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 이후 오랫동안 표류하던 한보철강이 지난해 INI스틸과 현대하이스코에 인수됐을 때 주민들은 지역경제의 활력소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조속한 정상화를 기원했다.
누구나 지역경제가 활성화돼 일자리가 넘쳐나고 생활 여건이 나아지기를 간절히 바랄 것이다. 그러나 지역경제에 보탬이 된다고 해도 주민들의 생존을 위협할 정도로 심각한 공해를 유발하는 공장이 들어오는 것을 환영하지는 않을 것이다.
20년 전 광양, 그리고 현재
1980년대 중반, 포항제철이 광양에 제철소를 건설한다는 결정을 발표했을 때 광양지역 주민들은 낙후된 지역경제가 획기적으로 발전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지역차원의 대대적인 제철소 건설 환영대회를 개최하며 쌍수를 들어 환영했다.
지역주민들의 기대감과 열렬한 환영 속에 건설된 광양제철소, 불과 20년이 지난 지금 광양제철소는 주민들에게 어떤 의미를 갖고 있을까?
“제철소가 더 이상 지역의 미래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판단이 서자 광양시민들은 이 자리를 컨테이너 부두로 대체했다.”(2002년 11월 25일 당진시대 창간 9주년 특집)
제철소가 들어선지 20년, 인구 13만에 불과한 광양시가 오존오염도 전국1위, 산성비 전국 1위 등 대표적인 공해도시로 전락했다. 지역발전의 장밋빛 환상으로 성대한 환영대회를 열어 맞이했던 제철소는 더 이상 지역의 희망이 아니라 골칫덩이가 된 것이다.
생존을 위협하는 환경재앙
INI스틸은 제철사업 진출을 공식발표하면서도 제철공법만은 밝히지 않고 있다. 왜 구체적인 제철공법을 밝히려 하지 않고 있는가? INI스틸이 건설하려는 고로제철소의 환경피해가 그만큼 심각하기 때문이다.
고로(용광로)제철소의 환경오염 실태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2004년 서울대 보건대학원의 역학조사 보고서에 의하면 광양제철소 주변 1km에 거주하는 주민 2명중 1명이 만성기관지염에 시달리고 있고 초·중학생의 만성기관지염 유병율이 50배에 달한다.
암이나 기형아 출산의 원인이며 청산가리보다 1만배나 독성이 강한 것으로 알려진 다이옥신 배출량도 서울 목동 소각장보다 4440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연간 황산화물 배출량은 수도권 1천만 인구가 생활하며 발생시키는 양의 2.4배에 이른다.
고로제철소가 발생시키는 환경오염의 수준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참고 넘어가거나 감수할 만한 정도의 불편함이 아니라 생존을 위협하는 수준의 재앙이다.
제철소는 지역의 미래일 수 없다
3800명 고용 창출, 11조원의 연관 생산유발 효과. 제철소 건설을 발표하면서 INI스틸이 내세운 장밋빛 청사진이다. INI스틸의 주장대로 제철소는 과연 지역의 미래일까?
올해 2월 16일 발효된 기후변화협약 교토의정서에서 드러나듯 이제 환경을 외면하고는 경제활동이 불가능하다. INI스틸이 건설할 제철소가 가동될 즈음이면 우리나라도 교토의정서 이행 당사국에 포함될 것이다. 따라서 대표적인 온난화물질 배출산업이며 에너지 다소비산업인 제철산업은 앞으로 가장 많은 규제를 받게 될 전망이다.
또한 환경오염물질에 대해 그동안의 농도규제에서 지역별 배출총량규제로 이행하고 있는 환경규제의 흐름을 볼 때 엄청난 양의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제철소가 들어서게 되면 앞으로 지역의 다른 산업의 발전을 가로막는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
21세기의 화두인 ‘지속가능한 개발’은 단순한 신조어나 유행 정도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발전 전략을 수립할 때 반드시 검토해야만 하는 지표이다. 따라서 INI스틸이 추진하고 있는 제철소는 결코 지역발전의 미래가 될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