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 세 알 있길래 껍질을 벗기고 반달썰기를
하여(진간장, 고추장, 설탕, 고추가루, 식용유) 물을 자작하게 하여 졸였다.
첫 김이 간신히 날아간 이밥 위에 끼얹어 쓱쓱 비벼 본 적이 있는지?
포슬포슬 분이 이는 하지감자로 말이다.
십오리를 걸어 등교하는 아침마다 감자찌개를 먹었다.
그것도 모자라 도시락에 싸기도 하였는데
식어버린 감자찌개를 도시락 뚜껑에 눌린 밥 위에 가만히 펴면 조금씩 이밥을 점령하여 갔던 나의 감자찌개
집으로 오는 산길 모퉁이 마다 가방을 던져놓고 놀다가
여름 긴 해가 시들해져야 삽짝을 들어서던.
빈 도시락을 열면 쉰 내가 진동하는 여름 저녁.
감자찌개 국물과 김치국물이 어우러져 일년 내내
시쿰쿰한 국어책, 산수책
하루살이가 환장하는 형광등 아래서
졸음에 겨운 눈을 간신히 뜨고서
그 산수책에 코 박고 숙제하다 잠이 들어 나의 산수책은
단내나는 침으로 다시 한번 풀먹여 빳빳해지곤 했다.
저녁늦게 들어온 그 남자에게 밥상을 차리면서
감자찌개 한 접시 내 놓으니 잽싸게 덧붙이는 휘윤이
“아빠, 이 감자찌개는 엄마가 어렸을 때 많이 먹었대. 울진 할머니가 맨날 해주셨대.”
“으, 이거 아빠도 엄마랑 연애할 때 엄마가 해 줘서 먹어봤는데”
휘윤이 놀라면서 “연애할 때.. 아~ 사랑할 때 말이야?”
“사랑할 때 감자찌개를 먹나?”
“그럼 무얼 먹어야 하는데? ”
“스.테.이.크 먹어야지...”
사랑할 때는 무얼 먹어도 맛있습니다.
요즘 아내의 반찬이 그렇고 그렇습니까?
남편을 위해 준비하는 반찬이 신나지 않습니까?
사랑표 조미료가 조금 적게 들어갔나 봅니다.
화학조미료가 아니니 많이 넣을수록 맛있습니다.
먹는 사람이 그때마다 넣어 먹어도 맛있고
만드는 사람이 미리 넣으면 더 맛있습니다.
※경북 포항에서 살다가 남편 직장을 따라 지난 3월 송악면 중흥리에 둥지를 틀었다. 일상의 소소한 감동들을 수필이나 시로 옮기길 좋아한다. 열한살, 아홉살 난 남매를 두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