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도서관에 가면 책장 사이를 어슬렁거리고 다니며 ‘으음 맛있겠어, 쩝쩝!’ 군침을 삼키는 여우를 만날지 모릅니다. 특유의 후각을 발휘하여 냄새를 맡아본 다음 책장에서 가장 멋진 책을 뽑아들고, 번개처럼 빠르게 소금과 후추 병을 꺼내 휘리릭~ 신나게 휘파람을 불며 책에다 양념을 뿌려요. 그리고 떨리는 가슴으로 숨을 고르며 마침내 덥석 책을 물었을때, 여우 아저씨는 사서에게 덜미를 잡힙니다. 그리고 슬프게도 그 날로 영원히 도서관에서 추방을 당하게 되지요.
읽을거리가 많지 않았던 어린 시절, 빨간 겉표지가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읽었던 계몽사 그림책, 큰 언니에게서 선물 받은 삼성세계명작100권 선집 등이 선명하게 기억납니다. 지금은 날마다, 어린이 책이 홍수처럼 쏟아져 나와 어떤 책을 골라야 할지 고민입니다. 책 먹는 여우 아저씨의 배고픔을 안다면 엄청난 식욕을 느끼게 해 줄 이 맛난 책들을 내버려둘 수 있을까요?
여우 아저씨의 요상하고 별난 행동을 따라가다 보면 아이들은 알게 되지요. 어른들이 말하지 않아도, 맛없고 영양가 없는 것을 먹으면 어떻게 된다는 것을.
군침이 도는 책들에 침을 흠뻑 묻혀 놓거나 고약한 냄새가 나게 하는 일, 맛을 보려고 슬쩍 몇 쪽을 찢어 먹는 일, 책이 너무 먹고 싶어 급기야 강도 행각까지 벌이는 여우 아저씨의 행동을 결코 미워할 수 없습니다. “에이 지저분해, 진짜 냄새나는 것 같아, 그건 너무 심했어!” 라고 말하면서 여우 아저씨가 안내하는 책의 미각 속으로 이내 빠져들고 맙니다. ‘책 싫어’ 하는 아이도 ‘정말 그 맛은 어떤 맛일까?’ 하고 소금 한 줌 툭툭 후추 조금 톡톡 뿌려 먹어보고 싶게 하는 마법이 일어나요. 아이들은 그게 정말 얼마나 멋진 경험인지 곧 바로, 혹은 나중에서야 알게 되겠지만 말이예요.
‘독서절대금지’ 라는 잔인한 형벌을 받고, 그 속에서 새로운 창조를 해낸 여우 아저씨! 아이와 다른 결말을 상상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눈에 드러나는 교훈이 결코 밉지 않은 여우 아저씨의 책사랑, 아이와 함께 가장 근사하고 멋진 책으로 골라 양념 톡톡 쳐서 맛나게 먹어 보는 시간을 가져 보세요. 하루하루 삶의 자양분이 소곡히 쌓일겁니다.
추석 명절 끝자락에 책을 펼쳐 들다 오늘 문득, 성금한 하얀 백발의 모습을 하고 돋보기 너머로 늘 독서를 하시던, 책 사랑하는 소중한 유산을 물려주신 아버지가 그립습니다
- 7세부터 초등2년까지
- 주니어김영사 | 6500원
김미영 | 독서지도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