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산재 한 달만에 또 사고, 최근 1년간 사망사고만 4건
아이앤아이스틸과 현대하이스코가 한보철강을 인수한 이후 당진공장에서 협력업체 직원들의 산재사고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사망사고가 일어난 지 채 한 달도 안 돼 또 다시 협력업체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 한 명이 산재로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아이앤아이스틸 당진공장과 이 회사 노조에 따르면 지난 8일 낮 3시경 아이앤아이스틸 당진공장에서 이 회사의 협력업체인 (주)영진 소속의 정모(42)씨가 5톤 리모컨 기중기로 이송작업을 하던 도중 또 다른 협력업체인 (주)명진의 기중기 기사인 손모씨가 운전하던 65톤 기중기가 이와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아래의 5톤 기중기가 밀리면서 들고 있던 ‘턴디쉬커버’가 정씨를 덮쳤다. 정씨는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으나 부러진 갈비뼈가 다른 장기를 파열시키면서 끝내 숨졌다.
노동조합의 한 간부는 “협력업체 측에서 안전을 위한 장치의 개선을 거듭 요구했으나 계속 방치하다가 결국 또 사고를 내게 됐다”고 말했다.
사고가 발생한 후 아이앤아이스틸 노조의 홈페이지에는 동료로 보이는 네티즌들의 추모글이 올라 주위를 숙연하게 하고 있다.
‘친구가…’라는 이름의 한 네티즌은 노조 홈페이지에 “친구여 차후에는 비정규직이 아닌 정규직으로 입사하길 바라네...가슴이 착찹하네...여기에서 벗을 두 명씩이나 잃은 내가 미안하네...지금은 자리에 없지만 차후에는 좋은 데서 만나세...”라고 썼다.
‘노동자’라는 이름의 네티즌은 “부디 비정규직이 없고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세상에서 다시 태어나세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적었다.
아이앤아이스틸과 현대하이스코 당진공장에서는 이번 사고가 일어나기 불과 한 달 전에 협력업체의 한 직원이 크레인 운전실로 들어가다가 크레인이 주행되면서 목이 끼어 숨지는 등 최근 1년 간 사망사고만 4건, 발목절단·인대파열을 비롯한 각종 부상사고 12건이 발생하는 등 산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잇따르고 있는 당진제철소 노동자들의 산재는 아이앤아이스틸과 현대하이스코가 지난해 한보철강을 인수한 후 인건비 절감과 관리의 용이성 등을 이유로 사내 하청을 통해 비정규직을 늘리면서 급증하기 시작했다. 이는 산재를 당한 노동자들의 대부분이 협력업체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라는 점에서 확인되고 있다.
이처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산재를 많이 당하는 이유는 정규직 노동자들에 비해 숙련도가 떨어지고 안전교육이 미비한 데다 작업장 안전조치마저 소홀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역의 한 하역업체에서 크레인 기사로 일하고 있는 최모(41)씨는 “크레인을 전문으로 다루는 업체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사고”라며 “일반적으로 크레인에는 센서가 장착돼 다른 기계에 가까이 접근하면 자동으로 멈춘다”고 말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규직에 비해 당연히 숙련도가 떨어짐에도 오히려 위험도가 더 높은 사업장에 투입되고 있어 산재를 부채질하고 있다.
산재가 잇따르자 지난 4월에는 당진참여연대와 민주노동당 당진군위원회, 전교조 당진지회가 공동명의로 성명서를 발표하고 노동자들의 안전대책 마련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을 회사측에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아이앤아이스틸의 관계자는 “협력업체의 안전사고는 안타까운 일”이라면서도 “사내 하청 때문이라는 견해가 있을 수 있으나 그보다는 협력업체 직원들이 투입되는 사업장의 특성상 거친 업무가 많기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산재사고 일지
△2004년 12월30일 : 서해상공(공사업체) 서모씨(62년생) 낙하물에 의한 목관절 골절로 사망.
△2005년 3월8일 : 아이앤아이스틸(당진공장) 경선산기(협력업체) 홍모씨(45) 구동휠(주행차륜)에 협착되어 발목 절단.
△2005년 3월28일 : 아이앤아이스틸(당진공장) 인영산업(협력업체) 성모씨(32) 몰드가 넘어지면서 허벅지부에 협착되어 인대 손상.
△2005년 6월21일 : 현대하이스코(당진공장)내에서 (주)다원(협력업체) 손모씨(30대 후반) 시운전 작업 중 지상에서 약 5~6m 아래로 추락해 사망.
△2005년 7월6일 : 아이앤아이스틸(당진공장) 태흥건설소속(엠코하도급)작업자 홍모씨(48년생)외 6명이 수지절단 및 골절상.
△2005년 9월10일 : 아이앤아이스틸(당진공장) 고려계전(공사업체) 소속 채모씨(40)가 T/R단자(6600V)에 손이 닿아 화상.
△2005년 10월9일 : 현대하이스코(당진공장) 천보산업(협력업체)소속 배모씨(60)가 천정기중기 운전실에 들어가다 주행되어 목이 협착(끼어)되어 사망.
△2005년 11월8일: 아이앤아이스틸(당진공장) (주)영진(협력업체) 소속 정모씨(42) 65톤 기중기에 추돌, 부러진 갈비뼈가 인접장기를 파열시켜 사망.

