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젊은이들은 싸가지가 없고 어른을 모실 줄 모른다는 어르신네들의 한탄을 자주 듣는다. 안타까운 일이다.

3번아! 잘있거라 6번은 간다

아파트에서 아들 가족과 같이 사는 어느 할머니가 우스개 소리로 빗댄 한탄의 말이라고 한다.

“며느리가 매기는 등급을 보면 자기가 1등급이고 자식 둘은 2~3등급이며 제 남편은 4등급, 끼고 다니는 강아지는 5등급인데 시어머니인 나는 6등급이랍니다.”

또 다른 얘기다. 시골 살던 노인이 도시 아들집에서 살다보니 별 볼 일없는 6번이었단다. 귀한 아들은 3번이고... 1번이 그리워진 노인은 시골집으로 내려가서 1번 자리를 되찾기로 하고 버스 터미널에서 아들한테 전화를 했단다. “3번아! 잘 있거라 6번은 간다.”

세상이 바뀌는 것은 피할 길이 없는 것 같고 옛날 같이 효도 받기를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욕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기야 효성이 지극한 자식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세태가 그렇다는 얘기다.

오랜 병에 효자 없다

易地思之란 말이 있다. 핵가족 중심의 가족 형태와 경로 효친을 가볍게 여기는 사회분위기의 영향 탓이 크겠지만 자식들의 입장에서 보면 부모들이 너무 오래 사는 것도 어려움이라는 생각도 해본다.

옛날에야 ‘人生七十古來稀’라고 해서 70살까지 살기가 매우 어려웠고 아주 드문 경우이었기 때문에 고령은 오히려 축하 받을 경사였다.

그러나 요즘에는 웬만하면 80은 거뜬히 살아 넘기고 90을 넘어 장수하는 어르신도 많으니 자식의 입장에서는 너무 오랜 세월 효도하기엔 짐이 되고 벅찬 일일 수도 있을 터이다.

하긴 경로 효친을 제일의 가치로 삼았던 옛날에도 ‘오랜 병에 효자 없다’는 말이 있었다.

자식들 부담 덜어주는 노후

65세부터 노인이라고 하지만 몸과 마음이 팔팔한 나이에 직장은 그만 뒀고 마땅히 할 일이 없어 일찍 노인 생활의 대열에 합류한 이들도 적지 않다.

이 분들 가운데 친구들 만나 고스톱 치고 등산하거나 공짜 지하철 타고 지방 나들이하면서 순대국이나 보신탕에 소주 몇 잔 마시는 것이 하루 일과의 대부분인 경우가 적지 않다.

노인문제 전문가들은 자식들의 부담과 걱정을 덜어주면서 보람 있는 노후를 위해서는 노인들 스스로가 여생을 설계하고 실천할 지혜와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나름대로 경제력도 있고 자식들도 성공한 칠순에 가까운 한 부부는 아예 시골에 전원주택을 마련해서 둘 만의 오붓한 생활을 즐기고 산다. 때로는 적적할 때도 있기는 하지만 나름대로 행복하다고 한다. 서툰 텃밭 농사일이 수월하지는 않지만 자녀들이나 형제들이 찾아오면 상추와 깻잎 뜯고 고추 따다 함께하는 식탁은 기쁘고 행복하며 큰 보람이란다. 건강도 좋아졌고...

이 노부부의 희망은 앞으로 마음에 맞는 비슷한 연배의 가정과 함께 나란히 집을 짓고 서로 의지하면서 스스럼없이 살고 싶다는 것이다. 자식보다는 편한 친구가 좋고 도시보다는 시골이 좋다는 생각 때문이다.

퇴직 후의 생활로 3~5쌍의 부부가 함께 사는 공동체를 구상한다는 한 동료 교수의 생각에 공감했던 일이 있다. 함께 살면서 프라이버시는 보장되는 공동주택을 짓고 생활한다면 이상적이지 않겠느냐는 생각이었다.

마지막은 나라와 사회가 맡아야

노인들의 문제를 노인 스스로 해결하는 지혜는 소중한 것이고 그런 노력은 높이 평가될 일이다. 그런 노인들이 많아지길 소망한다. 그러나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노쇠했거나 큰 병에 걸린 노인문제까지 노인 스스로 감당하거나 늙은이들끼리 알아서 하라고 할 일은 아닐 것이다. 자식과 함께 국가와 사회가 책임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노인문제가 더 심각해지기 전에 국가·사회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한 이유이다. 아울러 교회를 비롯한 종교단체 등도 노인 문제에 좀 더 관심을 갖고 역할을 담당하는 것도  바람직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식들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노인들의 심려가 자녀들의 효심을 되살리는 사회가 되고 세금을 많이 받는 나라와 세금을 내지 않는 종교단체 등이 노인 문제 해결을 위해 더 많은 돈을 쓰는 그런 나라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