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바람이 들에 불거니
時秋積雨霽(시추적우제)
때는 가을이라 검은 구름 개이고
新凉入郊墟(신량입교허)
서늘한 바람이 들에 불거니
燈火稍可親(등화초가친)
등불을 조금 더 가까이 하여
簡編可舒卷(간편가서권)
책을 펴서 읽을 지니라
이 문장은 당(唐)의 대문호 한유(韓愈)가 그의 아들 부(符)에게 서늘한 계절이 되었으니 책 읽기를 권장한 글이다. 우리 조상의 선현들이 학문정진의 채찍으로 삼았던 ‘등화가친(燈火可親)’의 고사성어로 고문진보(古文眞寶)에 나오는 귀중한 글이다.
어느덧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온다. 먼 들녘에 누렇게 익어 가는 벼이삭과 알차게 익어 가는 밭의 곡식들, 빨갛게 익어 가는 탐스런 감과 윤기 흐르는 알밤이 따가운 태양 빛을 부지런히 가슴에 담고 있다. 참으로 신비스러우며 마음으로부터 감사함을 느끼게 하는 결실의 계절이다.
그것은 저 곡식과 과일들을 먹음으로써 우리 귀중한 육신의 생명을 이어갈 수 있게 한다는 사실을 벗어나 또다른 우리들의 분신이 아닌가 해서 말이다. 문제는 우리 영혼은 끊임없이 전 우주를 포용하려는 본능적인 욕구로 인하여 우리 스스로 고민과 문제에 휩싸이고 끊임없는 갈증에 목이 타는 존재란 사실이다. 그래서 우리는 책을 통하여 사실을 규명하며, 인생의 즐거움을 거기서 발견하기도 하고, 많은 생활의 정보를 거기서 얻고, 때로는 인생의 길을 안내 받으며, 책을 통하여 도를 깨우친다.
인터넷이야말로 배움의 도구일 뿐
결코 목적이 될순 없어
물론 오늘날 인터넷을 통하여 많은 지식과 정보를 얻지만 책 만큼의 묘미와 감동이 크다고 볼 수는 없다. 거기에는 인간의 아름다운 정서가 없고 벽돌처럼 딱딱하기만 하여 윤기가 없고 무미건조함을 느끼게 한다.
우리는 거기에서 신속하게 정보와 지식을 얻어 가공하고 활용하지만, 빠른 만큼 빨리 사라져 버린다는 사실에 우리의 기대감을 저버리게 한다.
필자의 경험으로 봐서는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인터넷강국이지만 인터넷이야말로 대단한 정신력의 소유자만이 거기에서 취사선택하여 지식을 섭취할 수 있고 교양과 인격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많은 학생, 어른들이 인터넷을 단지 자기 유흥의 도구만 이용할 뿐 유익하게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그러한 것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인터넷의 은밀성과 인간의 본능이 합치될 때 대단한 독이 될 수 있고 오히려 불행으로 안내하는 도구가 되기 쉽다.
우리 인체가 자유가 있다고 해서 세상의 모든 것들을 다 먹어 영양이 될 수 없듯이 우리의 정신도 자유가 있다고 해서 아무거나 섭취할 수 없는 것이다. 인터넷을 통한 우리의 자유가 정신과 육신이 누리는 자유처럼 우리에게 엄중한 책임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자는 인터넷이야말로 배움의 도구일 뿐이지 결코 목적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다.
뭐니뭐니 해도 독서는 습관
한 권의 책이야말로 어제나 오늘이나 영원하다. 그 잔잔한 감동과 조금은 긴장되고 부드러운 정서는 우리의 영원한 동반자로 삼아도 될듯하다. 그러나 아쉽게도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손에서 책을 놓고 있다. 물론, 누구나 시간이 없느니 있느니, 취미가 맞느니 안 맞느니 자기 주장은 있겠지만 뭐니뭐니 해도 독서는 습관이다.
자꾸 책을 펼쳐 가까이 하다보면 좋은 책 나쁜 책을 구분하는 분별력도 생기게 되고 공자(孔子)가 말한대로 때로 익히면 풍요로운 즐거움을 줄 뿐 아니라, 주제에 대해 빠르게 간파하는 능력도 배양된다.
문화관광부가 실시한 2004년도 국민 독서 실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들은 연간 평균 11권의 책을 읽은 것으로 조사됐다.
다행히도 성인들의 독서율과 독서량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도 한달 평균 3권 이상 읽는 독서량 통계에서는 한국이 14.4% 일본이 17.7%로 여전히 일본보다 낮다는 것이다.
우리가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경제성장도 중요하다. 하지만 국민 개인의 의식성장도 무엇보다 중요하다. 의식의 성장은 한순간에 되는 것이 아니라 부지런히 읽는 독서 습관에서부터 시작된다.
인생은 짧다. 시편 103장에 보면 “인생은 풀과 같은 것, 들에 핀 꽃처럼 한번 피었다가도 스치는 바람결에도 이내 사라져 그 있던 자리조차 알 수 없는 것”이라고 다윗은 노래했다.
하지만 그 짧은 순간에도 인간은 시간만 있으면 유희와 유흥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소비하다 죽음을 맞이한다. 영원과 우주를 포용하고자하는 우리 영혼의 갈증을 잠재운 채 말이다.
독서에 어찌 시간이 따로 있고, 계절이 별도로 있겠는가. 서늘한 바람이 들에 불거니 예전에 읽고 싶었던 책을 꺼내 먼지를 털어 내고 책을 펼쳐 우리 다정한 눈길을 주는 것도 좋을 듯 싶다.
본지 편집위원
합덕 이태리안경원 운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