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도도 사업자금 융자에 액수 적어 상당수 빚으로
영세서민의 생활안정을 목적으로 조성한 영세민생활안정기금이 까다로운 대출조건으로 인해 운용 실적이 두세 건에 그치는 등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세민생활안정기금은 자활의욕이 강하면서도 일시적인 재난, 기타 사유로 생계자금이 현저하게 부족한 영세서민의 생활안정을 위해 1988년 설치돼 지금까지 운용되고 있다.
당진군의회 예산결산검사위원회는 이 달 초 군의회 제123회 제1차 정례회에 제출한 ‘심사결과 보고서’를 통해 특별회계의 집행잔액이 높았다고 지적하고 그 이유로 생활안정기금의 대출부진과 함께 각종 기금의 사용잔액 등을 들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특별회계인 ‘영세민생활안정기금’의 지난해 세입결산액은 3억322만원인 반면 세출결산액은 2000만원으로 2억8322만원이 이월됐다.
영세민생활안정기금 설치 및 운용조례에 따르면 융자액은 1세대당 1000만원을 초과할 수 없기 때문에 지난해 세출결산액 2000만원은 결국 2004년 한해동안 이 기금을 사용한 건수가 2건에 불과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서민경제의 위기가 국가적인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당진군의 영세민생활안정기금 집행실적은 오히려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당진군 영세민생활안정기금의 집행은 1996년 14건, 1997년 11건, 1998년 3건, 1999건 12건을 고비로 2000년부터 2004년까지 1년 2~4건에 그쳤다.
이처럼 서민경제의 위기 심화에도 불구하고 영세민생활안정기금의 집행율이 떨어지는 이유는 상당수 주민들이 기금 운용 사실을 알지 못하거나 알아도 일정 조건 이상의 보증인을 내세워야 하는 등 까다로운 대출조건으로 인해 엄두를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서민들이 영세민생활안정기금의 지원을 받으려면 읍·면장의 추천을 받아야 하며 5000원 이상의 재산세 납부실적이 있는 주민 1명을 재정보증인으로 세워야 한다. 융자금액도 1000만원에 불과하며 상환이자는 3%이지만 연체이자는 8%에 달한다.
따라서 대다수 서민들은 정작 혜택을 기대하기 힘든 실정으로 대부분의 기금이 명목상으로만 존재할 뿐 금고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실제로 당진군 사회복지과의 담당 공무원은 “지원을 희망하는 영세서민들은 보증인을 세워야 한다는 규정에 대해 ‘보증인을 구할 수 있다면 은행에 가지 왜 당진군에 지원을 요청하겠는가’라고 항변한다”고 말하고 있다. 영세민생활안정기금의 지원을 받아야 할 만큼 절박한 상황에 처한 주민들에게 보증인은 꿈같은 얘기다.
사용용도나 융자금액도 문제다. 현행 조례에 의하면 기금의 사용 용도는 행상·노점 및 이에 준하는 영세 상행위를 위한 상업자금과 천재지변, 기타 재난을 당한 자에 대한 생계자금, 무주택자에 대한 전세금 또는 입주보증금, 영농 및 축산자금 등이다. 이 중 다른 규정들은 별 해당사항이 없고 대부분 소규모 상업자금이나 영농자금이 주를 이룬다.
문제는 지금처럼 자영업이 포화상태인데다 극심한 불황으로 위기를 겪는 상황에서 영세 상행위를 위한 사업자금 융자는 대부분 사업실패로 연결되면서 해당 가구에 고스란히 빚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 농업이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영농자금 융자 역시 마찬가지다.
전국적으로 지적이 잇따르자 당국에서는 기금 집행율이 저조한 영세민생활안정기금을 비슷한 성격의 기초생활보장기금과 통합해 운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당진군의 기초생활보장기금 운용은 2004년 말 적립금이 8297만원으로 기초생활보장기금을 운영하고 있는 전국 82개 시·군·구의 평균 적립금액인 4억1천만원의 1/4에도 미치지 못하는 데다 집행액도 0원으로 오히려 더 심각한 상황이다.
따라서 절박한 상황에 처한 저소득 서민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조건을 완화하고 관련 예산을 증액하는 등 좀더 실효성 있는 정책으로의 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당진군 사회복지과의 담당 공무원은 “보증인을 없애든지, 기초생활보장기금과 통합하든지 뭔가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의견이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