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의 생일은 음력으로 구월 이십오일이다.
닷새 전까지 기억했다가
분주한 일상에 묻혀
한 보름이 지나고 나서야 기억이 났다.
아직 초록빛이 덜 가신 모과 세 알
시댁에서 가져 온 깍두기 작게 한 통
친정에서 가져 온 떨감 세 개
형님네서 가져 온 방울 토마토 한 봉
배가 통통하니 잘 볶아진 참깨
투병한 유리병에 담아 한 병
아이들이랑 학교에서 주운 은행 두어 줌
묵은 만나를 먹지 않도록 QT집 한 권
얼굴만큼 고운 손이 되라고 핸드크림 하나
당진에서 처음 먹어 본?9微慈만?한 봉
출출할 때 먹으라고 라면 세 봉
빼빼로 데이 지나가길래 빼빼로 한 통
작은아이에게 얻은 꽃편지지로 편지 한 장
옆에서 위문품 보내냐는 그 남자의 신소리까지 작은 박스에 담았다.
박스를 풀면서 배시시 웃을 친구를 떠올리는데
나는 개봉을 기다리는 박스처럼?두근거린다.
두 손으로 맞들다가
옆구리에 끼고도 가다가
아예 머리에 이고 우체국까지 간다.
※경북 포항에서 살다가 남편 직장을 따라 지난 3월 송악면 중흥리에 둥지를 틀었다. 일상의 소소한 감동들을 수필이나 시로 옮기길 좋아한다. 열두살, 열살 난 자매를 두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