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악한 환경 딛고 15년 명맥 이어와
지난 3일 끝난 충남소년체전에서는 유난히 돋보이는 당진의 선수가 있었다. 양궁의 윤순호 선수. 합도초등학교 6학년에 재학중인 윤 선수는 이제 양궁을 시작한지 9개월밖에 되지 않았지만 대회 3관왕을 차지하고 대회신기록만 5개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대회신기록을 내면 금메달 한 개를 주는 대회 규정 덕분에 당진군이 이 대회에서 따낸 금메달 21개 중 8개를 휩쓰는 ‘기록’도 세웠다.
당진 양궁 꿈나무의 산실
윤 선수가 속한 합도초 양궁부는 당진에서 유일한 초등학교 양궁부다. 지난 91년 4월 창단된 합도초 양궁부는 창단 첫해부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지금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양궁 국가대표 홍성칠 선수가 이 당시 활약했다고 한다. 합도초등학교 재학 시절 전국대회를 휩쓸었던 홍성칠 선수 덕분에 유명해진 합도초 양궁부는 이후 꾸준히 명맥을 이어오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으며 지금까지 당진의 ‘양궁 꿈나무 산실’로 자리잡고 있다.
비인기 종목과 올림픽 효자 종목
양궁은 올림픽이 열릴 때마다 금메달을 2-3개씩 따오는 올림픽 효자종목이다. 그러나 올림픽 시즌만 끝나면 ‘잊혀지는’ 비인기 종목. 합도초 양궁부의 박경호 감독은 “비인기 종목이다 보니 선수도 적고, 지원이나 훈련 환경도 열악하다”며 “이같은 환경에서 매번 좋은 성적을 내주는 선수들이 자랑스럽다”고 말한다.
양궁은 생각보다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종목이라고 한다. 활과 시위, 화살은 물론 화살촉과 화살깃까지 모든 것이 소모품이다 보니 일정기간이 지나면 교체해줘야 하는 등 돈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이 때문에 지원자들도 많지 않고 양궁을 시작한 어린 학생들도 오래지 않아 그만두는 등 안타까운 일이 많다고. 박 감독은 “활 가격이 3백여만원에 이르고, 화살이 개당 3만원 가량”이라며 안타까움을 표하기도 했다.
군내 고교팀이 없어 외지로 나가는 선수들
합도초 양궁부원들은 졸업과 동시에 모두 서야중학교로 진학한다. 서야중학교 역시 당진에서 유일하게 중학교 양궁부를 운영하기 때문. 그러나 이 선수들은 중학교를 마치면 모두 외지의 고등학교로 진학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양궁을 그만둬야 하기 때문.
박경호 감독은 “이런 상황이지만 당진에 고교팀을 만들기 위해 선뜻 나설만한 학교가 없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비인기 종목인데다 운영비도 많이 들고 지원조차 넉넉지 않은 형편이기 때문이다.
수도 없이 활을 쏘는 어린 궁사들
합도초 양궁부에는 박경호 감독과 양궁선수 출신인 김수정 코치, 그리고 윤순호, 한주은, 이동엽 선수 등 3명이 선수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매일 오전 수업을 마치면 서야중학교 양궁장에 와서 훈련에 몰두한다. 이곳에서 어두워질 때까지 활을 쏘고 대회가 가까워오면 양궁장에 불을 밝히고 활시위를 당긴다.
날씨에 많은 영향을 받는 종목이기에 비가 오면 ‘수중훈련을 한다’고 활을 쏘며, 바람이 많이 불면 ‘적응훈련을 한다’고 활을 쏜다.
꾸준한 연습만이 실력을 키우는 길이라고 여기는 합도초의 어린 궁사들은 오늘도 고독한 ‘자신과의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