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덕의 땅, 소들평야 한 가운데에 점원리 마을이 있다.

이 마을은 넓은 들 가운데 남북으로 길게 이뤄졌으며, 상궁원, 중궁원, 하궁원이라 불리우는 100여호의 농가들이 세 단계로 나뉘어져 있다. 이 점원리 부락을 궁원이라 부르는 것은 이씨 왕조시대 왕의 수라상에 올리는 밥, 즉 진상미(進上米)를 생산하던 지역이며, 논이 있던 곳이었기 때문이다. 왕의 수라상에 올리는 쌀이라 철저한 생산과 엄중한 관리를 하기 위해, 왕궁에서 파견한 관리가 상주하고 있던 곳이어서 궁원이라 불렀다. 즉 궁에서 파견한 사람이 기거하는 집이라 하여 궁원이라 불렀다.

임금님께 올리는 진상미가 생산되는 곳은 전국적으로 몇군데 안되었으니, 경기도 김포쌀, 충청도 합덕쌀, 황해도 재녕쌀(북한땅)등을 가장 으뜸으로 꼽았다.

특히 합덕쌀은 토질이 우수하면서, 일조량이 풍부하였고 가을에 누렇게 익어갈 때 해풍을 맞아 벼의 그 품질은 일품 중에서 으뜸으로 쳤으며 진상미로서의 그 품계를 높이 인증한 쌀이었다.

고품질의 쌀, 진상미를 생산하는 합덕은 그 위세가 망망하였으며, 진상미를 생산하는 농부답게 품위를 갖추며 살았다. 닷세마다 열리는 합덕장터는 일명 버그네 장이라 불리었는데 근동에서 제일 큰 장이었으며, 아산 장보다 더 크고 번창하였고 많은 장꾼이 경향각지에서 모여들어  장날마다 성시를 이룬 곳이다.

들판에서 생산되는 진상미의 많은 쌀들이 합덕을 번창하게 하였고, 큰 재물이 되었고 들 부자들이 거드름을 피우며 다녔던 곳이 버그네장이었다.

그때는 가을 들녘 누런 벼알이 황금알로 변했던 시절이다. 방앗간에 보관된 볏섬의 보관증은 조합에서 발행하는 보증수표(자기앞수표)보다 더 안정된 보증수표 구실을 했으므로, 그 보관증으로 물품을 구입하였고 또 화폐와 똑같이 유통되었던 시절도 있었다. 소들평야에서 생산되는 진상미는 나랏님의 수라상에 올려졌고, 합덕농민들의 자부심이요 재산이며, 생명이고 버그네를 풍성하게 살찌웠던 쌀이었다. 바로 그 쌀이, 그 벼가 가마 채 읍사무소 마당에 쌓여있다 못해 면사무소를 에워싸 큰 신작로까지 나와 길거리에서 야적되어 온갖 먼지 다 뒤집어 쓰고 겨울을 재촉하는 찬 바람과 비까지 맞고 있는 것을 본다.

마음이 울적하다. 옛 영화의 징표였던 저 볏가마가 왜 저런 신세로까지 전락되었을까? 몸에 전율을 느끼면서 주먹이 쥐어진다.

십여년전 쌀 자유화 협상 이후 매년 작게나마 겪었던 농촌의 일이었으나 금년에는 쌀협상 국회비준안이 상정되었고 그 정부와 국회에서는 비준안을 가결처리할 방침이다. 농부들의 생사가 걸려있는 문제이고 농촌의 퇴락을 가속시켜 퇴폐화 될 조짐으로 받아들여 볏섬까지 이에 동참하게 된 것이 비준안 반대와 농촌의 근본적인 농업보호대책이 마련되지 못하면 농촌은 자멸하고 자연도태 당하고 말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고령화 농부들로 생산력은 한계점에 이르렀는데 비준안이 통과되면 농촌은 어떻게 될지 뻔한 일이다.

젊은이들은 삶을 찾아서 떠난지 오래되었다.

나라의 근간 농업을 살려라, 농업을 보호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