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루 커피 7~8잔, 음식 가리지 않고 낙천적
지난 11일 신평면 상오리에 있는 한 음식점에서는 뜻깊은 잔치가 열렸다. 이 마을 황낙경 할머니가 올해 100세를 맞아 자손들이 성대히 준비한 잔치였다. 황 할머니는 이날 주름진 얼굴이지만 곱게 분칠을 하고 엷은 하늘색 치마저고리를 단정히 차려입고 있었다. 할머니 천사가 있다면 바로 이런 모습 일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무런 근심도 걱정도 서려있지 않은 평온한 얼굴이었다. 인사하러 들어오는 자손들을 가리키며 알아맞히기 게임이라도 하듯 ‘아무개 아녀?’라고 몇마디 건네곤 연신 차려진 음식을 드신다. 갈비며 생선, 떡, 과일 어느것 하나 가리는 것이 없다.
“소화기능이 아주 좋으세요. 생선회고 뭐고 못드시는게 없어요. 커피를 젤 좋아하시는데 하루 7~8잔은 드셔요.”
옆에서 수발을 들던 둘째딸의 얘기다.
1905년 6월생으로 올해 꼭 100살이 된 황 할머니는 얼마 전까지 신평의 최고령자였던 102살의 거산리 박월용 할머니가 올 봄 세상을 떠남에 따라 최고령자가 되었다.
황할머니는 귀가 좀 어두운 것 빼고는 무척 정정하다. 슬하에 3남2녀를 두었고 손주가 7남3녀, 증손주 7남3녀 등 직계자손만 39명에 이른다. 스물한살 때 남편(허주, 78년 작고)을 만나 9남매 집안의 둘째 며느리로 시집온 황할머니는 살림을 날 때 시아버지가 서운해서 잠을 못 이뤘을 정도로 시부모님 공양을 잘했다고 한다.
이같은 고운 심성외에도 자손들이 전하는 황 할머니의 장수비결은 늘 움직인다는 것. 얼마전까지 직접 잔디밭의 풀을 매기도 했고 마늘이며 도라지 까기 등등 항상 손에서 일거리를 놓지 않았다. ‘궁뎅이가 가벼우시다’는 게 큰아들 허현욱(76)씨가 웃으면서 소개한 ‘우리 어머님 장수비결’이다. 독실한 기독교인이기도 한 황 할머니는 요한복음 14장 1절을 가장 좋아한다고 한다. ‘너희는 마음에 근심하지 말라’는 구절이다. 낙천적인 성격도 건강하게 오래 사는 비결이 아닌가 싶다. 최근 들어 기억력이 전만 같지 못하다는 황 할머니는 그래서 요즘 가장 많이 하는 얘기가 ‘나는 몰라’다. 그러면 자식들은“우리 어머님 청문회에 내보내야 한다”고 농으로 거든다.
“어머님이 95세 이후 귀가 어두워지셔서 자식이 하는 말을 못알아 들으실 때 가슴이 아팠습니다. 자식으로서 잘 모시지 못한 것이 늘 죄송했는데 이렇게 백수를 누리시니 한량이 없지요. 가시는 날까지 편히 모시고 싶습니다.”
이날 100살을 맞은 어머니보다 더 상기된 얼굴로 손님들을 맞던 큰아들 허씨의 소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