데 남북을 가로지르는 실핏줄처럼 난 도로사이에 97개의 분묘단지가 조성되어 모두 10여만개의 묘소에 50여만기가 안치되어 있다. 이곳의 총면적은 0.92㎢에 불과한데 ‘까보’라는 가족묘 형태로 0.5평 면적에 지하2.5m의 깊이로 차곡차곡 관을 쌓아 4명까지 매장하는 지하 아파트식 묘지형식이며, 일정기간이 지나면 재계약과 무연고자 묘는 화장하여 공동납골당에 안치한다.
이곳에는 쇼팽, 발자크, 이브몽땅 등 유명인사가 묻혀있고 곳곳에 심어진 수목아래의 벤치에 산책나온 시민들이 앉아 책을 보거나 명상에 잠기는 등 휴식공간은 물론 박물관으로 지정돼 문화재 대접을 받는다.
이러한 예는 유럽각국과 미국으로 전파되어 하나의 모델이 되고 있으며 묘지가 차지하는 면적은 프랑스 전국토의 0.06%에 불과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할 것이다.
미국은 묘지를 평장으로 하되 묘와 묘의 사이가 20㎝를 넘지 못하게 하고 잔디깎기 좋게 표층보다 낮게 매장토록 법제화 되어 있으며 일본은 화장율이 98.4%로 특이한 점은 도심속에 ‘다치가와’ 성원과 같은 납골당과 화장터가 자리하고 있지만 시민들이 혐오시설로 인식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정부가 깨끗하고 완벽한 공해방지 시설을 갖추도록 유도했기 때문이다. 또한 1948년에 매장 관련법을 제정해 공영 화장장을 전국에 건설하고 매장을 금지하는 대신 화장을 장려하는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는가 하면 1기당 묘지면적을 도시지역 4~5㎡, 지방은 6㎡ 이내로 규제하고 도심형 납골당과 가족합장 납골설치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가능하면 산과 바다에 분골을 뿌리도록 하는 산골정책이 자리잡아 가고 있다.
이밖에도 중국은 화장율 100%, 인도99%, 스위스 70%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도 최근들어 화장에 대한 거부감이 많은 변화를 보여 2003년 현재 40.4%로 10년만에 배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나 아직도 묘지면적이 외국에 비해 지나치게 넓다는 점이 문제다. 그나마 99년에 묘지법을 개정해 1기당 면적을 기존 9평에서 3평으로 낮췄으나 일본의 1.2평, 홍콩의 0.9평 등과 비교된다. 또한 납골묘도 석물에 의한 초호화 위주로 투기화, 흉물화해 하나의 공해가 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현재 세계적 추세는 유골함을 땅에 묻고 그위에 나무를 심는 수목장으로 가고 있으며, 의과대학에 사후 시신기증을 해 의대생들의 해부실험을 통한 의학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장묘문화 선진국을 벤치마킹하여 묘지법을 더욱 강화하고 전국의 무연고 묘가 40%에 달한다는 통계가 있는만큼 이에 대한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이제 국민들도 고정관념에서 탈피하여 산골을 유언으로 남겨 자식에게 짐을 덜어주고 사회 지도층들이 먼저 모범을 보일 때 자손만대에 물려줄 금수강산이 환경친화적으로 잘 보존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